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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이어도 4남매와 가꾸며 살아가요

1년 넘게 이사 못 가고 있는 이유..

by 미니멀 사남매맘 Mar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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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안 나가고 있다.

이사가 이렇게 어려운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결혼하고 5번이나 이사를 했는데 늘 바로바로 착착 진행되었다.

이번 전세주는 전세반환금이 없다며 집이 나갈 때까지 지내달라고 했다.


남편 출퇴근이 어려워 주말부부, 반주말부부로 지내게 되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1년 넘게 4남매를 혼자 육아하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있기도 하다. 그나마 아이들이 좀 커서 다행이다 싶다.

‘다 뜻이 있겠거니’ 하며 하루하루 즐기기로 하고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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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한 번도 하지 않은 노후주택이다.

외관은 단독주택인데 윗집과 아랫집이 따로 있다.

예전에 친구분들이 같이 집 지어 지냈다고 한다.

마당도 같이 사용하고 있고, 비도 새고 노후주택이라 결로현상도 심하다.

윗집에서 마당 한쪽에서 닭도 키우셔서 오시는 분들마다 ‘닭은 누가 키우는 거냐’ 물으신다.

이 집에 이사오기 전에 주택 알아볼 때 주의 사항 중에 개와 닭이 주변에 있는지 보라고 했다.

아무래도 소음 때문이지 않을까?

옆 집에는 큰 개가 있다.

닭은 그나마 암탉이라 조용하지만 개는 자주 짖기는 한다.

우리 집이 더 시끄러워서 상관없지만 집을 보러 오는 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벙커주차장은 옆집과 15일씩 나눠서 사용한다.

주택이다 보니 집 앞 주차가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다행히 옆 집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며 주차장을 만들어서 주차공간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옆 집은 리모델링되어 더더욱 노후된 우리 집과 비교가 된다.

이 지역은 새로 지은 아파트들도 빈 집이 많다고 한다.


윗집에는 누가 사는지 묻는다. 아이들이 있다고 하면  층간소음은 어떻냐고 묻는다.

저희 집은 아들이 셋이나 돼서 저희가 더 시끄러워서 서로 이해하고 산다고 둘러댄다.

등등 여러 가지 집이 나가지 않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눈에 콩깍지가 씌이지 않는 이상 들어 올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지인들은 우리를 답답해한다.

전세만기가 지났으면 전세주가 집을 빼줘야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우리도 안다. 알지만. 순리대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 보러 오는 분들마다 다들 거실이 크고 마당 있는 건 좋다고 얘기하고 간다.

나도 이 집 보러 왔을 때 마당과 거실 큰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이 집은 아니다 ‘ 하고 갔었다.

입구부터 돌계단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위험요소 일 것 같아서였다.

상황이 이 쪽으로만 열려 이 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없는 걸 안다.

그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즐기며 살아가기로 결단했을 뿐이다.

좋은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주택생활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때 19평 아파트에서 4남매와 집에 거의 갇혀 지내 시피 지내다 보니 집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되었다.

거실이 넓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집이라 노후주택이어도 답답하지 않게 잘 지낼 것 같았다.

마당이 있어서 아이들과 마당생활 로망을 다 실현해 보았다.

마당에서 캠핑 분위기도 내보고, 인덱스 수영장 구매해서 친구들도 초대해서 여행 온 기분으로 물놀이도 했다.

진흙탕을 만들어 갯벌놀이도 하고, 개구리도 잡고, 지렁이도 만지며 자연친화적으로 지낼 수 있었다.

소소하게 텃밭도 일구며 수확의 기쁨도 누려보았다.


관리할 공간이 많으니 조금 더 부지런해질 수 있었다.

봄여름에는 잡초 정리를, 가을에는 낙엽을 쓸어야 했다.

눈이 오면 눈을 쓸어야 해서 힘들 때도 있긴 했다.

눈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인데 눈이 오는 것이 싫을 때도 가끔 있었다.

아이들과 놀이처럼 눈도 쓸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타며 놀았다.

아이들 어릴 때 마당 있는 주택생활을 진하게 해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1년 동안 집을 보러 오는 일이 가뭄에 콩 나듯 있었는데 이제 봄이 되어서인지 지난주에 3팀이나 보고 갔다.

집이 너무 낡아서 오기 전까지 그야말로 대청소를 한다.

조금이나마 정리되어 있고 깨끗해 보여야 집이 나갈 것 같아서였다.


겨울 내내 흐린 눈 하며 지낸 마당을 큰맘 먹고 정리했다. 옆집에서 공사하며 튄 파편들을 버렸다.

아이들이 놀고 정리해놓지 않은 장난감들을 한 곳에 놓아두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 어려서 위험하다며 고물상에서 사다리와 휀스 기둥을 직접 언덕길을 수레를 빌려 끌고 사 오셨다.

튼튼하게 사다리 휀스를 만들어주셨다.

사다리만 있으니 보기에 너무 차가운 느낌이 들어 대나무발을 사 와서 하나하나 붙였다.

2년이 지나니 대나무발이 다 썩고 부서져서 폐가처럼 보였다.

지난주에 집 보러 온다고 하기 전 날에 딸과 함께 사다리 휀스를 정리했다.

대나무발도 다 버리고 사다리는 다시 고물상에 팔까 하고 한쪽에 놓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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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우리 집 앞에 자꾸 실례를 하고 간다.

닭 덕에 오랜만에 전실과 계단 물청소도 했다.

전에 살던 분들이 놓고 간 스티로폼 화분도 다 잘라서 버렸다.


집을 보러 오시는 분들께 ‘아이가 많은데 집이 이렇게 깔끔하다니요’, ‘살림 잘하시네요’,‘짐을 먼저 빼셨나요?’라는 말을 듣는다.

미니멀라이프가 아니었다면 절대 들을 수 없었던 말이다.

(실은 오시기 전에 대청소한답니다.)

엊그제는 갑자기 10분 만에 집을 보러 오신다고 해서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정리했다. 잠깐 정리해도 깔끔한 집으로 변신시킬 수 있어서 미니멀라이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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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많아 늘어놓기 일쑤고, 마음먹고 집을 돌보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어지러운 것,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매일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며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올 때도 있다.

다 부질없이 느껴지는 한 마디를 들었다.

마당 정리를 이틀에 걸쳐했는데 ‘마당 관리 잘만 하면 예쁘겠다.’라고 한 마디 던지고 가셨다.

마음의 상처로 남을 뻔했지만 ‘내가 알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지켜냈다.

정리하기 전보다 정리 한 후가 훨씬 깨끗해졌기에,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알면 되기에…

오늘도 이렇게 한 곳 한 곳 비우고 정리해 간다.


나와 가족을 대접해 주는 마음으로 노후주택이어도 집을 가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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