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은데, 기분은 안 좋을 수 있다.
공공기관이 인기가 높은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판단에서 BEST 3를 꼽자면 '1순위 안정성+2순위 괜찮은 급여+3순위 워라벨' 일 것이다. 반대로 개인적으로 WORST 3 를 꼽자면 '3순위 수직적 문화, 2순위 커리어 무덤, 1순위 갑작스런 지방이전 가능성' 이라고 생각한다.
입사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결혼하고 승진하고 회사에 자리잡고 좀 살겠다 싶던 찰나에 눈 떠보니 산 좋고 물 좋은 지방 소도시로 삶의 터전이 강제로 바뀌어 버린다면 이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했던 서울 소재 공공기관의 경우 일부 조직이 전북 어딘가로 지방이전 결정이 난 이후, 젊은 직원들은 대거 이탈하고 높은 직군의 사람들은 수도권에 가족을 남겨둔채 최소 10년 이상을 주말에는 KTX일반석에서, 주중에는 5평 남짓한 기숙사에서 보내야하는 처지를 한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방이전의 무서움을 몸소 느꼈던 경험이 있다.
지방이전 자체에 대한 필요성이나 찬반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 예기치 않는 지방이전이 가져다주는 삶의 변화와 불안감이 그 어느 리스크보다도 클 수 있기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Risk에 대해 구직자 입장에서 짧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방이전? 이미 전국 곳곳, 어쩌면 지구 곳곳에 있다.
KOTRA같은 기관은 해외 여러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고, 일반 사무직(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순환근무를 통해 해외근무를 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양재에 본사 1곳을 두고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인력은 그곳에서 근무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업무특성상 전국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도 있다. 이 경우 입사할 경우 내부방침에 따라 지방근무를 필수적으로 또는 선별적으로 해야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같은 곳이 그런 경우라 할수 있겠다.
이런 경우에는 지방이전이라는 표현보다는, '근무지가 이동될 수 있다' 라는 표현이 맞는 곳이다. 그리고 이 해당하는 기관이 길게는 수십년 동안 운영되어오던 방식이기에,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즉, 리스크라기보다는 기관의 특성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지방이전 Risk +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중 최소 절반이상이 사실 잠재적 지방이전 대상 기관이다. 그런데 어떤 기관이 확실하게 지방이전 대상기관으로 지정되었고, 또 지정되었다면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기가 쉽지가 않다.
근 10년간 세컨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여러가지 정무적 이유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채 몇년간 표류하고 있는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고, 또한 이동대상지 선정 등 해당 지자체들과의 협의도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지방이전의 계획이다!!"라고 공표되지도 못하고, 실제로도 미디어나 현직자들 사이에서 카더라 형태로 퍼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꼭, 여러 소스를 통해 단서라도 찾아보고 마음의 준비는 해야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기관이 지방이전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지? 더불어 그 잠재 지역이 내가 감당이 가능한 곳인지?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합격이라도 하고 나서 생각해야하는 것 아니냐 할 수는 있지만 어렵게 들어온 이상 쉽게 나가기도 어려운 곳이 공공기관, 공기업의 특성이기 때문에 지방이전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방에 소재하고 있던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4년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위치한 지역이 광역시 여서 왠만한 편의시설과 인프라는 갖추고 있었지만,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아쉬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근무하고 있을때, 세무사 한분이 서울에서 생활하시다 입사하시게 되었는데 1년간은 한적함에 만족하는듯하다 결국 3년을 못채우고 퇴사하고 말았다. 물론 여러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분...지금은 다니던 곳보다 규모나 대우는 부족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있는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다.
지방이전 Risk-Free
사실 정확히 말하면 가능성 Zero는 아니지만, 타 기관에 비해 본사를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적은 케이스를 의미한다. 앞서 이야기한 1,2번 케이스를 제외하고, 특정한 지역에 본사 한 곳으로 운영되는 기관중에 현재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케이스를 한정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 지방공기업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으로 정부부처에서 운영하는 형태가 아닌, 지자체 소속의 공공기관의 의미한다. 앞에 서울OO공사, 경기OO공사 와 같이 지역명이 기관명에 기입되는게 특징이다.
이경우 애초에 기관의 성격이 대한민국이 아닌 특정 지자체의 업무를 대행하여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애초에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포함되는 형태도 아닐뿐더러, 옮겨야 할 이유와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방이전 Risk에서 프리하다.
물론 앞에 기관의 분류에 '지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게되어, 중앙 공공기관보다 먼가 클래스가 낮아 보이는 느낌이 있지만 실제로는 기관별로 급여수준, 사업형태, 복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앞서말한 공공기관을 선택하는 이유가 '1순위 안정성+2순위 괜찮은 급여+3순위 워라벨' 에 속한다면 굳이 기관의 분류 하나만 가지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
Tip(1): 반대로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 중에 '한국OOOO' 형태로 되어있다면, 지방이전의 Risk가 적지 않다.
Tip:(2)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정보는 '클린아이'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 이공계 계통의 연구기관
정부가 운영하는 연구기관은 분야도 다양하고 그 수도 적지않다. 그중에서 이공계 분야, 특히 과학분야 연구기관의 경우에는 공공기관중에서도 상위 연봉이나 복지혜택등이 상위랭크되어 있는곳이 많다.
대부분 이공계 연구기관은 출연연구기관이라는 분류로 대전에 위치한 대덕연구단지에 많이 몰려있지만, 아직까지 수도권에 위치한 연구시설도 몇곳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이러한 기관의 특징은 넓은 부지안에 실험실, 연구실, 연구장비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몇몇 기관은 엄청난 규모의 연구시설, 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지방이전의 대상이 되어도, 물리적으로 연구시설의 이전이 불가능하거나 설사 가능하다해도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과계통의 연구기관보다 이전에 대한 여러측면에서도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근무하는게 모두가 원하는 삶은 아닐것이다. 지방근무도 이점은 반드시 존재한다. 또한, 평생직장의 개념으로 공공기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이러한 결정을 단순히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것도 올바른 선택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지방이전은 말 그래도 Risk인건 부정할 수 없다. 아무런 정보없이 희망하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입사해놓고 덜컥 가보지도 못한 지방 소도시로 기관이 이동해버린다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의미이다.
관심있는 조직이 지방이전 계획이 있는지, 최대한 정보를 파악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