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복한 독수리 최강 한화 <22>

수베로의 실패할 자유

by 김일주

2020년을 기점으로 독수리 군단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레전드 김태균의 은퇴를 시작으로 그동안 팀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한 최진행, 송광민, 이용규, 이성열, 송창식, 안영명, 이태양 등이 팀 사정상 제각각 방출과 은퇴 및 트레이드로 독수리 군단의 유니폼을 벗었다. 대변화의 길에 접어든 독수리 군단. 그들은 지금 과연 어떤 위치에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날아가고 있을까? 아쉽게도 2021년과 2022년에도 독수리 군단은 여전히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독수리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리빌딩이란 결실을 맺기까지 많이 아프고 잔인한 현실 속에 살아가야 하는 독수리. 그러나 그들이 꿈꾸는 성공을 얻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독수리는 비상하고 있다.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 수베로 감독의 소신

“실패할 자유를 보장할 테니 신념을 갖고 뛰어달라”

독수리 군단 유니폼을 입은 선수라면 누구나 다 실패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실패할 자유란 대체 무슨 의미일까? 2020년 11월 제 12대 감독으로 부임한 한화 이글스 구단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며 이글스의 리빌딩에 앞장서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그건 본인들을 더 압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모두 실패할 자유가 있다. 두려움 없이 자기 플레이를 하면, 실수를 해도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얻는 게 있다”고 답했다. 2020년대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 다수의 베테랑들과 이별을 택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한 독수리 군단. 투수와 타자 모두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독수리 군단은 지금도 승리보다는 패배를 많이 하며 답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넘어지고 깨지며 좌절을 맛보고 있는 독수리들은 실패할 자유를 누리며 언젠가는 그들이 꿈꿀 밝은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수베로식 리빌딩 정답인가?

수베로 감독이 부임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한화는 그들이 원하는 목표대로 잘 나아가고 있을까? 지금 당장의 결과보다 과정과 성장을 중요시하는 수베로 감독과 한화. 한화 이글스는 2020시즌 대참사를 겪으며 엄청난 변화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며 ‘공개 리빌딩’을 선언한다. 그리고 리빌딩을 위해 베네수엘라 출신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오랜 마이너리그 감독 생활을 통해 다수의 유망주들을 정상급 선수로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수베로 감독. 한화는 암흑기 탈출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리빌딩을 기필코 완성시키겠다는 각오로 외국인 지도자에게 팀의 운명을 맡겼다. 그러나 수베로 체제의 3년 차를 눈앞에 둔 현재까지의 그 결과는 아직까지 실패로 보인다.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만 확인시켜주었다. 타 팀과 비교해 전력이 떨어지는 선수층, 팀 내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크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지금의 한화. 경기를 풀어가는 노련미가 아직은 부족하고 패기와 젊음으로 맞서 싸우는 독수리 군단.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과 잦은 실책 등에서 찾아오는 패배는 일종의 세금과 같았고 한번 패하기 시작하면 긴 연패를 반복하는 것이 현재의 독수리 군단의 모습이다.

그리고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며 한화의 대변화를 위해 앞장선 수베로 감독. 그는 선수들에게 두려움 없이 플레이하고 실수를 해도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게 있다며 젊은 선수들의 길잡이 역할과 우산이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화에게 수베로 감독의 리더십이 필요한 걸까? 1승이 중요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 같은 프로의 세계에서 모든 감독들은 치밀한 전략과 다양한 전술로 팀의 전력을 극대화 시키고 상대팀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치밀한 전략과 다양한 전술을 내세우기 보다는 ‘열정’, ‘신념’을 강조하는 다소 독특한 지도법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물론 다양한 전술을 내세우기에는 지금 한화의 선수층으로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한화는 여전히 많은 경기 경험을 쌓으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라인업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선수들 개개인의 성장을 노리며 팀의 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단순히 선수 개인의 성장 관점에서 본다면 수베로 감독의 지도력은 옳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며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면 수베로 감독의 리더십은 한화에게 정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팀의 승리 관점에서 본다면 수베로 감독의 리더십이 정답일지는 의문이다.

2020시즌에 이어 2021시즌과 2022시즌에도 두 자릿수 연패를 경험한 한화. 계속되는 패배 속에 젊은 선수들은 자신감 하락과 성장 속도의 정체 현상을 보이며, 수베로식 리빌딩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이 지금의 한화다. 프로의 세계는 결국 이기는 것이 가장 큰 최우선의 가치이다. 그리고 프로 구단의 존재 가치는 팀의 승리 더 나아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화는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한 팀이 돼버렸다. 2020시즌 팀 창단 최다패(95패)를 기록한 한화. 그러나 2022시즌 96패로 창단 최다패 기록 경신. 팀 통산 9번째 꼴찌로 프로야구 역대 최다 꼴찌 타이기록을 작성한 독수리 군단.

