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복한 독수리 최강 한화 <18>

'연습생 신화' 한용덕과 가을의 신화

by 김일주

2017년 10월 30일. 이날은 2017시즌 프로야구가 대장정의 막을 내린 날이다. 잠실야구장에는 기아팬들의 큰 박수와 환호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기아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7년. 다른 9개 구단은 쓸쓸히 기아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가장 아쉬웠을 구단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한화이글스. 10년 동안 TV로 가을야구를 지켜봤을 한화 선수단과 팬들. 하지만 계속 아쉬움에 사로잡혀 살수는 없었다. 2017시즌이 끝났지만 독수리군단은 새로운 다짐과 함께 곧바로 비상하겠다는 신호를 알렸다.


거북이 인생 28년 이글스맨

2017년 10월 30일. 야구팬에게는 기아의 우승으로 기록된 날이자 프로야구가 한 시즌을 마무리한 날이다. 하지만 한 팀은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독수리 군단이었다. 한화팬들에게는 새 출발을 알린 날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의 선봉장을 맡은 주인공은 이글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한용덕이었다. 2017년 두산베어스 수석코치로 일하던 한 감독은 한국시리즈 종료와 동시에 한화 이글스의 제 11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계약 조건은 3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12억원이다. 한화 구단은 “팀의 변화와 혁신, 리빌딩을 통한 젊고 강한 구단 구축을 위해 제 11대 감독으로 한용덕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용덕 신임 감독의 풍부한 현장 및 행정 경험이 팀 체질 개선은 물론 선수 및 프런트 간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낼 것으로 판단, 구단 비전 실현의 적임자로 선택했다”며 한화가 앞으로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가장 맞는 지도자임을 적극 홍보했다.


한용덕의 선수 시절은 어땠을까? 이글스의 대표적인 투수 레전드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등과 같은 화려한 이름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글스에는 또 한명의 숨은 레전드가 있다. 소리 없는 강자로서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던, 그러나 이글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나이가 있었다. 천동초-충남중-천안북일고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충청도의 남자 한용덕이었다. 1987년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선수로서의 첫 발을 뗀 한용덕은 1990년 13승, 1991년 17승, 1993년 10승, 1994년 16승 등 빙그레 이글스 시절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선수-코치-감독대행-단장특보 등 28년을 이글스만 가슴에 품고 살았던 한용덕. 하지만 한용덕의 선수 시절은 화려함과 시련이 공존했다. 한용덕은 동아대 재학 시절 왼쪽 무릎 관절염으로 인해 입학 1년 만에 중퇴를 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이후 군복무를 해결한 한 감독은 트럭 운전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등 어려운 청춘 시절을 보냈다.

프로선수로서의 첫 출발은 비포장도로처럼 거칠었다. 1987년 빙그레 이글스 연습생으로 입단한 한 감독은 ‘배팅볼 투수’로 프로선수로서는 초라한 출발을 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근성을 지닌 그는 팀으로부터 곧 인정을 받으며 1988년 정식 선수로 계약을 맺었다. 10승 이상을 찍는 안정적 활약을 이어가던 그는 1994년 교통사고를 당하는 시련을 겪는다. 이후 2004년 은퇴할 때까지 단 한번도 10승을 거두지 못하는 불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감독의 선수 시절은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존재했다.

