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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Apr 01. 2020

딱 하루만큼의 시간

우리에게 무의미한 시간들은 없었을 거야


   며칠 새 내게는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마에 상처가 났고, 회사에는 간담이 서늘해질 만한 사건이 있었고. 누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아닌데 내 몸은 왜 이렇게 항상 경직되어 있는지. 이래서 항상 어깨가 결리나 보다. 습관처럼 뒷 목과 어깨를 주무르면서 출근길 아침 버스의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에 눈이 번쩍 떠졌다. 분명히 토요일 산책길에 너희를 마주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달라졌지?


   꽃망울이 하나 둘 터지긴 했지만 아직 아기 꽃이었는데, 이제 모두 피어선 딱 월요일 아침처럼 반짝인다. 만 하루. 딱 하루만큼의 시간, 고작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뿐인데 색의 완연함이며 차창 너머로 스며드는 봄의 선명도는... 체감상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빠르게 그 풍경들을 지나치면서 꽃들 틈에 끼어 내 마음도 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빛의 움직임을 향해, 하늘을 향해 풍요로운 봄의 물줄기를 끝없이 뻗어나가는 한 치의 아쉬움 없는 저들. 그 꽃처럼, 올 한 해 이렇게 몸은 골골하더라도(꽃 잎처럼 약하더라도) 그 기운은 강렬하고 선명하기를. 매 해 더 크고 깊게 기운을 발산하는 꽃처럼 나도 하루하루 더 피어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하루하루의 힘.  단 며칠 만개하기 위해 꽃이 차곡차곡 웅크리며 비축해두었을 잠재력과 그가 홀로 겨우내 인내했을 시간, 우리에게 쥐어준 무한한 행복감 꼭 본받고 싶다.


   오늘 우리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 "잊지 마. 우리에게 무의미한 시간은 없었을 거야."



*** 이 글은 에세이 베스트셀러 ‘너의 사회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에 수록된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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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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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증 오디오클립 '책 읽다가 스르륵'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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