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복한 독수리 최강 한화 <19>

모두가 빛났기에 가능했던 2018년의 기적

by 김일주

77승 67패(승률 0.535) 최종순위 3위. 한화 이글스의 2018년 성적이다. 한화가 3위의 성적을 기록한 데에는 특정선수 한두 명의 힘이 아닌 투타 모든 선수의 에너지가 모아졌기에 가능했다. 2018시즌 한화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공격부문부터 보면 팀타율 0.275(8위), 팀출루율 0.341(8위), 팀장타율 0.486(9위), 팀홈런 151개(7위), 팀득점 729점(9위) 등 대부분 하위권 수준의 기록을 남기며 한화의 황금기 시절을 대표했던 키워드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위용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기는 야구에는 높은 타율과 화끈한 홈런으로만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한화의 반전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날개 달린 독수리의 발야구

한화가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야구였다. 화끈한 장타가 아닌 출루만 하면 다음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리는 도루와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상대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는 공격 야구를 펼쳤다. 2018시즌 한화의 팀도루는 118개로 전체 1위였다. 공격이 안 풀려도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통해 접전에서도 이기는 야구가 가능하게 됐다. 야구는 10점차로 이기든 1점차로 이기든 같은 1승이다. 한화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상대팀들과 맞섰고 그것은 두려움 없는 발야구였다. 비록 도루 실패도 많이 했지만(성공률 64.8%) 독수리 군단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고 또 뛰었다. 베테랑부터 앞장서서 달렸고 외인 독수리와 젊은 독수리도 앞만 보고 달렸다. 10년의 암흑기를 겪는 동안 다른 팀들의 가을야구를 구경만 했던 독수리에게 더 이상 떨어질 곳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겨야만 했고 그것이 프로의 냉정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길이었다. 살아갈 방법을 찾은 독수리가 먹잇감을 향해 하늘을 날아다니듯이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상대 베이스를 향해 몸을 아낌없이 날리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들의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되는 것이 일상이었고 그것은 팀의 승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의 77승이란 숫자는 이글스 역사에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이용규 30도루

호잉 23도루

하주석 14도루

이성열 9도루

최재훈 8도루

정근우 6도루

강경학 6도루

정은원 5도루

송광민 4도루


외인 독수리 호잉! 대전이 뜨겁다

2018년 3월 24일 늘 익숙하지만 언제나 새롭고 보고 싶고 그리운 대상이 찾아왔다. 그것은 야구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 햇살과 함께 우리 곁에 돌아온 프로야구. 10개 구단 은 저마다 목표를 향한 힘찬 발걸음의 시작하며 팬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독수리군단도 힘찬 날개짓으로 2018년의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구전문가들은 한화를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주축선수들의 노쇠화와 세대교체의 실패 등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그러나 팀의 이 같은 평가를 바꾼 이가 있었다.

2018년 3월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넥센 히어로즈 대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 한화는 원정경기로 144경기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날 넥센의 선발투수는 한화팬들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 에스밀 로저스였다. 한화의 오렌지 유니폼이 아닌 다른 색깔 유니폼을 입은 로저스와 한화 타선의 맞대결은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커다란 흥미를 안겨주었다. 또 한가지 흥미요소가 있었다. 한화타선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 낯선 백인 한 명이 신선한 향기를 내뿜었다. 그 주인공은 좌타자 제라드 호잉. 7번 타자로 첫 타석에 등장한 호잉은 놀랍게도 로저스의 초구에 기습번트를 대고 1루에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3루 방면 기습번트 안타. 호잉의 한국무대 데뷔 첫 타석은 호쾌한 장타가 아닌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였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놀라운 표정과 함께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1루 베이스에 서있던 호잉은 곧바로 2루 도루까지 성공하며 고척스카이돔 원정응원석을 가득 메운 한화팬들의 함성을 이끌었다. 흔히 용병타자하면 거포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호잉은 한국프로야구를 밟았던 대부분의 용병타자들과는 다른 호타준족 스타일이었다. 준수한 장타력과 빠른 발 그리고 뛰어난 주루플레이를 지닌 타자였다. 첫 번째 타석 기습번트와 도루로 자신의 빠른 발을 자랑했던 호잉은 두 번째 타석에서는 비록 아웃됐지만 1루로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3루타까지 터트리며 화려한 KBO신고식을 마쳤다. 다음날도 멀티히트와 도루를 추가하였고, 3번째 경기에서는 시즌 첫 홈런 포함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완성시켰다.


