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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승 Sep 05. 2022

‘눈눈이이’?!

-난, 변했다. 쪼끔, 아주 쪼~끔.

십 대야 말할 것도 없고, 이십 대 후반까지도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는 게 원만하고 지혜로운 것인지 매일 흔들리며 살았다. 그저 ‘먹고 살기 바빠서’, 하루하루 살았다. 어떡하면 돈 벌 수 있을까가 내 고민의 전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십 대 생활의 대강이다. 책보고, 책 외판원하고, 학원 강사를 하고, 가끔 친구 만나서 술 먹고 당구장 가서 놀고, 교회 가고---.     


그렇게 이십 대 후반을 맞이하고, 29살에 결혼했다(1990년). 생활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시절이 끝나는 듯했다. 학원을 운영하고, 아들도 출생했고, 거처도 안정되어 갔다. 순탄한 생활이 이어졌다. 학원 운영으로 인해 그토록 바랐던 돈을 비교적 많이 벌 수 있었다. 대략으로 비교하자면, 당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급여를 많이 받았던 동년배들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벌었다.      


돈이 너무 없으므로 인해 허덕였던 시간의 끝이라 한다면, 지나친 표현이랴! 학원 운영하며, 힘들었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별도로 한다면! 학원 운영은 그동안 일들과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상황이 과제로 왔다.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로 걱정과 고민으로 꼬박 밤을 지새운 날도 많았다. 제법 관리해야 하는 돈의 규모도 커졌다.      


학부모, 학원생, 강사, 차량직원, 건물주, 교재 거래처 등등 직접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었다. 나름의 어떤 원칙이 필요했었다. 책 외판 영업하면서, 교회 생활하면서 얻었던 인간관계에서의 처세술(?)은 학원 운영에도 도움이 됐다. 젊은 나이에, 짧은 경험일지라도.      


학원 규모는 점점 커졌다. 그에 따라 고민도 깊어졌다. 성공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학원명 ‘성공학원’(1990년~1997년)처럼. 그때 우연히 신문에서 이 내용을 봤다. 신문을 오려서 보관, 학원 운영하는 동안 내내 지갑에 넣고 다녔다. ‘좌우명’이나 되는 것처럼.      


1993년도, 조선일보 기사다. 그대로 옮긴다. (김광일 기자)      


[유럽에선 요즘 경영관리 및 비즈니스 이론 중에 <Tit-for-Tat>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말로 하면 <반드시 보복하기 전략>이다. TFT전략은 4가지 행동양식을 기본무기로 한다.      


첫째, 신사적일 것. 내가 먼저 상대방을 속이거나 배반하지 않는다. 게임 정신이나 둘 사이의 관계를 설정했던 최초 룰을 먼저 파기하지 않는다. 둘째, 반드시 보복할 것. 상대가 반칙을 범했을 경우 지체하지 말고 보복할 것이다. 셋째, 용서할 것. 규칙을 어긴 상대가 반성하고 정상으로 되돌아오면 용서해주라는 것이다. 단 용서를 할 때는 보복에 나설 때와는 달리 약간 뜸을 들여야 한다. TFT전략은 성급한 용서를 배제한다. 넷째, 행동을 명백히 할 것. 사실 TFT전략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상대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TFT 자체를 알아차리도록 한다는 것이 이 전략의 목적이다.     


이것은 동물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로 얻어낸 게임이론의 일종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서로의 관계 진전을 가져오는 전환점을 살펴보면 이 같은 4가지 행동 양식을 추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주간 유러피언誌(지)는 이 TFT전략을 일본의 자동차회사인 혼다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社(사)<BAE>를 상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해설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당초 호혜의 조건을 가지고 관계를 맺었으나 BAE가 불문율을 어기고 독일의 BMW와 거래 했을 때 혼다는 즉각 엄격한 보복 조치를 가했다.      


