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nta time Mar 05. 2024

왕초보 재무제표 읽기, 손익계산서

어른들이 만든 그럴싸한 용돈기입장

 어렸을 적 용돈 기입장에 얼마를 받았고, 얼마를 써서, 결국 얼마가 남았는지에 대한 기초적 돈 관리 내역을 만들어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돈을 관리해 봤던 경험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동아리, 소모임 등에서 총무 역할을 하면서 회비를 모아 경비를 집행하고, 마지막 남은 돈이 얼마인지 공지하는 형태로 말이다.  돈을 관리했던 경험은 이미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특히, 셈에 빠른 한국인이라면 웬만하면 단돈 100원도 쉽게 손해보지 않는 경제관념까지 탑재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회사에서 '재무제표', '회계', '정산'이라는 말만 듣게 되면  머리가 아프고, 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더더욱 모른다고 하기에도 먼가 창피감이 앞서는 그런 영역이 되어 버렸다. 회계를 알아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책장에 회계 관련 도서들이 몇 권 꽂혀 있긴 하지만 읽을 엄두도 의지도 없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참여하는 회의안에서 이익이니 비용이니 하면서 회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들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코멘트도 곧 잘 하지만, 회계만 나오면 재무팀 신입사원이 하는 말도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코멘트는커녕 이해하는 척 끄덕이기에도 바쁘다. 연말 시즌이 되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ROE 개선' 등 회계용어가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데 그저 그래서 '좋은지 나쁜지?' '이익이 났는지 안 났는지' 이렇게 결론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얼마 벌었어?" 결론에 집중했지만, 또 회계를 좀 아는 동료는 당기순이익이라는 것이 회사에 쌓인 현금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비용에 찍혀 있는 금액도 우리 회사가 내보내는 실제 현금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알쏭달쏭한 회의 중, "그럼 왜 재무제표를 만드나? 이렇게 다 틀리고 맘대로 하는데... 실제 회사 돈 나가는 거랑 다른 게 말이 돼?!"라고 윽박지르는 임원의 한마디에 내심 동의를 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고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새로 온 임원이 회계를 전혀 모르네... 큰일이네.."  


차변, 대변과 같은 회계 기본개념은 물론, 영업현금흐름이니 이익잉여금이니 하는 복잡한 회계용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도 괜찮다. 용돈기입장을 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날 숙취를 참아가며 어제 회식비를 기어코 받아낸 경험이 있는 K-직장인이라면, 우리 모두 재무제표쯤은 이미 간파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회계는 외국어와 같다. 한국말로 '물건 팔아서 받은 돈'은 회계말로 '매출'이라고 하고, 한국말로 '물건 만들기 위해 쓴 돈'은 회계말로 '매출원가'라 한다. 그리고 '물건 만들다가 목이 말라 사 먹은 음료수 값'은, 회계말로 '판매관리비' 중 하나라고 하는 게 다를 뿐이다.


재무제표를 볼 때, 수입/비용이 기재되어 있는 '손익계산서'라는 것은 앞서 말한 용돈 기입장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보통 1년 동안의 '기간'을 기준점으로 잡고 기입하게 되어 있는 형태이다. 특히 우리가 가장 익숙한 '가계부'와도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회계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 입장에서도 손익계산서를 통해 쉽게 회사의 수익 구조와 단기 전망 등을 가늠해 보기도 쉽다.


다만, 재무제표의 순서는 '재무상태표'로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첫 장을 넘겨 이름 모를 회계어로 잔뜩 시작하는 재무상태표에서 다들 회계를 알아보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는 것이 다반사이다. 하지만, 사실 이 회계어의 기초 알파벳은 손익계산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조금 더 손쉽다.


재무상태표가 문법책이라면, 손익계산서는 회화책이다. 결론적으로는 문법을 마스터해야 완벽하게 외국어를 습득하겠지만, 우선 여행지에서 생수 하나 사 먹는 것도 급한 일이기에 먼저 손익계산서부터 알아가는 것이 막막한 회계어 배우기 첫걸음에는 조금 더 용이하다.  






회계용어 기본 알아보기


  재무제표는 다양한 보고서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가장 일반적으로 회사 자산의 구성내역을 알려주는 '재무상태표'와, 벌어들인 수익과 쓴 비용의 내역을 알려주는 '손익계산서'를 기본으로 알아보겠다. 그중에서, 손익계산서는 보통 1년이라는 회계기간 동안에 회사의 영업활동의 결과를 알려주는 보고서이므로, 제일 먼저 살펴보는 중요한 보고서 중 하나이다.


* 손익계산서 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는 보통 줄여서 (P/L)이라고 부른다. Profit and Loss의 줄임말이다. 이와 같이, 재무상태표도 (B/S)라고 부르는데, 이건 Balance Sheet의 줄임말이다.