복덩이의 등장! 외인 한명이 갖고 온 햇빛!!

개막전부터 등장한 호잉의 신선한 모습에 한화팬들은 시즌초반부터 큰 흥밋거리가 생겼다. 미국 트리플A 시절 2년 연속 20(홈런)-20(도루)을 달성하는 등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호잉. 그는 KBO리그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며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담당하였다. 개막전 7번타자에 배치됐지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어느덧 중심타선에 위치한 호잉은 화끈한 홈런과 주루 센스에 뛰어난 외야 수비까지 선보이며 한화의 복덩이로 자리 잡게 된다.

4월 3일 한화 이글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이날 호잉은 KBO리그 데뷔 첫 4번타자로 출전해 1회말 2사 1루에서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거포로서의 능력까지 뽐냈다. 그의 놀라운 활약은 계속된다. 4월 10일 기아전 4번타자로 출장하여 KBO리그 데뷔 첫 멀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 4월 17일 두산전에서는 첫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등 시즌 초부터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이어나갔다. 마치 오랫동안 굶주려있던 독수리가 먹이를 발견하고 거침없이 날아가는 그림이 떠오른다. 개막 이후 4월 17일까지 약 3주가 지난 시점 호잉은 타율 0.403를 기록하며 타격 1위, 홈런은 8개(2위), 득점권타율은 무려 0.444(18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만점 활약을 했다. 한화는 호잉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4월 중순 10경기 8승 2패를 기록하는 등 팀에도 4월의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10년간 암흑기를 겪은 한화. 대부분의 팀들은 시즌 초반부터 승수쌓기에 속도를 붙이며 고공행진을 이어나간 것과 달리 독수리군단은 시즌 초반부터 맨 아래에 위치하며 최하위권에 자리한 것이 일상이었다. 곰(두산 베어스), 호랑이(기아 타이거즈), 사자(삼성 라이온즈), 공룡(NC 다이노스) 등은 따뜻한 햇빛과 봄기운 속에 지상을 누비며 먹잇감을 향해 쉼 없이 달렸다. 하지만 독수리는 오랫동안 햇빛을 볼 수 없는 지하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어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주저 않기 일쑤였던 독수리 군단. 두 날개를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독수리의 주변에 어둠이 가득했던 10년의 시기. 그러나 호잉이라는 빛이 서서히 팀을 바꾸고 있었고 지하실에 갇힌 독수리도 하늘로 날아올라 오랜만에 햇빛을 느끼며 그들이 꿈꾸는 곳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호잉이 불러낸 진격의 독수리