뛰어난 근성을 지닌 한 감독은 1994년 교통사고를 당하며 선수생활의 큰 위기를 맞이했지만 다음해인 1995년 팀에 복귀해 3점대 방어율과 180.1이닝을 던지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점차 선발투수로서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그는 1998년 중간계투로 보직을 변경하였고 방어율 2.26(전체 3위)을 기록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그리고 중간계투로 무려 131.2이닝을 책임지며 규정이닝을 채우기도 했다. 이후 선발투수로 다시 기회를 얻었으나 예전과 같은 힘을 보여주지 못한 그는 2000년 리그 최다패를 기록하는 등 시련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어쩌면 연습생으로 데뷔한 그에게 시련은 항상 존재한 것이었고 그는 담대하게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1994년 사고 이후 화려한 선발투수로서의 경쟁력은 잃었지만 묵묵히 팀을 위해 뛴 그는 2004년 은퇴할 때 120승 투수로 이글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선수 시절 통산 성적은 472경기 등판, 120승 118패 24세이브, 방어율 3.52, 1,341탈삼진. 배팅볼 투수로 입단한 한용덕은 토끼보다는 거북이에 가까웠다. 다승왕, 방어율왕 같은 화려한 타이틀을 단 한 번도 수상한 적 없이 근성 하나로 프로 무대를 버티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1991년 12완투(2위) 4완봉(1위), 1993년 12완투(1위)를 기록한 것이 그의 뛰어난 근성을 보여준다. 교통사고 이후 복귀한 1995년에도 9완투(3위) 3완봉(2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정신력을 보여줬다. 배팅볼 투수로 출발해 10승 투수 반열에 오르며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한용덕. 교통사고 이후 에이스 자리에서 내려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이 필요한 자리에서 성실하게 차근차근 1승씩을 쌓아올린 승수가 무려 120. 한용덕 이름 석자는 이글스 명투수로 팬들에게 기억됐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그의 야구 인생은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마침내 이글스의 부활을 이끌 사령탑이 된 한용덕.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한화 선수단에게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팀의 안정화와 함께 리빌딩이라는 숙원 과제도 풀어야 했다. 한 단계씩 밟아야하는 문제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고 결코 서둘러서도 안 된다. 거북이와 같은 침착함과 꾸준함이 동반되어야 리빌딩도 완성될 수 있다. 초라하고 느려보일지라도 다시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가야만 하는 독수리 군단.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게 해줄 사령탑 한용덕 감독. 이제 감독이 되어 또 다시 거북이와 같은 출발을 앞두게 된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써내려갈 그의 감독 인생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한 감독은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으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기쁘고 감사하다.”며 “선수단, 프런트 모두 하루빨리 만나 내년 시즌을 즐겁게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한화 이글스에는 훌륭한 선수들도 많고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도 많다. 팀의 육성 강화 기조에 맞춰 가능성 있는 많은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께 땀 흘려 나가겠다.”는 소신과 함께 이글스의 부활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예고했다.


이글스의 미래는 우리가! 다시 뭉친 이글스 레전드 3인방

한용덕 감독 선임에 따라 코칭스태프도 새롭게 구성됐다. 새로 합류한 코칭스태프들은 한화팬들에게 너무나 반갑고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이글스 역사의 황금기를 대표했던 홈런왕 장종훈, 최고투수 송진우가 독수리군단으로 돌아왔다. 장종훈은 수석 및 타격코치, 송진우는 투수코치로 영입됐다. 1986년 연습생 신분으로 이글스에 입단한 장종훈은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 시대를 연 최고의 홈런타자 중 한 명이다. 홈런왕과 타점왕, MVP 등을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한 장종훈은 통산 340홈런을 기록한 우타 거포로 지금까지 한국야구사의 홈런왕 계보를 잇는 타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투수코치로 돌아온 송진우는 1989년 입단해 21년간 이글스 유니폼만 입고 뛰며 통산 672경기 3003이닝 210승 103세이브 방어율 3.51을 기록한 레전드 투수다. 210승은 아직까지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독보적 기록이다.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감독과 코치로 함께 뭉친 한용덕과 장종훈 그리고 송진우. 이들 3인방에게는 이글스의 몰락이 누구보다 가슴 아팠을 것이다. 이들 3인방은 서로 공통 분모가 많다. 아직까지 한화의 유일한 우승으로 남아있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멤버로 남아있다. 한용덕과 장종훈은 투수와 타자로서 연습생 성공 신화를 쓰며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인물이다. 한용덕(통산 120승)과 송진우(통산 210승)는 이글스 명투수 계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며 영광의 순간을 누렸던 3인방은 은퇴 뒤에도 이글스 코치로 몸담으며 영원한 이글스맨으로 활동해 왔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이글스의 암흑기 동안 이들은 제각각 팀 성적 부진 및 감독 교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독수리 군단을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떠나도 팀은 계속되는 장기간 부진 및 가을야구 진출 실패를 겪고 있다. 뼛속까지 이글스의 피가 흐르는 이들 3인방은 팀의 추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선수시절 팀의 영광을 함께 했었던 이들은 은퇴 후 팀의 긴 암흑기를 지켜보며 이글스맨으로서 많이 아프지 않았을까?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 속에 구단은 다시 한 번 코칭스태프 교체를 감행했고 구단은 이글스의 영광을 함께한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글스를 사랑하는 사나이들에게 팀의 미래를 맡겼다.

