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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메이 Oct 24. 2021

돈 이야기를 가까이 하자

내 월급은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돈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주위에 돈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만들면 좋습니다. 아무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할 사람이 있으면 훨씬 수월한 측면이 있으니까요. 저는 부부가 함께 재테크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부럽습니다. 제 남편은 부동산과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고, “돈도 없지만 대출도 없다”가 자랑인 사람이기에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동네에 구경을 가거나 주식 종목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긴 합니다.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저는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들을 구독하고, 관련 책을 읽고, 게시판을 들락거리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공부를 먼저 했었다면 첫 직장에서 1년에 600만원도 모으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경제에 대해 감각이 있다는 착각도 하지 않았겠지요. 아마도 그때는 갓 학생에서 벗어나 처음 받아보는 각종 회사발 혜택(복지포인트, 문화카드, 식권 제공 등)을 무의식 중에 제 소득에 포함시키고 우쭐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를 위해 변명을 살짝 하자면 저는 제가 꽤 괜찮은 직장인이라고, 경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최소한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실제로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한참 유행이던 재테크 고수들의 조언을 받들어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재무상담도 받아보고, 가계부도 쓰고, 돈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통장을 만들고(심지어 노후 통장도 있었습니다), 나름 아끼면서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그때만 해도 ‘재테크’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였고, 지금처럼 부동산과 주식 등 돈 버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긴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게다가 문과 출신인 저에게 ‘돈 이야기’는 일종의 금기 같은 것이었기에, 저의 ‘재테크 부심’은 더 숨겨야 할 그 무엇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각자 맞는 재테크 방법은 따로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술, 담배를 안 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를 사먹는 것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루 카페라떼 한 잔의 값을 아껴서 꾸준히 돈을 모으면 기대 이상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라떼 효과’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커피를 좋아하는데 ‘라떼 효과’를 기대하며 하루 커피 한 잔의 소비를 억지로 참으면 다른 소비에 더 크게 쓰는 경우가 분명 생깁니다. 하지만 당신이 술, 담배를 하면서 커피까지 마시겠다고 한다면 커피를 추가로 사기 전에 ‘라떼 효과’를 생각해봐야겠지요. 


하나 더, 외모를 꾸미는 비용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탈코르셋’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장품이나 옷, 장신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번쯤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싸구려 옷을 마구 사들이는 버릇은 돈 낭비이며,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옷과 화장품 소비가 대폭 줄었다고 하죠? “옷이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말에 많은 여성들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여성들이 옷에 돈을 많이 썼는데 쓸데없는 돈을 썼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신박한 정리’에 나오는 말처럼 이 옷들이, 이 아이템들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많은 재테크 책들에서 꼭 나오는 조언 중의 하나가 ‘자동차를 없애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차는 사는 순간부터 가격이 떨어지며 세금,보험료,주유비,주차비,각종 정비 등으로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는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방에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중고차라도 한 대 끌고 다니지 않는 이상 생활이 불편해질 겁니다.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운전을 할 줄 알고 차를 갖고 있는 여성일수록 이동의 자유로움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비용으로만 계산해서 자동차 보유 여부를 따질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주위에 돈 이야기를 할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재테크 책을 부지런히 읽습니다.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전자책을 구독하고 있는데, 실물 책을 사서 읽기는 살짝 아깝지만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자주 업데이트됩니다. 특히 재테크 분야 책들은 쭉쭉 읽으면서 나에게 맞는 것, 혹은 괜찮아 보이는 노하우를 습득하기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사회 초년생, 주부, 혼자 사는 여성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 책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하지만 내용은 놀랍게도 비슷비슷합니다. 그래서 저는 은행이나 증권사에 재직 중인 사람의 책보다는, 실제로 자신이 투자를 하거나 얼마 이상의 돈을 모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책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은행에 대한 팁들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너무 많지만, 돈을 모으는 경험이라면 최소한 하나쯤은 건질 만한 팁들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행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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