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을 만든다고 주변에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어떻게 잼을 만들게 됐어요?'라는 질문이다.
내가 잼을 시작한 계기는 가볍다.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며 가장 아까운 순간이 있다면 폐기해야 할 빵들이 나올 때였다. 할인으로도 끝끝내 팔지 못한 빵들은 주변에 나눠주거나 결국에는 버려야 했다. 카페를 오픈한 초기에는 큰 쓰레기봉투로 양손 가득 빵을 버린 일들도 종종 있었다. 그때부터 빵처럼 금방 팔지 못하면 버려지는 식품이 아니라 오래 보관이 가능한 식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그러다 먼 지인이 온라인에서 잼을 판매하며 잘 되는 모습을 본 게 본격적으로 잼을 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잼을 만들어 보기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만들고 있을 줄이야.
처음에 한 일은 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잼레시피북을 사서 보는 일이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서점에서 '잼'을 검색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책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10권 정도) 현재 잼책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책을 다 사서 보기로 하고 망설임 없이 핸드폰을 들어 결제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책들이 한 박스 가득 도착했다. 시리즈로 되어 있는 책부터 겉표지가 반들반들 맛있는 디저트 사진들로 가득한 책, 셰프복을 멋들어지게 입은 셰프가 반기는 책, 보석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잼이 스푼 위에 가지런히 올라간 번역된 외국 서적과 원서까지 다양했다.
잼 만들 때 필요한 기본 도구와 잼이 되는 원리, 저자들만의 레시피가 가득한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갔다. 레시피책들을 보면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잼이 만들어지는 데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과일과 설탕만 있으면 잼이 완성된다고 한다. 참 단순하지 않은가? 근데 실제로 책을 보고 따라 만들면 잼이 딱딱해지거나 너무 묽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얼마나 끓여야 제대로 된 잼이 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아무래도 책에 있는 사진과 만드는 순서만 보고는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잼을 자세히 배울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잼에 관련한 클래스가 많지 않았는데 서울에서도 강남에 몇 곳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중에 내가 선택한 잼클래스는 창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설탕 대신 프락토 올리고당을 이용해 잼을 만드는 클래스였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한 강남 아파트 상가에 도착했다. 상가안쪽 과일가게를 지나자 맨 끝에 5평 남짓한 공간이 있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앞치마를 입고 계신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보글보글 큰 냄비에서는 오늘 쓸 유리병들이 끓어가고 있었고 자그마한 쇼케이스에는 다양한 잼으로 가득했다. 벽에는 한 무명가수의 브로마이드가 크게 붙어 있었으며 파스텔톤의 밝은 공간이었다.
선생님은 스프링노트로 만들어진 교재를 내게 건네셨다. 노트에는 기본적인 잼에 관한 내용과 창업 노하우, 그리고 잼레시피가 적 있었다. 이날 클래스에서 나는 프락토 올리고당을 처음 다뤄봤는데 투명한 이 물질은 마치 끈적한 물엿 같았다. 근데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하면 신기하게 점점 물처럼 묽게 변해갔다. 설탕이 아닌데 설탕과 같은 맛이 나면서 설탕보다 칼로리도 낮고 식이섬유도 들어갔다니! 참 신기했다.
이 날 나는 10여 종의 잼을 만들어 보았다. 보통 알고 있는 과일잼부터 채소잼, 2층잼이라고도 불리는 2가지 종류의 잼을 쌓아 올린 투톤잼, 초콜릿으로 만든 잼과 홍차를 우려 만든 잼, 민트 시럽을 이용한 민트잼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클래스는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할 때야 끝이 났다. 선생님께 받은 교재는 구석구석 공간에 필기로 가득 찼고 나는 가방 가득 잼들을 넣고 공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