비록 계약서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 내용일지라도 관례를 깰 때는 단호한 태도로 상대를 응징해야 TFT전략의 효과가 발휘된다. 이 TFT전략을 기업에 적용하려면 그에 따른 원칙과 성공요령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우선 첫째 행동 양식인 신사적인 태도를 지속할 경우 어떤 회사든 고용인, 고객, 자재 공급회사, 동업자 등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두 번째 행동 양식인 보복 의지와 보복 능력 보유를 확인시키는 일은 상대가 룰을 깨지 못하도록 예방할 수 있다. 속았다고 판단됐을 때 예외 없이 보복을 가해야 이러한 효과를 얻는다. 세 번째로 과도하게 보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을 용서하는 일은 반성한 동업자를 다시 내 편으로 만드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넷째로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반만 실행해도 그 회사는 대외적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얻고 제3의 동업자에게도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것이다.      


이 이론의 전문가들은 TFT가 특정 국가의 문화적 배경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국제적 기업 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 어떤 지방에서도 이 같은 4가지 행동 양식을 죄악시하는 문화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93년, 파리특파원 김광일 기자>]     


무서웠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냉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뭔가 끌렸다. 상당 부분 동의가 됐기 때문이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생활의 ‘준칙’으로 삼았다. TFT를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배반하지 말라. 반칙할 땐 반드시 보복하라. 성급한 용서는 금물. 행동을 명백히 밝혀라.>     


‘반드시 보복하라’와 그리고 ‘성급한 용서는 금물’이 무척 마음에 걸렸다. ‘사랑하라’와 ‘용서하라’를 가장 중요시하는, 믿고 있었던 종교의 가르침과 표면적으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전략을 나름 적용했다. 수많은 난제 속에 있는 갈등과 협상 그리고 타협이 요청될 때, 일정 부분 고민을 덜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앞날이 어떻게 될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서, 최후의 결정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나마 불안감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방법이었다. 종교의 가르침과는 조금 다르더라도, 이 기사의 맨 끝부분을 믿고 싶었던 것도 있다. “세계 어떤 지방에서도 이 같은 4가지 행동 양식을 죄악시하는 문화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Tit-for-Tat>. 잠시 잊고 살았다. 내겐 효용을 다 했던가. 아니면 어떤 삶의 변곡점이 있었던가. 오랜만에 본 문구다. <TFT>. 오늘 본 책에서 한 줄만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잊고 살았다면, 왜 잊었나. 내게 효용을 다 했다면, 왜 그런가. 어떤 삶의 변곡점이 있었다면, 어떤 변곡점인가.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으나, 하나만 분명히 밝힌다면, ‘하나님을 제대로 만났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이 있다. 함무라비법전과 성경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함무라비법전은 일반 사람이 확인할 수 없으나, 성경에서는 쉽게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이런 뜻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최소한 당한 만큼, 보복하라.’라는 뜻으로. 함무라비법전에 나오는 그 본래의 법취지는 지금의 나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뜻은 아니다. ‘이웃을 사랑하라’, ‘이웃을 용서하라’라고 무수히 많은 곳에서 말하는데, 갑자기 ‘최소한 당한 만큼, 보복하라’니, 말이 되는가.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혹, 절대 용서할 수 없어서 보복한다고 해도, ‘최대한 그만큼만 하라’는 뜻이다. 따귀 한 대를 맞았으면, 최대한으로 따귀 한 대를 때려야지, 주먹이나 몽둥이로 그 이상으로 때리라는 말이 아니다. 인간은 본래 악해서 결코 당한 정도만큼의 보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결국은 ‘용서하라’라는 뜻으로 연결되는 거다.      


TFT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볼 수 있다. 생존과 진화에 있어서 최고의 전략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간을 ‘이기적인 유전자’의 집합체로 본다면, 상당 부분 동의가 된다. 인간을 오직 자기의 유익만 아는, 오직 자기가 옳은 줄만 아는, 오직 자기가 최고인 줄만 알고 남을 스스럼없이 ‘깔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나 인간은 그런 존재만은 아니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생명도 희생할 수 있는 존재다.      


웬 뜬금없이 이상한 분위기로 흐른 거 같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아니, 원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남은 인생 이렇게 살겠다. 성공학원과 A플러스중앙학원(1998년~2003년)을 운영할 때 사용했던 TFT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더 큰, 더 확실한 성공 전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난, 변했다. 쪼끔, 아주 쪼~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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