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꼭 필요할까?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SNS를 보며 유혹당할 때가 많은데 그나마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주에도 유혹에 넘어갈 뻔했다.
집밥을 열심히 하시는 다둥이 엄마가 운영하는 계정을 보며 이것저것 사고 싶어졌다.
영상 속 주방템을 사면 왠지 집밥을 더 잘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숏폼을 계속 보다 보면 채반이 있는데 사각채반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해서는 야채탈수기가 꼭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이 많으니 야채다지기 하나쯤 있으면 두루두루 잘 쓰지 않을까?‘
‘더 큰 에어프라이기가 있으면 다양한 요리를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으려나?‘
여러 가지 긍정적인 생각들이 들며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며칠 간 고민하고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필요인지 욕구인지.
분별하는 연습을 했다.
괴롭지만 그 물건들을 사고 싶은 것은 모두 나의 욕심이었다.
야채탈수기가 없이도 동그란 채반에 받쳐놓아 물을 빼거나 탁탁 털어서 먹고 있었다.
야채 다지는데 많은 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 몇 분이면 가능했다.
다양한 음식들을 해 줄 만큼 요리에 일가견이 없는 나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객관적으로 돌아보니 나를 유혹하는 물건들이 없이도 잘 지내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
화려해 보이는 영상 속 집의 물건들이 누추한 우리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도 몇 번의 구매 과정들을 통해 경험했다.
결코 그 물건들을 소유한다고 해서 삶이 편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필요인지 욕구인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구매했던 주방템들을 사용하다 보면 처음에는 편하다. 나중에는 관리하는 일이 귀찮아져서 구석에 먼지 쌓인 채 방치하게 된다.
4남매와 함께 지내는 집이지만 주방 조리도구 중에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은 칼 3개와 가위 2개밖에 없다.
집게, 국자, 주걱, 뒤집개 등은 하나씩이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 보니 사용하고 나면 바로 설거지해놓아야 한다.
설거지양이 줄어드는 건 덤이다.
오히려 없으면 없을수록 편하다.
물건의 개수가 적을수록 집밥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많으면 쌓이게 되고 쌓이다 보면 미루게 된다.
주방이 단정할수록 주방에 머물고 싶어진다.
요리도 더 하고 싶어진다.
오늘도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이기고 마음을 지켜가려 한다.
물건 보기를 돌같이 하고(?) 정말 꼭 필요한 물건들만 소유하며 간소하게 살아가려 한다.
이미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