결국 프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세계인만큼 수베로의 리더십은 오답에 가깝다. 팀이 이기면서 선수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모든 프로 스포츠 팀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느긋한 경기 운영, 선수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수베로식 리빌딩은 한국 프로야구 정서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팀이 처한 현재의 객관적 전력을 냉정히 분석해 팀을 이끌기보다는 ‘열정’과 ‘자신감’을 강조하며 팀의 분위기 상승과 전력을 강화시키려는 모습. 그리고 철저한 계산과 다양한 작전으로 팀을 운영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강조하며 팀을 이끄는 수베로 감독. 그에게서는 현실주의자 보다는 낭만주의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 팀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팀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로서 낭만주의를 추구하는 수베로 감독은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여러 감독들과 비교하면 다소 독특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팀에게 주어진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들, 냉정한 현실을 파악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과는 달리 오직 ‘신념’과 ‘열정’을 내세우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이끌고 있는 수베로 감독. 지금 그 무엇보다 승리가 절실하고 꼭 필요한 한화에게 수베로의 지도력은 한국 프로야구 관점에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수베로의 낭만야구! 젊은 독수리들의 비상

수베로식 체제의 독수리 군단은 쓰라린 패배를 계속 맛보며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오직 1등만을 기억하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독수리 군단은 최하위를 전전하며 씁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독수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며 포기하지 않고 그들만의 과정 속에 밝은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권위적인 지도방식과는 달리 ‘실패할 자유’, ‘열정’을 모토로 젊은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수베로 감독. 때로는 친구 같은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상담자와 같은 역할로 선수 개개인의 고민을 들어주며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최하위라는 팀 성적과는 별개로 선수들 개개인은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수베로 감독이 강조하는 당장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비전 아래에 젊은 독수리들은 조금씩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며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019년 입단한 거포 유망주이자 3루수 노시환은 한화의 4번타자로 성장하고 있으며 언젠가 리그를 대표할 거포 3루수로 야구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18년 입단한 2루수 정은원은 정교한 컨택 능력과 뛰어난 출루율로 리그를 대표하는 테이블세터로 성장하고 있다. 노시환과 정은원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수베로 감독을 만나 자신의 재능을 만개하고 있다.

2021시즌 한화는 개막전 선발 투수로 외국인 투수가 아닌 국내파 투수 김민우를 내세우는 파격적 행보를 선보였다. 2015년 입단 후 부상 공백과 가진 잠재력에 비해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팀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김민우는 수베로 감독 부임 후 독수리 군단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21시즌 김민우를 개막전 선발로 낸 배경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매년 누군가 오고 떠날 수 있는 외국인 투수보다 한국 투수가 개막전 선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김민우가 앞으로 한화의 1선발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장의 1승을 생각한다면 외국인 에이스를 내세우는 것이 보통의 일이지만, 수베로 감독은 멀리 내다보고 팀의 미래를 위해 국내 투수를 1선발로 내세우는 모험을 선택했다. 어쩌면 국내 선수들의 성장이 필수였던 한화에게 수베로 감독의 이러한 기용은 정답이었다. 수베로 감독의 신뢰를 듬뿍 얻은 김민우는 자신감을 갖고 타팀 에이스들과에 맞대결에서 이겨나가며 에이스로 성장해갔다. 그리고 계속되는 맹활약으로 도교올림픽 대표팀에 뽑히는 영광까지 안게 됐다. 최하위 팀에서 고군분투하며 팀의 연승을 이어가게 하고 연패를 끊는 것은 김민우의 역할이었다. 김민우는 14승을 거두며 토종에이스가 되었고 이젠 독수리 군단의 넘버원 투수로 팬들의 머릿 속에 자리매김했다.

2015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도 유망주의 알을 깨고 성장 중이다. 150km를 넘나드는 강력한 직구의 소유자. 그러나 입단 후 기나긴 침체 속에 성장 속도가 다소 지연되면서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김범수는 수베로 감독을 만나고 나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2시즌 10개 팀 전체 투수 중 최다 등판(78경기) 1위와 구단 단일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27개)을 세운 김범수. 이젠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필승조가 된 김범수도 그러나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고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2021시즌 초반 계속된 부진한 경기력에 멘탈이 무너진 김범수는 수베로 감독과의 면담자리에서 아쉬움과 속상함의 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리고 만다.

