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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Oct 03. 2023

내가 너를 어떻게 돕니

그저 옳다고 믿는 일을 할 뿐이야

정치에 관심이 없는 나를 사람들은 오해를 한다. 한 번씩 의견을 피력할치라면 정치판에 한 다리 걸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당가입을 권유한다. 노노노!

혈육 같은 언니 H는 이빨이 하도 강해서 나를 사정없이 물어뜯을 때가 많다. 대화하다 보면  내가 말문이 막힐 때도 많고, 언니가 중간에 자리를 털고 나올 때도 종종 있다. 정치, 사회, 역사에 해박한 언니는 마음이 아랫목같이 따뜻하기도 하면서 시니컬하다. 가깝다고 봐주는 것도 없고, 내가 힘들다고 편을 들어주지도 않는다.


언니는 성향상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며 뉴스에 진심이다. 논객이 따로 없다. 말이 칼날같이 매서워 한 마디씩 베일 때면 쓰리다. 언제나 내게 헌법 제1조의 무게를 얹어주었고, 국민으로서의 실천적 행동도 강요(?)했다. 촛불집회에 가지 못했을 때도 언니는 혼자서 조용한 시위에 힘을 더했고, 이 나라의 미래를 진정 걱정했다. 아이들의 미래이기도 하기에 언니가 무엇을 걱정하고 염려하는지 안다. 옳고 그름의 경계선이 무너졌고, 상식은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인 세상이 되어버렸기에 암울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언니는 나를 도마에 올려놓고 사정없이 칼질도 부족해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 오만 양념을 더해 나를 질식하게도 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 가치관, 인생관, 심지어 종교까지도 난절하게 비판받았고, 상대에 대한 분석과 정치사회적 맥락들은 비판의 논거가 되었다. 덫처럼 엮인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는 내가 생각을 바꿔야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도,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는 나인 것을 언니는 진정 모르는 것인지… 참 달라도 다른 우리다.  그래도 언니는 버거운 날에 날 위로했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소리없이 그저 해 주었다.


“그저 나는 옳은 편이야. 나는 너를 도울 힘도 없고 능력도 없어. 내가 너를 도왔다고 착각하지 마. 그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해도 동일하게 행동했을 거야.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그저 할 뿐이야”


그런 언니를 좋아하고 곧잘 따르면서도 언니에게 물어뜯길 때는 많이 아프다.

그리고 이런 류의 말은 참 아팠다.


“너는 뼛속까지 좌파야! 너랑 무슨 대화를 하니?”


하며 혼자 분을 삭이지 못해 자리를 털고 나갈 때가 많은 언니. 그럴 때마다 나를 좌파라고 몰아세우며 날 당황스럽게 하는 언니.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를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하는 무지한 나를 언니는 언제나 좌파로 몰아세웠지만, 그런 언니의 독설때문에 어쩌면 내가 조금 더 균형있는 시각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서로 사상과 가치관이 매우 달라 다툴 때도 많지만, 그래도 언니가 왜 그러는지 알기에 언니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뜯긴 상처가 아물 때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언니, 죽지살지 대들어서 미안했어요.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보니 언니한테 할 소리 안 할 소리 참 많이 했더라구요”


“철들었네? 행복한 것만 생각해. 좋은 것만! 알겠지?”


역시 쿨한 그녀다.

나를 아껴서, 나랑 친하다고 해서 내편을 들어주지는 않는 그녀. 내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온갖 독설을 쏟아부었던 그녀. 그녀로 인해 조금은 성장했고, 또 조금은 단단해졌다.

내게 독설을 퍼붓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무게를 진중하게 느끼는 언니의 삶을,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  응원하며 바라보고 싶다. 세월이 가면, 지금처럼 아프게 물어뜯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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