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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May 08. 2024

INTP가 만드는 잼

MBTI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검사도구'라고 한다. 이러한 MBTI는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16가지 심리 유형 중에 하나로 수검자를 분류한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사고-감정(T-F) 지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애서 적용되어 나타난 생활양식을 보여 주는 판단-인식(J-P) 지표라는 4가지 선호 지표가 조합된 양식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럼 나의 MBTI는 무엇인가?


I와 E가 거의 비슷한 나는 INTP와 ENTP 중간 그 어딘가에 있다(I가 살짝 더 높은 정도). NTP는 반대 지수보다 많이 높은 편인데 유독 외내향지표만 거의 반반이다. 나서는 되는 상황에서는 거리낌이 없지만 밖보다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집돌이 타입이라 그런 것 같다. 관심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조용한 관종이 딱 나를 가리킨다.


요리에는 요리사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한다. 요리사의 스타일과 개성, 기술이 들어간 요리는 섬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보통 정교하고 가지런하게 요리를 하고, 창의적인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해 여러 도전적인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INTP인 나는 어떤 식으로 잼을 만드는지 적어보겠다.

나는 잼을 개발할 때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잼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번뜩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편견 없이 시도해 보는 편인데 맥주로 잼을 만들어 보거나 김치, 탕후루, 마라, 밥, 약과등 일단 닥치는 대로 잼으로 만들어 놓고 본다. 딴 사람들이 보면 경악할 만한 특이한 잼들은 SNS에 올려보기도 한다.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어 더 기발한 재료를 찾아볼 때도 있다. 이렇게 맛이나 어울릴 만한 빵들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만들기만 하다 보니 실제로 개발해서 판매까지 이어지는 잼들은 거의 없다. 몇몇 맛이 괜찮아 세상에 나온 특이한 잼들은 올라오는 구매 후기를 통해 어울리는 빵이나 음식들을 알게 될 때도 있다. 


그리고 잼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최적화된 잼을 완성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각각의 잼에 맞는 당도와 질감, 재료의 비율, 만드는 시간, 온도 등을 분석해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연구한다. 매일 만드는 잼을 당도나 재료를 넣는 타이밍, 첨가물을 조금씩 변경해 보며 기록하는 편인데 이렇게 바꿔보면서 잼을 만들다 보면 평소보다 더 맛있는 잼이 완성돼 기존 잼을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종종 있다.


또 혼자 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잼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에는 카페 안에서 상주해 있어야 했고 오픈과 클로즈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반강제로 묶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방을 혼자 운영하고 있고 따로 손님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픈시간이 매우 자유롭다. 


아침에 일어나 여유 있게 밥을 먹고 충분히 몸을 스트레칭한 후 공방으로 출근해 유리문을 연다. 이제 노트북을 켜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해 놓은 후 잼을 만들기 시작한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잼 만드는 작업은 내게 힐링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가 만드는 잼이 많이 알려져 판매량이 많다면 조용히 혼자 한적한 곳에서 잼을 만들며 지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 잼판매 만으로는 공방을 유지하기 버겁기에 출강을 많이 다니고 있다. ) 


현재는 내 정성과 개성이 들어간 잼을 누군가 먹고 즐겨주는 것이 너무 큰 행복이다. 내가 노쇠해 잼을 못 만들게 되는 날까지 달콤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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