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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Oct 09. 2023

주고 또 주어도 부족한가
늘 걱정인 그녀

대한민국 최대오지 산골에 사는 영자씨

가난한 집 친정보다 가을이 낫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게 온 산야에 먹을 것들이 널려 있는 계절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이듯, 산야에 널린 열매와 나물을 채취하려면 수고와 애씀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돈이 없으니 몸으로 수고하고 애를 써야만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시대였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마트에서 편하게 사먹으려 하지 수고를 하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정산골에서 나온 열매나 나물 또는 직접 손으로 일일이 만든 제품이나 식품들은 값이 많이 나간다. 


깊은 산골, 우리나라 최대의 오지이자 최대의 금광 생산지였던 깊은 산골짜기에 사는 영자씨가 산에서 따온 열매와 각종 야채를 아리바리 챙겨왔다.  마치 친정엄마가 시집보낸 딸자식보로 온것마냥 말이다. 



깊은 오지 산골에 자리잡은 그녀

얼굴도 동안인데다 환갑을 넘었다는 증거로 민증을 까보인 건강한 미소를 지닌 여인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는 기분좋으시라고 영자씨라고 불러드리면 그것을 가장 좋아하신다. 경기도에서 30년 넘게 살다가 고향으로 내려온 영자씨는 이 최대의 산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마을이라 일본인 학교와 한국인 학교가 나란히 있었다는 마을, 지금은 건물은 없어진 빈터만 남은 자리이지만 그때 기억이 선한지 열정적으로 이곳 저곳을 설명해주셨다. 내 눈에는 오직 산과 나무, 그리고 온 산을 뒤덮는 풀뿐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지난 과거 번영했던 마을이 여전히 그려보이는것 같았다. 

30년 동안 남의 머리를 만지는 일을 하다보니 몸이 여기저기 고장도 나고, 쉬고 싶은 생각에 고향에 내려온 영자씨는 남자보다 더한 여자다. 그녀는 깊은 산골, 개울을 건너야 집에 다다를 수 있는 위치에 산다. 3만명이 넘게 살았다는 마을에 지금은 30명 내외가 산단다. 마을이 사라진 것이다. 금을 더 이상 캐지 않으니 말이다. 고향에 돌아온 그녀는 직접 개울에서 돌을 3년동안 가져다 구들을 완성했고, 전기와 용접을 배워 직접 집도 고쳤다. 눈썰미가 좋아 일에 대한 겁도 두려움도 없다. 신경통에 고통받는 동생 이야기를 해주며,  봉침을 수십대 놔주니 신경통이 나았다며 나에게도 아프면 말하라고 한다. 아직은 들판에 활동하는 벌들이 있다면서 말이다. 




주고  주어도 부족한가  걱정인 그녀

그런 영자씨를 알고 지낸지 두해이다. 자주 만나거나 소식을 전할 접점은 없지만, 그녀는 늘 사람에 대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씨 넉넉하고 따뜻한 사람같다. 그녀가 사는 집 근처에 사진 촬영을 갔다 인사차 들르니 줄 것이 없다며 달걀 후라이를 10개나 했다. 아이쿠….그녀는 밥이 없어서 뭘 줄것이 없다며 참깨와 왕소금을 듬뿍 뿌려 그녀만의 달걀 후라이를 완성했다. 다 먹을수도 없는 후라이를 그녀는 뜨끈뜨끈하게 만들어 당귀 초절임과 같이 내어주었다. 무엇이건 가진 것을 나누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녀다. 절반 이상의 계란 후라이를 혼신의 힘을 다해(?정말 짰다) 먹고 그녀의 집을 나서는데 그녀는 산딸기라며 산야에 널려있으니 따먹으라고 했다. 풀이 많은 곳은 해충과 긴 짐승이 있으니 항시 조심을 해야해서 산딸기보다는 급히 서둘러 내려왔다. 


그런 영자씨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축제장에 그녀가 채취한 송이버섯과 말린표고를 팔러 나온 김에 들렀다면서 말이다. 반가운 마음에 나를 애인이라고 주변인들에게 소개를 한다. 언제나 씩씩하고 해맑은 그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다. 시간을 쪼개서 어르신들 이미용 봉사를 온 지역마다 다니는 그녀.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그녀. 그 곱디고운 손으로 개울돌을 나르다 허리가 아파와도 3년간 주워다 구들을 쌓고, 용접을 하고. 그러다 송이버섯을 따러 온 산야를 사슴처럼 뛰어다니는 그녀. 


“영자쌤, 행복하세요?”


“그럼, 행복이 별게 아니야.  내가 웃을 수 있으면 되. 사람들 머리만지고 살때는 늘 피곤했어. 여기에서도 자꾸 미용실을 내라고 하는데 싫어. 이 나이에 왜 돈버는 것에 집착하냐. 조금만 쓰고 살아도 내가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풍요롭게 살 수 있어. 내가 행복하다 생각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면서 어깨를 활짝 펴고 즐겁고 재미있게 살면되는거야. 나는 사는게 정말 재미있어”


그녀는 시간만 나면 온 산야의 야생화를 수집하기도 하고, 계곡에서 가재낚시를 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가 올 가을 산에서 야생 오미자를 보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땄는데 4kg이나 된다고 한다. 혼자먹을 수 없어 나누려는데 내 생각이 났다고 하신다. 아이구….양도 많아서 몇년을 두고 먹어도 될 것만 같다. 몇 시간이 흐른후 아쉬웠는지 그녀는 배추 열댓포기를 뽑아다준다. 김치를 담궈먹으라고 말이다. 김치를 담글 줄 모르는게 나에게 그녀는 배갈아넣고 고춧가루 넣고 대충 버무리면 된다고 용기를 주지만, 아마도 생배추로 먹지 싶다. 그런 그녀가 또 아쉬웠던지 말린 표고 몇 송이를 주고 간다. 거기에 더해 못난이 송이라며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라며 송이버섯 한 송이를종이에 돌돌 말아 준다. 귀하디 귀한 송이이지만, 평생 안 먹고 살아본 나는 송이를 안먹어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으니 괜찮다고 하여도 그녀는 손에 꼭 쥐어주고 간다. 무엇이 그리 아쉬워서 주고 또 주고 또 주는 것인지….그 정이라는 것이 샘처럼 깊어 한없이 솟아나온다. 그녀에게 해 준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그녀는 마음을 그렇게도 써준다. 그녀의 집을 지나는 길에 들러 인사하고, 오가는 길에 만나면 따뜻한 커피 한잔 대접해드리는 것 말고는 해 드린게 아무것도 없다. 


정이라는게 사랑이라는 것이 주고 또 주어도 부족한 것이라 정은 ‘들고, 깊어진다’라는 표현을 쓰나보다.


영자씨에게 받은 사랑과 정으로 오늘 아침을 챙겨먹고 늦은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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