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
⠀나의 한 가지 버릇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남몰래 동공 밑으로 눈물을 밀어 넣는 것이라 답할 것이다. 기어코 나는 오늘 베이글의 최후를 보았다. 여태 먹었던 것과는 다른, 블루베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베이글. 나는 이 달콤한 빵조각의 중앙부를 과감히 찌르기 위해 오늘 도망쳐 나왔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을 감도는 도피의 감격. 그러나 생각만큼 달갑지 않은 도시인들의 타자음. 나는 무수한 인간들의 힘 빠진 뒤통수를 응시하며 커피 한 모금을 삼킨다. 그렇다고 귓구멍에 딱 맞는 이어폰을 계속 고수할쏘냐. 나는 분명히 도시의 잡음을 교란시키려 나왔다. 녹색 토사물과 힘겹게 참아왔던 숨결을 이 세상에 내보이려 베이글의 구멍을 몇 초간 뚫어져라 보았다. 나는 이제 어떤 존재인가. 아직도 구멍 아래로 흐르는 붉은 피가 보이는가. 어쩌면 오늘은 보라색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오늘은 비로소 울지 않을 수 있는가. 아니, 난 버릇이 있다. 공허한 것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차오른다. 비좁은 곳에 숨어 심약하게 울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나의 존재가 이들에게 언짢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 세상에 눈곱만치도 어여쁜 흠집을 내지 못했다. 그저 동공 밑에 살포시 품은 눈물 몇 방울. 나는 다시 창밖의 파란 건물들을 포크로 찌른다. 지난 추억의 광채를 머금은 냄새들이 빈 접시를 메운다. 느른한 상실감이 그 위를 가득 채운다. 난 결코 해롭다 할 수 없는 갈망을 지녔다. 그저 여름의 잔해를 치운다. 난 결코 해롭다 할 수 없는 흉터를 지녔다. 그저 겨울의 차가운 고독을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