늘 1등만을 달려왔던 김응용 감독과 해태 타이거즈 레전드로 구성된 코치진들도 이글스의 부활을 이끌기는커녕 2년 연속 꼴찌에 머무르게 했다. 세밀한 전력과 전술로 약팀을 강팀으로 변화시키는데 최고를 자부하던 ‘야신’ 김성근 감독과 일본인 코치진들도 이글스를 강팀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선수로서 팀의 우승을 경험했던 한용덕과 장종훈, 송진우는 팀의 반등을 이끌 것인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의 독수리 군단의 암흑기도 10년이 됐다.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 이글스 레전드 3인방 손에 달린 독수리 군단의 2018시즌은 어떻게 펼쳐질까?


반전의 시작! 독수리의 기적

한화 이글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가을야구를 경험해보지 못한 팀이다. ‘10년 암흑기’를 겪은 독수리 군단에게 가을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매해 가을야구를 다짐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10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세 명의 명감독들은 저마다 독수리에게 화려한 가을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가을에 쓸쓸히 짐을 싸고 떠나기를 반복했다. 선수 시절 해결사로 불리며 패기 있게 대전 땅을 당당히 밟았던 사나이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업적과 명예를 누리던 사나이들도 예외 없이 독수리 군단에서는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2018년 프로야구에는 최고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종목을 막론하고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반전은 늘 일어나는 법이다. 그것이 스포츠가 주는 큰 묘미이자 팬들을 끌어 모으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2018년에도 어김없이 프로야구에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반전은 한화팬 모두가 기다려왔던 그러나 어쩌면 그 누구도 기대 못한 것이었다. 야구공은 둥글다. 투수가 어떻게 던질지, 타자가 어느 방향으로 타구를 날릴지, 혹은 그라운드에 구르던 공이 불규칙 바운드가 되어 엉뚱한데로 튀어 오를지 등등 예측불허의 매력을 지닌 스포츠다. 그리고 그런 예측불허가 2018년에도 탄생했다.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전 하나의 관문이 있다. 시즌 판도 예측이다. 시즌 전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은 저마다 각 팀들의 전력을 분석하며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야구팬들은 큰 기대감을 안고 개막을 목 놓아 기다리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한화팬들에게는 그저 남다른 세상일뿐이다. 어느덧 시즌 판도 예측에서 최약으로 꼽히는 것이 독수리 군단에게는 일상화가 되었고 팬들은 그저 꺼져가는 촛불을 지켜보는 심정으로 한화를 응원한다. 꺼져가는 촛불 가운데에 마지막에 희미하게 비추는 불을 보며 조금의 희망을 갖는 한화팬들. 그 희망을 가슴 속에 품으며 최강한화를 외치던 한화팬들에게도 기적이란 것이 찾아왔다.


