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흙수저의 가장 큰 단점은 “부모로부터 돈에 대한 개념이나 투자 감각을 배우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투자에 대한 관념이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지는 계층 수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죠. 한 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님이 금융, 부동산 투자 관련 활동을 장려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응답수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부동산이나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 주변에 많고, 관련 이야기나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란 사람과 빚에 시달려서 대출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란 사람은 출발선에서부터 차이가 날 뿐더러, 이후에 개인의 경제 활동에서 이뤄지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다른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 몇 번의 판단들이 경제적 격차를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요.
저 역시 경제적 영역에서 주위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얼마 되지 않는 자원을 뺏기다 보니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종자돈 마련의 경험이 늦어졌고, 결과적으로 자산 형성에 중요한 초기 10여년을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흙수저인 것도 억울한데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아깝고 화날 때도 많지만, 지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었다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죠.
사회 초년생 시절 제 가장 큰 패착은 이것저것 너무 많은 시도를 했다는 것입니다. 풍차 돌리기 저축은 물론이고 펀드도 채권형, 주식형, 혼합형, 국내주식 투자형, 해외주식투자형 등 다양하게도 만들었습니다. ‘경제신문을 매일 읽으라’는 조언에 심취해 너무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무리하게 적용하려고 하다 보니 월급과 제 금융 지식에 비해 너무 많은 금융상품에 가입했던 거죠. 월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소액이었기에 투자라기에는 너무 소소한 금액이었고, 실제로 각 상품별의 차이를 유의미하게 느끼기도 어려웠기에 돈이 얼마 모이기도 전에 금방 찾아 쓰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종잣돈이 모일 때까지는 우직하게 적금 자동이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풍차 돌리기' 같은 방식도 처음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저 열심히 회사를 다니며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게 하면 됩니다. 자동이체라는 마법이 당신의 돈을 흘러나가지 않을 적금 계좌로 옮겨준 후, 조금씩 불려줄 테니까요. 눈덩이처럼 처음에는 속도도 느리고 재미없고 지루할지 모르지만, 장담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당신도 놀랄 정도로 모으는 돈의 규모가 커질 겁니다.
결혼해서 통장을 합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한 사람의 수입보다는 두 사람의 수입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수월하고, 아이를 낳기 전에 바짝 모으는 것도 괜찮습니다. 참고로 저희 부부는 결혼 전 소형 평수의 임대 아파트에 각자 살면서 2년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보증금을 통해 처음으로 돈을 모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 경제 마인드가 조금이라도 더 있었다면 열심히 모은 청약통장을 임대아파트에 쓰는 대신 신축 아파트 분양을 받는 데 썼겠지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그 집에서 잘 살았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지나간 일에 미련을 갖지 말고 다음에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을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