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와 차별화 전략 모두, 이익창출을 위해서는 원가관리가 필요하다
사업이나 회사의 규모나 성장세를 나타낼 때 우리는 흔히 매출을 기준으로 삼는다.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요가 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 주머니에 진짜 남는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가관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매출이 높더라도 막상 정산을 해보면 수중에 남는 돈이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고, 심하면 매출은 늘어나는데도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매출"을 생각할때는,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비용"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이다. 골목식당에서 백 선생님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정된 재료를 잘 활용해서 다양한 메뉴를 뽑아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도 '원가관리'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매출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기세를 타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야지만, 흔히 말하는 대박이 날 수 있다. 예전부터 차이나타운에 가면 쉽게 볼수 있었던 탕후루도, 미디어의 영향으로 단시간에 수요가 급격하게 들어났고 이로 인해 폭발적으로 매출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출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하는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이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증가하는 매출의 기세보다 늘어나는 비용이 속도가 더뎌야지만 한다. 재무제표로 이를 표현해보면 어떨까? 머릿속으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손익계산서에 표현된 숫자를 보고도 우리는 매출과 원가를 관계를 제대로 분석해 낼 수 있을까?
매출과 원가에 대해 좀더 쉽게 알아보기 위해 '박리다매 커피 vs. 고품격 원두커피' 예시를 함께 분석해보고자 한다.
CASE 1_Mr. 빈 선생님의 카페 (박리다매 전략)
"Mr.빈 선생님은 드디어 카페를 오픈한지 3개월 지났다. 한잔에 1500원 하는 커피를 팔고 있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인지 하루에 평균 450잔 정도 팔리고 있다. 보통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직후에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하루 매출의 70% 이상 팔리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 걱정은 알바생의 인건비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하루에 몇백잔이 되는 커피를 판매할 엄두가 나지않아 알바생을 두고 있는데,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달에 250만원 정도. 가게 임대료는 200만원, 재료비는 한달 1300만원 정도 발생한다. 신경쓰이는 부분은 건너편에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프리미엄 카페인데, 사실 그쪽은 손님들이 많지 않아보이기도 해서 경쟁상대로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손님이 없으니 돈도 잘 못버는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약간 드는 정도이다."
CASE 2_Ms. 포트양의 카페 (프리미엄 전략)
"Ms.포트양은 대학교를 다닐때 이탈리아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현지에서 커피 뽕을 제대로 맞은 포트양은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포트양도 카페를 오픈한지 3개월이 지났다. 포트양 카페는 커피는 한잔에 5500원이다. 최고급 원두, 이탈리아 현지 카페를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 그리고 이쁜 소품들까지 분위기를 제대로 낸 컨셉이다. 주 고객층은 여성 고객이고, 하루 70잔 정도 판매하는 것 같다. 포트양은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초반에 카페를 꾸미느라 비용이 크게 들기는 했지만 알바생은 두지 않아 다행히 매달 나가는 인건비는 세이브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3000만원정도 투자했고, 영업만 잘 된다면 적어도 3년정도는 추가 인테리어 없이도 유지가 가능할 것 같다. 재료비는 300만원, 임대료는 200만원 정도 매달 발생한다. 건너편 박리다매로 팔아대는 저렴한 카페를 볼때 매출이 높을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고품격 커피를 향한 포트양의 마음은 확고하기에 매출이 적더라도 컨셉을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
하루 450잔 박리다매 커피 vs. 하루 70잔 프리미엄 커피. 누가 돈을 더 많이 벌고 있을까? 간단한 손익계산서로 실제 수중에 남는 이익을 비교해 봤다.
응? 매출은 Mr.빈 샘의 카페가 월 2천만원정도로 Ms.포트양의 프리미엄 카페 월 1천만원보다 2배이상 높지만 실제 순이익을 보면 반대로 Ms. 포트양의 카페가 2배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낸다. 매출규모와 이익이 정확히 반대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원인은 바로 원가에 있다. 박리다매로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Mr.빈 샘의 저렴이 커피는 많이 팔리는 대신, 그에 비례하는 비용이 상당히 큰 편이다. 재료비로 거의 1300만원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비용을 우리는 "변동비"라고 부른다. 또한 알바생의 인건비도 부담이 크다. 만약 알바생을 쓰지 않는다면 Ms.포트양의 카페의 순이익과 비슷한 규모일테니, 어찌보면 크리티컬한 비용일수도 있겠다. 만약 어느달에 커피가 덜 팔리더라도 쉽게 알바생을 짜르기도 힘들다. 이런 비용을 우리는 "고정비"라고 부른다.
Ms.포트양의 프리미엄 카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커피 한잔당 가격은 높아서 판매량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한잔당 마진이 크다. 알바생도 필요없다. 적게 팔리는 만큼 품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비용은 초기 투자한 3000만원을 총 36개월로 나누어 월 90만원씩 발생하는 것으로 비용을 잡았다. 그렇게 해도 고정비는 박리다매 카페보다 훨씬 낮다.
즉, 경쟁자보다 매출이 높다고 해도 결국 수중에 이익을 많이 남기려면 원가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각각의 케이스에 맞는 맞춤형 경영전략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더라도, 글로벌 기업이라도 이 개념은 동등하게 유효하다.
그럼 박리다매로 파는것보다, 한잔에 비싸게 받고 파는 커피가 사업에 무조건 유리하다는 의미일까? 그건 아니다. 박리다매 커피는 조금더 노력해서 하루에 50잔만 더 팔아도, 기존보다 2배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프리미엄 커피는 하루 20잔만 적게 팔려도 기존 이익이 반토막이 난다. 즉, 매출이 일정규모를 넘기거나 넘지못하면 이익이 그보다 더 크게 움직이는 일명 '영업레버리지'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원가관리도 중요하지만 매출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에는 매출과 매출원가, 판매관리비라는 항목으로 앞서 설명한 비용들이 설명되어 있다. 모르는 회계용어는 간단히 검색창에 쳐보면 그 성격을 알수 있다. 핵심은 구조를 파악하는 힘이다. 재무제표를 보고 매출이 높은 기업이라고 좋지 않을수도 있고, 오히려 매출은 적더라도 비용관리가 훌륭하게 이루어지는 작고 탄탄한 기업이 더 장래성이 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매출은 수요를 나타내는 지표다. 매출이 선행되어야지만 모든 비즈니스는 그 사이클을 돌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매출의 중요성은 몇번이고 설명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그에 비해 원가를 관리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개념은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간과하기 쉽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재무제표를 보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