김범수의 눈물. 수베로 감독은 김범수가 훗날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가 가진 재능을 높이 샀다. 김범수에게 많은 신뢰와 기회를 부여하며 그의 성장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수베로 감독. 그렇기에 김범수가 노력하고 있음에도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그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는다. 수베로 감독은 “우리는 항상 범수 뒤에 있을 거야. 언제나 범수를 지지할거야.”라는 말로 김범수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줄 것임을 약속한다. 다그치지 않고 선수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계속해서 발전을 유도하는 수베로의 리더십은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급박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 매순간 매초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수베로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은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한편 수베로 감독이 언제나 사람 좋은 미소와 부드러운 모습만 보이지는 않았다. 때로는 따끔하게 선수들을 야단치며 개인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독수리 군단의 주장을 맡고 있는 유격수 하주석 역시 수베로 감독의 따뜻한 격려와 따끔한 질책 속에 야구장 안팎에서 성장 중이다. 팀의 부진한 성적과 주장이라는 책임감 속에 하주석은 심리적으로 쫓기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삼진을 당하면 더그아웃 뒤편으로 들어가 헬맷을 벽에 던지며 소리 지르거나 방망이를 부수는 돌출행동을 반복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을 향해 “내말 잘 들어. 너가 배트를 부순 게 벌써 세 번째다. 지금 팀은 5-0으로 앞서가고 있다. 이기고 있다. 우리가 지고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그를 나무랐다. 또한 “네가 안타를 몇 개 치든 상관 없다. 지금 팀은 이기고 있다. 알겠나? 한화 이글스는 지고 있지 않다. 네가 리더라면 저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네가 10타수 무안타라고 해도 괜찮다. 팀이 이기고 있는데 대체 왜 그런 건가. 마지막 경고다.” 라며 강한 질책을 했다.

수베로 감독의 질책을 들은 하주석은 그 후에도 몇 번씩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찔한 모습을 연출했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퇴장을 당한 하주석은 또 한번 더그아웃에서 헬맷을 내던지며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구단의 자체 징계로 2군으로 내려간 하주석은 깊은 반성을 하였고 1군에 다시 복귀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노력했다. 자신의 임무와 주장으로서의 역할에 큰 책임감을 느낀 그는 조금씩 멘탈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멘토 역할을 해내며 감독과 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어린 선수가 주축인 현재의 독수리 군단에 하주석은 후배들을 이끌며 팀의 성적 반등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 책임감이 엄청난 부담감으로 느껴져 하주석 본인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무너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하주석은 현재 그러한 부담감을 슬기롭게 극복중이며 독수리군단의 리더로서 성장하고 있다. 언젠가 완성될 독수리 군단의 리빌딩. 그 중심에는 리더 하주석이 있어야 한다. 그날까지 하주석은 오늘도 견디며 성장 중이다.


젊은 독수리들의 살아있는 교과서 장민재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독수리 군단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수많은 패배를 경험하고 있는 젊은 독수리들에게는 아직은 든든한 베테랑이 필요하다. 2009년 입단해 이글스에서만 14년을 보낸 베테랑 투수 장민재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팀의 리빌딩 계획 안에서 최근 몇 년간 젊은 투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롱릴리프나 임시 선발 등을 주로 맡으며 팀의 마당쇠 역할을 담당하던 장민재. 그러나 2022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2명의 부상과 국내 투수들의 부진 등으로 장민재는 선발로테이션 한자리를 차지하였고 시즌 끝까지 선발투수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장민재의 최종 성적은 32경기 126.2이닝 7승 8패 방어율 3.55 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평범한 성적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투구 내용 하나하나가 팀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그가 던진 공은 기적을 불러왔다. 장민재는 팀의 5월 9연패와 6월 10연패 그리고 7월 원정 17연패를 모두 자신의 힘으로 탈출시켰다. 2022시즌 독수리 군단의 실질적 에이스는 장민재였고 그 어떤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었을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장민재의 활약에 관해 “장민재는 지난해 후반기에 이어 올해에도 잘 던지고 있다. 조금 더 빨리 장민재를 선발투수로 기용하지 못한 건 내 실수”라고 말하며 극찬했다. 감독의 칭찬은 어쩌면 한화팬들의 생각과도 일치하지 않을까? 장민재는 직구 평균 구속 130km중반대의 평범한 공을 던지는 투수이다.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상대 타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압도적인 에이스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의 투수. 한 팀의 든든한 선발투수로 떠올리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더군다나 리빌딩을 진행 중인 팀에서 수년 간 장민재는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들과의 선발경쟁에서 밀리며 사실상 주요 전력에서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며 팀의 주요 전력임을 증명시켜줬다. 공은 느리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강력한 포크볼 그리고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 강인한 마인드까지 지녔다. 강력한 구위는 없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긴 이닝을 버티며 승리투수가 되는 그의 모습은 앞으로 독수리 군단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수년간 최하위를 전전하며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전망은 아직까지는 어둡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지금의 한화는 당분간은 많이 깨지고 수많은 고비를 맞이할 것을 각오하고 나아가야 한다. 특히 앞으로 리그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젊은 투수들이 자신들의 한계를 넘으며 각자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해 팀이 황금기를 맞이하는 것이 구단과 팬들이 바라는 그림이다. 한 고비를 뛰어넘고 조급해하지 말고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걸으면 언젠가는 모두가 꿈꾸고 원하는 성공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민재의 투구는 모든 젊은 투수들이 배워야 할 교과서이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역할을 해내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장민재가 여실히 보여줬다. 자신의 한계를 넘으며 에이스로 인정받은 장민재의 활약을 보며 젊은 독수리들은 한 줄기의 희망의 빛을 보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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