호잉은 뛰어난 실력과 함께 팀 동료들과의 융화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야구는 팀스포츠이다. 호잉은 팀이 필요한 요소요소를 채워주는 최고의 선수였다. 장타가 필요할 때는 결정적인 홈런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고, 특히 1루 주자로 있을 때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2루 베이스로 거침없이 슬라이딩을 하며 많은 도루 성공을 했다. 그리고 외야에서 보여준 뛰어난 호수비는 덤이었다. 연일 호잉의 이런 모습은 팀 사기를 끌어올렸고, 호잉의 유니폼은 언제나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호잉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한화도 시즌 초반부터 순위싸움에 가세 하며 이전과 달리 무기력한 모습에서 탈피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호잉은 본인만이 아닌 팀 동료 전체를 챙기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호잉은 “지금까지 한화의 선전은 저뿐만이 아닌 모든 팀 동료가 함께 만든 결과물입니다. 지금처럼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가을야구는 터무니없는 꿈만은 아닐 겁니다.”라며 팀에 대한 애정과 함께 팀 동료들의 오랜 목표를 정확히 알고 있는 동료애가 넘친 선수였다. 그리고 팀뿐만 아닌 팬들의 자존심까지 챙길 줄 아는 호잉은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삽니다.”라며 지난 10년동안 팀 성적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을 팬들을 향한 위로와 함께 용기를 주는 동시에 “오늘 승리할 수 있는 팀이 강팀”이라며 한화의 2018시즌 초반 호성적에 대해 한화팬들 모두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본인 혼자 돋보이려는 마음이 아닌 팀 동료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 더불어 응원하는 팬까지 챙기는 호잉의 팀퍼스트 정신은 한화팬들 남녀노소 누구나 호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화경기가 펼쳐지는 야구장 곳곳에는 호잉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선한 웃음까지 매력적인 호잉은 출퇴근길에도 많은 팬들의 사인요청을 받는 등 웬만한 국내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메이저리그(통산 74경기 타율 0.220 1홈런 7타점 4도루)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한화에 입단한 호잉의 기대치는 다소 낮았다. 거포형 스타일도 아니었고 약체로 평가된 한화의 전력을 단숨에 바꿀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가득했다. 2016년~2017년 타선에서 거포본능을 뽐내며 맹활약했던 로사리오의 연봉 150만달러(약 17억원)의 절반에 불과한 70만 달러(약 7억5천만원) 연봉에 계약한 호잉의 출발은 다소 초라해보였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시작된 호잉의 대활약은 시즌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2018년 대전은 호잉 신드롬에 젖어들었다. 대전 최고 스타로 급부상한 호잉의 2018시즌 최종성적은 142경기 출전/ 타율 0.306/ 출루율 0.369/ 장타율 0.573/ 162안타/ 30홈런/ 110타점/ 23도루/ WAR 4.82(팀내 1위). 호잉의 활약상은 팀에게 승리 DNA를 선물했다. 더불어 호잉의 승리를 향한 의지와 열정은 모든 팀원들에게 전해졌고 독수리 군단 모두가 승리의 맛을 알아가고 있었다. 호잉의 맹활약으로부터 시작된 팀의 서서한 변화들. 독수리의 승리와 기적을 부르는 하나의 작은 출발의 신호탄이었다.


또 하나의 돌풍, 외국인 투수 샘슨

독수리 군단의 11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의 원동력을 꼽자면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한 명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타선에서 제라드 호잉의 활약이 있었다면, 투수진에서는 키버스 샘슨의 맹활약이 있었다. 2018시즌을 앞두고 독수리군단에 합류한 키버스 샘슨은 188cm, 102kg의 건장한 체격조건과 150km대의 돌직구를 던지는 파워피처였다. 26세라는 젊은 나이와 70만 달러의 비교적 낮은 몸값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팀의 리빌딩 기조에 따라 젊고 건강한 투수 영입에 초점을 맞췄던 한화는 키버스 샘슨을 최적의 선수로 생각했다. 당장 리그 판도를 뒤흔들며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는 에이스 보다는 팀의 리빌딩과 함께 성장하는 선수로 기대되었다. 그리고 샘슨의 첫 출발은 모두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석에 가까웠던 샘슨은 뛰어난 강속구에도 불구하고 제구 불안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개막 첫 3경기에서 3패 방어율 9.22의 부진을 보이며 한국 무대에 연착륙 할 수 있을지 큰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샘슨의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젊은 선수답게 빠르게 리그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막 3연패 이후 네 번째 등판에서 6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로 첫 승을 거둔 샘슨은 이후 2경기에서 각각 6이닝 1자책, 7이닝 1자책을 기록하는 등 4월 한 달 간 4경기에서 1승 1패 방어율 1.88로 1선발급의 성적을 기록했다. 샘슨은 팀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높은 친화력을 발휘하며 구단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팀의 돌풍과 함께 샘슨의 돌풍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거세졌다. 샘슨의 최종 성적은 30경기 161.2이닝 13승 8패 방어율 4.68 195탈삼진 9이닝당 탈삼진 10.86 WHIP 1.38 WAR 2.97(팀내 2위)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 샘슨은 완벽한 에이스 성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방어율도 4점대 중반으로 높고 이닝소화력도 타 팀 1선발과 비교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4사구 개수도 84개로 전체 2위를 기록하며 제구력 불안을 끝내 해결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그는 그런 불안함을 안고도 강력한 직구를 주무기로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제압하며 꿋꿋하게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다. 또 탈삼진 195개로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힘을 증명했다. 그가 기록한 13승은 한화 이글스 역대 외인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원석 같은 모습이었지만 샘슨은 부상 없이 팀의 시즌 전 바람대로 건강히 풀타임을 소화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건강함 넘치는 젊음과 강력한 탈삼진 능력을 뽐내며 나아가는 모습은 독수리군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도 닮았다.


