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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Mar 20. 2023

6인 가족 전셋집 가꾸기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19평 아파트에서 4남매와 함께 여섯 식구가 복작복작 지내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가족구성원수에 비례하여 집크기가 정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15평 7층 리모델링 된 아파트와 지금의 1층 노후주택을 두고 고민했다. 인스타 커피 이벤트로 어느 집이 나을지 댓글을 남겨달라고 하면서까지 고민했다. 고민의 내면에는 미니멀라이프를 하면 작은 집에서도 6인 가족이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댓글이 170개 넘게 달렸는데 2,3명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가 1층 노후주택을 선호했다. 아파트는 아이들이 많아 층간소음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집이 작으면 아이들도 엄마도 답답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노후주택이긴 하지만 넓은 평수, 작은 마당이 있는 것, 1층인 점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주택의 로망을 품고 있다는 분들도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집이 너무 크면 청소하기도 어렵고 계절별로 낙엽, 눈 쓸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들이 예상되어 싫었다. 아파트의 편리한 점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주택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거의 모두가 주택을 지지하니 나의 마음도 그쪽으로 향했다. 마당에서 아이들 뛰어놀고 텃밭 만들고 여름에는 수영장도 만들어 물놀이할 수 있다고 주택에 살고 계신 분들도 적극 추천해 주었다. 물론 벌레와 유지관리 문제는 있다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결국 주택을 선택하게 되었고 계약이 진행되어 이사 오게 되었다. 이사 전에 집 보러 갔을 때는 방마다 가구들이 빼곡해서 집의 상태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마음 한편에서 돌계단은 아이들이 어려서 위험할 거라는 생각에 이 집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막상 이사 와서 짐이 빠지고 보니 벽지에 곰팡이, 천장에 물이 샌 흔적들이 보였다.

작은 방에 설치되어 있던 방음방 벽 쪽은 방음방을 철거하고 꽃무늬 다른 벽지로 대충 붙여놓은 게 마음이 어려웠다.

이삿날 짐 빠진 방 상태

신랑과 빠르게 상의해서 도배견적을 알아봤고 다음날 가능하다는 업체에 연락해서 도배를 진행했다. 이미 짐이 다 들어온 상태여서 장롱 짐을 다 빼서 큰 비닐에 담아 안방 화장실로 옮겼다. 남편은 이사 다음날부터 출근해서 혼자 모든 일들을 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비용을 들이더라도 도배를 꼭 하고 살아야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도배하는 날 장롱 짐 다 빼서 화장실로 옮겨놓음

도배풀이 마르길 기다리며 우리는 거실에서 생활했다. 9월 중순이었지만 보일러를 틀기엔 더운 날씨였다.

다행히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목표였던 5톤 윙바디 트럭 한 대로 이사하기를 성공해서 큰 짐이 많지 않았다. 10평 넓어져서 그렇기도 하고 거실에 모든 짐을 내놓고도 거실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꿉꿉한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장판을 들춰봤더니 물이 흥건했다. 보일러 배관이 터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설비기사님께 연락해서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배관이상은 아니고 결로 현상이라고 하셨다.

물이 흥건했던 작은 방

결국 방만 장판을 다 드러내고 말리고 장판을 새로 하기로 했다. 방으로 옮겼던 거실 짐들을 다시 거실로 옮겼다. 계약 때 전세금을 낮춰서 하게 되어 유지보수는 우리가 하기로 해서 도배, 장판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큰 비용이 드는 거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 진행했다.

며칠 지나 방으로 짐을 옮겼는데 아직도 꿉꿉한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이번에는 벽지와 장판이 닿아있는 곳에 곰팡이가 생겼다. 집 바로 뒤에 작은 산이 있고 동남향집이라 방에는 해가 잘 들지 않는 집이었다.

다시 모든 짐들을 거실로 빼내고 벽지를 잘라내고 락스로 곰팡이를 제거했다.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바르고 말렸다. 단열 시트지도 사서 아랫부분에 셀프 시공을 했다.

이사 와서 짐을 옮기는 게 며칠이고 몇 시간인지 불평이 올라올 때마다 불평 대신 ‘살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바꾸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거실 밀집 생활 때 모습


결혼 9년 차, 이사 5번을 했는데 이사할 때마다 우리 집이 아니고 전세인데 뭘 고치고 꾸미고 사나 했었는데 이번 집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라는 마음을 가지고 조금씩 고쳐가며 꾸미는 게 아니라 '가꾸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도배 장판하고 단열시트지 셀프시공한 작은 방

비록 금손은 아니지만 왠지 조금씩 고치고 가꾸며 살다 보면 금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사 오면서 큰 책장과 높은 수납장, 침대 등등 많이 비우고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사 당일 비운 큰 가구들


큰 가구들이 많았다면 가구들을 거실로 옮기고 사는 일은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모든 일에는 우연이 없다는 것을 또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알았다.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장판은 하지 않은 거실


눈 덮인 작은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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