그렇다. 그 기적은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고 한화팬들에게도 찾아왔다. 꺼져가던 작은 불씨가 다시 힘을 얻어 독수리 군단을 밝게 비추었다. 2018년 한화의 최종 순위는 3위. 77승 67패의 높은 승률(0.535)을 기록하는 대반전을 쓰며 가을야구 진출을 이루었다. 11년 만에 만끽하는 가을의 향기, 가을의 냄새를 독수리도 맡을 수 있었다. 그 달콤한 향기에 취하기까지 숱한 고비와 난관을 헤쳐온 독수리 군단. 그들은 어떻게 기적을 써내려 갔을까?


가을의 신화! 11년만의 가을을 만끽한 독수리

한화의 2018시즌 예상 순위는 최약체에 분류됐다. 10년 동안 이어지는 암흑기,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 어린 선수들의 더딘 성장, 주전과 백업 선수간의 격차 등 부정적인 키워드만 가득했다. 그러나 이 모든 키워드를 잠재우고 보기 좋게 야구계의 모든 이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린 독수리 군단. 전문가들과 수많은 야구팬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린 일등 공신은 ‘연습생 신화’출신의 한용덕 감독이었다. 이글스맨으로 살아왔던 그는 독수리를 어떻게 부활시키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선수시절 숱한 난관을 헤쳐 나가며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은 그는 이번엔 감독이 되어 팀의 여러 난관들을 극복하게 만들었다. 성공과 시련을 모두 맛본 그는 어떻게 해야 다시 도약하는지 알고 있었고 부임 첫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연습생 신화’에 이어 또 한번의 신화를 썼다. ‘11년만의 가을야구 진출 신화’를 직접 쓰며 이글스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동시대의 레전드 투수들과 비교해 다소 초라했던, 조연에 가까웠던 한용덕이 마침내 주인공으로 발돋움한 순간이었다. 한용덕은 마침내 감독이 되어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거북이 같았던 그의 야구인생이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한화팬들에게는 최고의 감독으로 불린 한용덕의 화려한 2018년이었다.

11년 만에 대전에서 열린 독수리들의 가을 축제. 2007년 10월 17일은 대전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3차전. 상대는 두산 베어스였다. 그날 이후 11년 만인 2018년 10월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번 상대는 넥센 히어로즈였다. 드디어 축제가 열린다. 대전에서 가을야구를 보는 것이 얼마 만인가? 2007년 이후 날개가 꺾인 독수리 군단의 추락. 10년 암흑기를 겪으며 세 차례의 감독 교체, 고액 FA 선수 영입, 수준급 용병 선발 등 하늘로 다시 비상을 시도했지만 독수리가 아닌 박쥐처럼 동굴 같은 어둠의 터널만 해매이게 된다. 그렇게 모두가 지쳐가던 시기.

그러나 야구는 계속됐고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프로야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야구를 통해 독수리 군단의 역사가 시작됐고, 이글스 팬들은 최강한화를 외치며 독수리군단의 화려한 반등을 꿈꿨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독수리 군단에게 마침내 기적이 찾아왔고 2018년 10월 대전에서 가을바람과 함께 독수리들의 화려한 축제가 펼쳐지게 됐다. 총 20차례의 홈경기 매진, 구단 역사상 최초의 70만 관중 돌파(73만 4천110명) 등 흥행에서도 최고의 2018년을 보낸 독수리 군단. 이젠 더 냉정하고 치열하고 공 하나에 웃고 울게 될 가을의 축제가 시작됐다. 모두가 웃을 수는 없다. 최후의 승자는 단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독수리가 써내려가는 가을의 축제. 독수리는 어디까지 날아오를 것인가?