리그 최강의 불펜이 있어 행복한 독수리

독수리 군단은 뛰는 것만 잘하지 않았다. 상대팀의 공격을 잘 막으며 튼튼한 방패야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실점으로 상대팀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강팀들을 돌아보면 튼튼한 투수진이 항상 중심을 잡아 주었다. 그동안 투수진이 약했던 한화는 2018시즌 대반전을 이루어냈다.

투수부문 팀 방어율 4.95(2위), 선발 방어율 5.46(5위), 구원 방어율 4.29(1위)로 리그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이 가능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불안했던 선발투수진을 대신해 불펜진은 리그 최강으로 떠오르며 경기 후반부 한화는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한화 팀내 WAR 부문에서 1,2위를 제외한 3위부터 6위까지는 전부 불펜투수들이었다. (1위는 제라드 호잉, 2위는 키버스 샘슨) 지키는 야구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투수들 개개인의 뛰어난 경기력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한화 투수진은 혼자만의 힘이 아닌 모두가 힘을 합해 최강 불펜진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부활’ ‘변화’ ‘등장’ 등 한화 불펜 투수들에게는 제각각의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한화 불펜진의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던 투수는 이태양이었다. 2014년 7승을 기록하는 등 차세대 독수리 군단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이태양은 2014시즌 이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부상과 싸우는 시간이 많았다.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며 시련의 시간을 보낸 이태양은 2018시즌 불펜투수로 팀에 큰 힘을 보탰다. 63경기 등판 79.1이닝 4승 2패 12홀드 방어율 2.84 WHIP 1.12 85탈삼진. 경기 후반부 이태양의 등판은 2018시즌 독수리 군단의 승리 공식이었다. 140km 후반대의 강속구로 상대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이태양의 모습은 팬들에게 너무나도 든든했다.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었던 이태양은 비록 부상과 재활 등으로 완전한 선발투수로 정착하는데 실패했지만 2018년 불펜진의 태양으로 떠오르며 팬들에게 부활을 알렸다. 한화마운드에 다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태양은 한화 불펜진을 밝게 비추었다. 팬들은 그 태양을 만끽하며 행복한 2018년을 보낼 수 있었다.


한화 불펜진에는 또 한명의 부활을 알린 사나이가 있었다. 송은범이었다. FA영입을 통해 2015년 독수리 군단에 합류한 송은범은 2017년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선발투수진에서 리더 역할을 해줘야 될 송은범의 부진은 투수진의 붕괴를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송은범에게 반전이 일어났다. 비록 기대했던 선발투수의 역할은 아니었지만 한 시즌 불펜투수로 팀에 큰 힘을 보태며 독수리 군단의 새로운 필승공식으로 떠올랐다. 68경기 등판 79.1이닝 7승 4패 10홀드 1세이브 방어율 2.50 WHIP 1.39 61탈삼진. 송은범은 그동안 자신의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많은 미안함을 갚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 그동안 자신이 추구하던 포심패스트볼을 버리고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2018년 리그 전체 불펜 투수 중 방어율 2위를 기록하는 대반전을 썼다.