* 계정

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매출', '매출원가', '당기순이익' 등등이 모두 각 계정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각 계정은 그 이름에서 손익계산서에 쓰이는 계정인지, 또는 재무상태표에 쓰이는 계정인지 이미 정해져 있다. '현금'이라는 계정은 실제 돈을 의미하는데, 이건 재무상태표에 쓰이는 계정이고 현재 가지고 있는 총현금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즉, 쌓여있는 돈을 의미하는데, 이런 개념을 보통 Stock이라고 한다.


* Stock과 Flow 개념

Stock 개념은 쌓여있는 개념이고, 기간이 아닌 시점의 기록을 의미한다. 재무상태표의 상단을 보면 보통 20XX.12.31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이유도 연말에 딱 그날에 쌓여있는 자산을 기준으로 기록하는 것이고, 그래서 재무상태표는 Stock 개념의 보고서이다.

Flow 개념은 쌓거나 사용하는 개념이다. 기간의 기록을 의미하고, 20 XX1.1~20XX.12.31과 같이 기간을 명시한다.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벌었고 쓴 개념을 의미하는 보고서이다. 예를 들어 매출이라는 계정은 1년 12달 벌어들인 금액을 누적해서 기록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이런 개념을 Flow개념이라고 한다.  매출원가도 그렇다. 같은 기간 동안 판매할 물건을 만들기 위해, 자재를 구입하고 사람을 고용하고 전기를 쓰고 등등의 행위를 하면서 사용한 비용을 누적해서 기록한 내용이다.  따라서, 손익계산서는 Flow 개념의 보고서 라고 한다.






손익계산서 '쓱~'  읽어내기 


예를 들어 카페를 운영하는 Mr. 빈 사장님의 한 달 동안의 통장 내역을 확인해 본다고 가정해 보자. 바로 옆 가로 안의 내용은 동일한 사항에 대해 회계용어로 정리해 본 사항이다. (편의상 통장잔고가 0원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해 본다) 


한 달 동안 카페를 운영하면서 들어온 수입이 얼마인지 확인해 보니 총 500만 원이다 [매출액]. 동일한 기간 동안 얼마나 썼는지 확인해 봤더니, 원두랑 소모품 등을 사는데 100만 원을 썼고 [매출원가],  가게  임대료로 150만 원을 냈다. [판매관리비]  해당통장에 이자금액이 들어와서 확인해 봤더니 통장이자가 3만 원 들어왔다. 그리고 카페에서 쓰던 중고노트북을 당근으로 팔고 받은 15만 원도 같이 찍혀있다 [영업 외 수익].  총내역을 정리해 보니, 말일 31일에 통장잔고에 총 268만이 찍혀있다. [당기순이익]


이렇게 카페 사장님이 일기처럼 써 내려간 한 달 동안의 돈 흐름내역은 아래와 같이 간단한 손익계산서로 표현할 수 있다.

숫자에서 느꼈다 피.. 실제 카페를 운영해 본 적은 없다.


간단히 표현해 봤지만, 실제 손익계산서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돈의 흐름을 기입하는 보고서이다. 즉, 특정한 기간(1달)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드린 수입이 얼마이고, 이중 얼마를 사용했고, 영업활동 외에 추가로 발생한 손익(위의 경우에는 이자수익+중고 노트북 판매)을 적어서 최종 남은 수익을 산출해 내는 방식이다. 손익계산서는 회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간단한 지식으로도 쉽게 보고서의 의미를 파악하기 쉽다. 특히, 마지막 줄에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데?"라는 결론이 도출된다는 점에서 가계부의 형식처럼 이해하기도 용이하다.


우선 용돈기입장의 경험과 회식비 정산의 노하우로 우리는 재무제표 손익계산서도 어느 정도 읽게 되었다. 회계어의 알파벳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회계의 길은 멀고 길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회계어로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가볍게 회화정도만 해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개념만 알고 가도 문제없다.  






회계의 기본은 단어암기에서 시작한다.


영어단어를 모르면 영어를 할 수 없듯이, 회계용어를 모르면 회계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용어의 낯섦과 개념의 복잡함 때문에 오해하고 있는 것이 많다. 용어의 의미를 알고 한국어로 번역을 해보면,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이해하는 데는 훨씬 용이하다. 그리고 이렇게 회계 어를 해석하는 기초를 알면, 단어가 붙어 문장이 되어가더라도 서서히 이해가 가능해진다. 앞서 너무나도 간단하게 표현한 카페의 손익계산서도 본질적으로는 한해 몇백억이 거래되는 대기업 손익계산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쓰이는 회계단어의 숫자가 많아지고 좀 더 있어 보이는 문장들이 상당히 많이 쓰일 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렇게 손익계산서를 훑어보는 법을 살짝 배워봤음에도,  가상의 회의에서 회계를 모르는 임원이 궁금해했던 당기순이익이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하고 왜 같지 않냐고 물어본 의미를 알아보기는 힘들다.


왜일까? 진짜 임원이 회계를 모르는 건지, 아님 회계직원이 처리를 잘못한 건지 확인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건 조금 복잡한 회계어의 문법인 재무상태표를 살짝 살펴봐야 될 것 같다. 투비 컨티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