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집안일 마감하고 엄마만의 시간 갖기
집안일을 하다 보면 끝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주부 경력 9년 차가 되어도 아이들 겨우 재우고 나서도 집안일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정리하지 않은 장난감들을 깰까 봐 조용히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설거지하고 나면 청소기도 돌려야 하고 세탁기도 돌리고 마른빨래 정리, 쓰레기 정리 등등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았다.
도저히 내 삶에 ‘여유’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남편과 6개월간 생이별하며 지냈기에 집안일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세 아이를 가정보육하며 넷째를 뱃속에 품고 그 많은 집안일을 홀로 해나갔다.
‘돌밥돌밥’ 주부라면 누구나 아는 그 신조어.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 하는’ 그 ‘돌밥’.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먹이는 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이후에 설거지산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
많은 날들을 보내는 동안에 지쳐서인지 ‘혼자만의 시간, 여유’를 갈망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로 번아웃이 세게 찾아왔다.
19개월의 넷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살기 위한 미니멀라이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불필요한 물건을 구역별로 나누어 비우고 정리하기를 5개월 정도 하니 6인 가족 5톤 이사가 가능했다.
그전에는 얼마나 많은 짐이 우리 집에 있던 걸까?
이고 지고 사는 것이 버거웠다.
미니멀라이프 4년 차.
아직도 많은 물건들과 함께 살고 있긴 하지만 나에게 ‘여유’,‘시간’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4남매 등교, 등원시킨 후에 빠르게 집안일을 한다.
등원시키기 전부터 계속 정리하며 나의 시간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전 10시 전까지만 집안일을 하고 ‘마감’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아이들 오기 전까지 그 어떤 집안일도 하지 않는다.
돌려놓은 빨래만 건조기에 넣고 돌린다.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어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도 잊고 살았었다.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적인 일들만 해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편과 1년 4개월 넘게 주말부부, 반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지만 예전보다 덜 힘들다.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엄마 혼자만의 시간에 충전을 할 수 있어서인지 독점육아가 그리 버겁지는 않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던가.
충분히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오전 집안일 마감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미니멀라이프 덕이다.
그전에는 집안일을 안 하는 시간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뒤돌아서면 정리하고 치워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안일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을 맞이할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시간이 훌쩍 간 것 같은 마음에 헛헛할 뿐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충전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주로 하는 일은 성경 읽기, 기도문 작성하기, 독서하기, 필사하기, 글쓰기, 영상 만들기, 일기 쓰기, 가계부 쓰기, 운동하기 등이다.
나의 내면을 돌아보고 가계를 돌아보니 더욱 단단해져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내던 짜증도 줄어들게 되었다.
돈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일하게 될 기회가 찾아올 때를 준비하는 마음이 생겼다.
자존감도 높아졌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까지 생겼다.
매일의 루틴들이 쌓여가며 엄마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공부해라!’ 하는 엄마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책 읽어!’라고 말하는 엄마가 아니라 ‘같이 책 읽는 엄마‘가 되었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내가 하는 매일의 작은 습관들을 보며 아이들에게도 분명 좋은 영향이 갈 거라 믿는다.
혼자만의 여유와 시간을 통해 나를 돌보며 점점 단단하게 해 준 ‘미니멀라이프’라는 삶의 방식.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