김태균이 전한 짧은 가을의 행복

11년 만에 찾아온 독수리군단의 가을 축제는 기대보다는 아쉬움으로 막을 내렸다. 독수리들의 가을야구 축제는 단 5일에 불과했다. 2018년 10월 19일부터 대전에서 펼쳐진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각각 2대3, 5대7로 패배한 독수리 군단. 수많은 공격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수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진 마운드. 정규리그 3위 한화와 4위 넥센의 맞대결. 그러나 단기전 경험에서 나오는 두 팀의 차이는 컸다. 넥센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가을야구에 개근했던 팀답게 승부처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반면에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한화는 공수에서 단기전 부족 경험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치르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선수들은 여유를 잃고 쫓기는 듯이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정규리그 때의 과감함과 두려움 없는 야구가 가을 무대에서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2018년 10월 22일 고척돔에서 펼쳐진 3차전에서 독수리군단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준플레이오프 첫 승리를 맛본다. 2007년 10월 12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4천 28일만에 맛본 가을무대에서의 승리다.

독수리 군단의 승리에 결정적 활약을 한 선수는 이글스의 자존심이라 불리우는 사나이, 오직 이글스만을 가슴 속에 품은 남자 김태균이었다. 3-3으로 맞선 9회초 1사 1루, 한화의 공격. 타석에 들어선 김태균은 상대 투수가 던진 초구를 그대로 받아쳤다. 김태균의 타구는 우중간을 시원하게 갈랐다. 그사이 1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4대3으로 앞서가는 한화. 고척돔 3루 원정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은 김태균을 연호하며 뜨거운 환호를 내뿜었다. 그리고 9회말을 실점 없이 막은 한화는 4대3으로 승리하며 드디어 가을의 축제를 제대로 즐겼다. 2연패 후 올린 1승. 그리고 그 1승은 김태균의 방망이에서 나왔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이날 결승타를 친 김태균은 3차전 데일리 MVP를 거머쥐며 ‘이글스의 자존심은 김태균이다.’란 것을 한화팬들에게 보여줬다.

2001년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김태균은 일본프로야구무대에 진출했던 2010~2011시즌을 제외하고 독수리군단의 유니폼만을 입은 원클럽맨이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암흑기 속에 김태균은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뛰어난 개인성적을 올렸지만 계속되는 팀의 부진 속에 김태균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김태균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팬들의 속도 타들어갔다. 그러나 이날의 활약으로 김태균은 그동안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승리로 이끈 김태균은 “매년 정규시즌을 시작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결국 거짓말이었다.”며 “팬들께서 11년을 기다려주셨다. 준PO 1,2차전에서 패했을 때도 선수들을 격려해주셨다. ‘보살팬’이라고 불릴 정도로 멋진 팬들이다. 정말 감사하다. 꼭 보답하고 싶다.”고 팬들에게 고마움과 11년 동안의 진 빚에 대해 사과하며 보살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준PO 3차전 고척돔에서 전해진 김태균의 선물. 11년을 기다린 보살팬들은 그날 김태균 덕분에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한편 다음날 4차전에서 다시 한 번 반등을 노렸던 한화는 그러나 2대5로 아쉽게 패하며 2018년 10월 23일 짧았던 가을의 축제를 마무리한다. 단 5일 간의 가을축제를 후회 없이 즐긴 독수리 군단. 그러나 가을무대를 더 길게 즐기기에는 독수리 군단의 가야할 길은 아직은 멀었다. 강점보다는 약점이 더 두드러져 보였던 단기전 무대를 통해 독수리 군단은 많은 것을 배웠다. 배움을 통해서 성장하고 그리고 성장을 통해 최고가 되는 것이 프로의 세계. 2018년 한화 이글스는 많이 이기며 배웠고 그 속에서 성장을 하며 가을야구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 독수리 군단에게 주어진 과제는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것이다. 2018년 가을 냄새를 맡은 독수리 군단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더 비상하여 모두가 정말로 웃을 수 있는 그날을 향해 가는 것이다. 모두가 웃을 그날을 위해서 계속해서 꾸준한 성장과 승리가 필요한 독수리 군단. 이제 그들만의 목표를 향해 가는 독수리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독수리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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