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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메이 Oct 24. 2021

정부도 뉴스도 믿지 마세요

사회생활을 언론사에서 시작했습니다. 대형 언론사 두 곳에서 일하면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지요. 20대였던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뉴스가 허술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취재 나가기 전에 이미 취재 방향이 정해져 있다보니 하나의 방향이 설정되면 모든 기사가 그 방향으로 작성됩니다.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면, 그 기사에 맞는 취재원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모든 언론사가 열심히 비슷한 기사를 생산합니다. 인터넷 제목 클릭 장사가 심해진 요즘은 더할 겁니다. 특정 이슈에 몰려서 비슷비슷한 기사가 쏟아지면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정작 중요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월 200만 원에서 300만 원쯤 버는 당신에게 중요한 정보는 뉴스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강남의 30억 넘는 아파트값이 떨어지든 말든, 당신이 살 수 있는 아파트는 공중파 뉴스에 나올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그 아파트의 가격이라면 더욱 뉴스에 나올 일이 없습니다.강남은 대한민국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하고 핫한 곳이고, 비강남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으니 뉴스에는 강남 아파트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저는 지나친 서울 중심주의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만드는 지금의 뉴스에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한국의 주류 미디어는 전 국민이 서울에 사는 것이 아닌데 마치 모든 사람이 서울에 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강남에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이 아닌 것처럼 떠들어댑니다. 서울에 태풍이 오면 하루종일 뉴스 특보를 하지만 남부 지방에 태풍이 오면 뉴스에 한두 꼭지 나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처럼… 재무 고민을 해결해준다면서 한 달에 1000만원 넘게 버는 고소득 전문직 맞벌이 부부의 사연을 신문 지상에 버젓이 싣고, 아파트를 몇 채씩 갖고 있는 사람의 노후 걱정을 재무 전문가가 해줍니다. 충분히 돈을 내고 상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사연으로 공론장인 언론의 지면이 채워지는 것이죠. 


영국에서는 계급간 격차가 심해지고 고학력자를 선호하는 풍조 때문에 기자진이 중산층 이상 명문대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어서 빈곤층을 조롱하는 기사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한국 언론이라고 다를까요? 언론 종사자들이 대부분 서울에 사는 중산층 이상이거나 특정 대학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성원의 균질도가 높기 때문에 특정 계급의 이슈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다뤄지고, 대표됩니다. 좋은 집안 출신일수록 영향력 있는 취재원과 사적 친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솔직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언론과 정보의 편향이었습니다. 내 주위에는 대기업 직장인이 거의 없고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세후 수령 월급이 300만원을 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왜 이렇게 적게 버는 사람을 위한 재테크 책은 없는 것일까 싶었거든요. 무료라고 해서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는 대신 "지금이라도 보험 들라"는 이야기로 끝나서 실망한 적도 많습니다. 연봉 1800만원에서부터 시작한 제가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 막막한 상태에서 몸으로 부딪히고 겪으면서 알게 된 노하우라도 나누고 싶었기에 이 글들을 쓰게 되었습니다.

 


언론사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뉴스는 정답이 아니라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겁니다. 뉴스에서 취재해 보도하는 현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여론을 청취한다고 나가는 곳은 방송국에서 가까워서 촬영이 용이한 여의도이거나 상암동입니다. 여의도공원에 앉아있다가 라디오 캠페인 녹음을 한 적도 있고, 여의도역으로 퇴근하면서 서로 다른 방송국에서 나와 리포트하는 기자들의 풍경을 본 적도 많답니다. 여의도가 어떤 대표성을 갖고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가까워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시간이 없고 급할 때에는 그냥 아는 사람이 갑자기 신뢰도 있는 취재원이나 관계자로 둔갑하기도 하지요. 기자가 아는 사람이 하소연하는 이야기가 중요한 기사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TV를 틀 때마다 “서울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고 해서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뉴스에 많이 나온다고 해서 진실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 중의 하나인 사회 현상으로, 내가 모르는 새로운 정보로 건조하게 받아들이면 그뿐입니다. 저는 서울의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그 떨어진 전세값이 10억원도 넘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뉴스를 볼 때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외면하곤 했었습니다. 안 그러면 10억은커녕 1억도 없는 내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지고, 저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다른 세상이라는 걸 자각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당신이 비서울 거주자라면 모르긴 몰라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번쯤은 했을 겁니다. 나는 서울에 집을 살 이유가 없는 사람인데도 지금이라도 서울에 집을 사지 않으면 실패자가 될 것 같은 기분, 저렇게 많은 돈으로도 집을 살 수 없는 곳이 서울이라는 현실 자각, 저런 동네에 사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저 집을 살 수 있었을까 등등… 이런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뉴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는 그런 뉴스가 아니니까요.

 


정부라고 해서 당신의 재정을 책임져 주지는 않습니다. 정부 정책은 중요한 참고자료이지만,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못 됩니다. 정부는 당신을 힘들게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돈을 벌게 해주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 않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 것이겠지요. 

정부를 무조건 불신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맹신해서도 안 됩니다. 정치적 지지와 당신 삶의 많은 부분을 좌우할 경제적 선택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도, 그 누구도 당신의 경제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선택은 당신의 몫이고, 판단 역시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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