이들 외에도 정우람은 35세이브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하며 독수리군단의 뒷문을 든든히 걸어 잠갔다.


차세대 불펜 에이스 박상원의 등장!

한편 2018시즌 프로야구에는 또 하나의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매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각 팀의 생각지도 못한 선수가 등장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것이다. 2018년에도 프로야구에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린 사나이가 등장했다. 그 사나이는 독수리 군단의 반등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3라운드로 팀에 입단한 2년차 우완 파이어볼러 박상원이었다. 69경기 등판 60이닝 4승 2패 9홀드 방어율 2.10 WHIP 1.33 62탈삼진. 모두에게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의 이 젊은 독수리는 2018시즌 리그 전체 불펜 투수 중 방어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2018시즌 개막전부터 등판해 6경기 연속 무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한화 돌풍에 앞장선 박상원은 150km에 육박하는 묵직한 강속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젊은 독수리의 등장은 한화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것이었다. 또한 주축 투수들의 노쇠화 과정 속에 리빌딩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독수리군단에게 박상원의 등장은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았다. 9이닝 당 9.3개의 탈삼진의 비율을 자랑하며 차세대 마무리 투수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한편 박상원의 깜짝 등장은 우연이 아닌 그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017시즌 7월 1군에 데뷔한 박상원은 적극적인 자세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선수이다. 1군에 올라오자마자 당시 팀내 외국인 투수로 활동했던 비야누에바에게 슬라이더를 전수받은 박상원은 강력한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도 적극 구사하며 어린 연차에 경기운영능력이 급속도로 향상됐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하루하루가 성장중인 젊은 독수리의 모습을 한화팬들은 흐뭇하게 지켜봤다.


한화 WAR

3위 송은범 2.93

4위 이태양 2.62

5위 박상원 2.44

6위 정우람 2.01


주장의 강력한 불방망이! 대기만성의 표본 이성열

한화의 돌풍에 이 선수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독수리군단의 주장이자 좌타 거포 이성열이다. 한화는 2018시즌 대부분의 공격부문에서 하위권을 기록하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위용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공격에서 호잉과 함께 장타를 치며 분전한 선수가 이성열이었다.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5 34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프로 데뷔 16년 만이자 당시 34세의 나이에 데뷔 첫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대기만성의 표본이란 것을 보여주었다. 데뷔 이후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좌타 거포로 기대를 모았던 이성열은 2018시즌 전까지 터지지 않는 유망주였다. 2010년 24홈런을 치며 거포의 잠재력을 드러냈지만 통산 타율 0.258에서 드러나듯 타고난 파워에 비해 정교함이 부족했다. 공을 배트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며 번번이 삼진을 당했다. 제대로만 맞으면 담장 밖으로 넘기는 그의 파워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LG-두산-넥센 그리고 한화 유니폼을 입기까지 늘 ‘미완의 대기’였던 그가 어느새 30대 중반의 베테랑으로 한 팀의 주장이 되어 30홈런을 치는 팀의 리더로 거듭났다. 신인 시절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계속된 실패로 비난도 받았던 이성열이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팀의 암흑기에 리더로 거듭나 기적 같은 반등에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한화에 합류한 이성열은 9홈런-10홈런-21홈런을 기록하며 조금씩 성장을 거듭하였고 마침내 모두가 기대했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한화의 11년만의 가을야구 진출로 이어졌다. 포기 없이 달려온 캡틴 이성열의 투지는 오랜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독수리 군단의 비상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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