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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nta time Mar 09. 2024

공공기관 출자 출연의 차이

예산을 받는 출연기관, 투자금을 받는 출자기관


공공기관이란 정부의 출연·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




여러 공공기관의 유형을 확인하게 되면 "출연, 출자"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출연과 출자, 쉽게 말하면 설립의 주체가 되는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의 자금이 어떤 형태로 공공기관에 투입되었는지를 구분하는 단어이고 이를 통해 기관 사업의 특성(돈을 쓰는 공공사업인지, 돈을 버는 수익사업인지), 상위기관(정부 및 해당지자체)과의 관계, 예산운영의 자율성 정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중 하나이다.





출연기관

이번 년도에 50억 필요하다고?! 1억만 줄이자..?응?


출연기관이라 하면 해당 공공기관이 운영되기 위해 매년 정부나 지자체에서 인건비, 사업비, 운영비 등 예산 총액을 지원받는 기관을 의미한다. 즉, 해당 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연 단위로 지원해 주는 활동을 '출연'이라고 한다.


일반 기업으로 보자면, 매년(fiscal year) 동안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 영업활동과 기관운영을 위한 총예산을 지원해 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출연기관 중에서도 모든 비용을 100% 지원받는 기관이 있고, 일부는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등을 통해 충당하고 나머지 부분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90% 이상 출연받는 경우가 일반적) 출연받는 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형태야 다를 수 있지만, 상위기관으로부터 연 단위로 운영자금을 받다 보니 예산에 대한 규제가 공무원 기준에 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이는 상위기관으로부터 통제를 강하게 받는 것을 의미한다.


출연기관 중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돈을 버는 수익형 사업보다는, 공익성을 위해 자금을 집행하는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곳이 일반적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분야, 정책분야 연구기관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출자기관

투자한 돈 잘 굴려서 행복하게 살아봐! 아, 회사가 니건 아닌건 알지?


출자란 단어 그대로 이해하자면, 회사의 자본금을 대주는 개념이다. 기관이 설립되기 위한 초기비용을 출자라는 형태로 지원 및 투자해 주고, 이는 기관운영을 위해 매년 예산을 투입하는 '출연'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


일반 기업으로 보자면, 주주가 설립초기 및 특정시기에 자본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출자기관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 또는 지자체의 출자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서 기관설립을 위한 부지, 건물은 물론 사업에 필요한 각종 자산과 인력을 확보한 후, 해당 자산을 이용해서 자체적으로 돈을 불려 나갈 수 있는 구조이므로, 출연기관처럼 매년 운영비를 지원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국가/지자체가 출자금을 세금을 재원으로 지원/투자한 것으로 보통 출연기관과 동일한 기준과 규정을 적용받기는 하지만, 매년 운영비를 지급받지 않기 때문에 출자기관이 출연기관에 비해 예산적으로 자율권이 조금 더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자율권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출연, 출자기관은 그 유형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고, 동일한 법률을 적용받기 때문에 일반 민간기업에 비해서는 사업범위, 의사결정 속도, 투자 및 계약방법 등 경영전반에 있어 속도감과 융통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연기관의 경우 자그마한 경비하나라도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집행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건조한 사막에서 하루에 생수 한 병씩 꼬박꼬박 쥐어주고 걸으라고 상황이라면 출자기관의 경우에는 "내가 벌어 내가 쓰는데요?"라는 마이웨이 정신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기 때문에 사막에서 커다란 생수통 한대 쥐어주고 이다음에는 알아서 걸어가라고 하는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관이 아니라면 공공기관 따위가 시장의 경쟁을 물리치고 안정적이고 풍족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여간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출자기관 사례가 많다고 해도, 대부분 10억 내외의 소규모 기관이 많고 큰 규모라고 해봤자 인프라와 관련된 일부 공기업 정도이거나, 각 지자체에서 "굴뚝 없는 공장"이라는 미명아래 밀어붙이고 있는 전시컨벤션센터(엑스코, 엑스코, 킨텍스 등)처럼 초반부터 큰 전시장 건물을 필요로 하는 형태의 공공기관정도이므로 기관의 절대적인 숫자나 운영 안정성이 출연기관보다는 적은 편이다.





어디가 좋은가?


필자는 출연기관, 출자기관 모두 경험을 해봤지만, 먼저 임금의 측면에서는 출연이든 출자이든 커다란 차이는 없다. 출연기관이라고 무조건 적게 받고, 출자라고 해서 더 많은 건 절대 아니다.


실제로는 출연, 출자 이런 거 보다 기관규모, 중요성 등이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나름 공공기관 여러 곳에서 회계, 예산업무도 맡아봤지만 각 기관의 최초 인건비가 설립 시 어떤 근거로 책정되는지 클리어한 이유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한 자료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기도 하고,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상위기관, 즉 정부/지자체 공무원님들과 업무적으로 마주하면서 겪어야 하는 피로감은 확실히 출자기관이 조금 나았다. 기본적으로 예산에 대한 통제권이 출연보다는 출자가 약하기 때문에, 돈을 가지고 쥐락펴락 하는 강도가 필연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예산에 대한 통제권이 약하다는 데에서 오는 행정적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출자기관은 예산의 통제가 조금은 느슨하기에 관련된 업무를 하기에는 조금 편한 구석이 있으며, 출연기관은 일반적으로 출자기관에 비해 규모가 크고 국가나 지자체가 연단 위로 사업/운영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안정성도 크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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