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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May 01. 2024

첫 판매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프리저브잼을 온라인 판매하다

본격적으로 잼을 만들어 보기 시작한 곳은 카페 안 쿠킹룸이었다. 5평이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처음 만든 잼은 프랑스식 잼으로 '만드는 데 3일이 걸리는 잼'이라고 알려져 있는 프리저브잼이었다. 이 잼을 처음으로 만든 이유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잼들은 지금 시도해 봐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였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기본적인 과일잼도 잘 못 만드는 생초짜가 난이도 있는 프리저브잼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프리저브 잼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딸기로 예를 들면



첫날, 딸기와 설탕을 버무려 볼에 넣고 하루를 냉장보관한다. 그러면 삼투압 작용으로 인해서 딸기 안에 있는 진액은 빠져나오고 과육은 그대로 살아있게 된다.


둘째 날, 어제 보관한 볼을 꺼내면 설탕에 버무려진 딸기에서 진액이 많이 빠져나와 시럽처럼 된다. 그 볼에 있는 딸기와 진액, 미쳐 녹지 못한 설탕을 전부 냄비에 넣고 끓인다. 그렇게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끄고 식히는 작업을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볼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루를 더 기다린다.


셋째 날, 냉장고에서 볼을 꺼내 보면 2일 동안 설탕에 절여진 딸기는 많이 숨이 죽어 있고 설탕은 다 녹아 시럽이 되어 있다. 딸기 과육은 채에 받쳐 건저내고 나머지 시럽은 냄비에 넣고 원하는 점도가 될 때까지 끓여준다. 그렇게 꾸덕해진 시럽에 다시 딸기 과육을 넣고 5분 정도 끓이고 병에 담는다.



프리저브잼은 과육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있고 일반적인 잼보다는 좀 묽어 탄산수나 우유에 타 먹으면 딸기에이드나 딸기우유로 먹을 수도 있다. 딸기가 알알이 살아있어 살며시 음료 위에 올리면 비주얼도 좋고 붉게 퍼져가는 딸기시럽이 음료를 더욱더 맛있어 보이게 만들어준다. 이 프리저브잼을 이용해서 카페에서 딸기 에이드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은 거 같아 욕심이 생겨 온라인판매를 시도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친숙한 스마트스토어에서 온라인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스티커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로고는 카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잼들을 참고해서 스티커에 유통기한이나 재료, 주소등 필요한 사항들을 넣었다. 시간이 지나 일주일 뒤 제작한 스티커가 카페로 도착했다. 내가 만든 잼에 처음 스티커를 붙여봤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딸기프리저브가 투명하게 담긴 병에 검은색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스티커를 감싸니 시중에서 파는 다른 잼들 못지않게 느껴졌다. 


이제 잼병에 옷도 입혔으니 상품 사진을 멋들어지게 찍어 보기로 했다. 카페 테이블에 화사한 테이블보를 올리고 꽃병과 휑해 보이지 않게 자그마한 소품들을 늘어놨다. 사진은 자연광이 좋다는 말에 햇빛 좋은 날 촬영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진 찍는 데 취미가 없던지라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없어 촬영일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찍었다. 잼만 따로 여러 방향으로 찍어보기도 하고 스푼에 잼을 가득 올려 찍기도 하고 근처 빵집에서 산 다양한 종류의 빵에 발라 찍기도 했다.


찍은 사진 중 괜찮아 보이는 사진들을 몇 장 골라 본격적으로 상세페이지 제작에 들어갔다. 따로 의뢰하지 않고 혼자 만들었는데 처음이라 아무래도 부족해 어설펐지만 상세페이지 느낌은 나게 만들어 판매를 개시했다.

이런 상상을 해봤다. 내가 만든 프리저브잼이 하루에 100병 넘게 팔리는. 그럼 어떡하지? 다 못 만들어 제때 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스티커랑 포장상자는 충분한가?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온라인 스토어 유입수를 확인해 봤다. 


이게 무슨 일인지...

유입수가 며칠 째 1명이다. 이 1명도 유입이 되는 건지 확인하려고 다른 계정으로 들어간 것이지 아직 실제로 클릭해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


첫날에는 이제 막 올렸으니깐 그럴 거야.

둘째날에는 이거 오류인가.

세쨋날이후에는 아.. 아무도 관심이 없구나.


이때 처음 깨달았다. 유튜브에서는 온라인매출 한 달에 몇천만 원씩 올린다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그들은 극소수고 쉽게 생각하다는 큰코다친다는 걸. 온라인 스토어는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지만 그만큼 판매자도 엄청나게 많아 내 상품을 찾으려면 광고를 하지 않고는 100페이지 정도는 뒤로 가야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내 첫 온라인 잼 판매는 매출 0원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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