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욕심 비우고 도서관 여행을 !

집에 책이 많아야 책육아 하나요?

by 미니멀 사남매맘

예비 초3, 5인 첫째와 둘째는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만 다니고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 태권도는 금요일에도 간다.

공부 사교육은 시키지 않고 있다.

공부 자체도 따로 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냥 수학 한 장, 성경 몇 구절 쓰기, 하루 3장씩 엄마와 함께 성경 읽기하고 있다.

그마저도 못하고 놀 때도 많다.

마당에서 닭이랑 놀고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거실에서 씨름하고 줄넘기하고 여러 놀이들을 만들어서 신나게 논다.


아이들 겨울 방학이라 엄마의 귀가 아플 때가 많기에 선택한 방법은 도서관 여행을 가는 것이다.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라 집에 있을 때보다 아이들 소리로 더 시끄럽다.

엄마에게도 힐링이 되고 아이들에게도 여행이 되는 곳, 도서관. 너무 사랑한다.

버스를 예약해서 시간 맞춰 나가 타고 시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시립도서관에는 매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은 도서관 근처에는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편의점 밖에 없어서 시립 도서관으로 여행하듯 갔다.

산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어 등산하는 기분으로 갔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책을 많이 비웠다.

내 책도 내 책이지만 아이들 책도 많이 비워냈다.

책육아 한다고 19평 집의 거실 한 켠과 베란다까지 모두 책장으로 도배를 했다.

오히려 그렇게 책이 많을 때보다 몇 권 남지 않은 지금 더 책을 많이 읽는다.


15칸 책장과 안방에 6칸 책장이 있다

아직까지도 학습 만화 위주로 읽고 있지만, 일단 책을 좋아하는 것부터 되야 책육아가 가능할 것 같아 마음껏 읽힌다.

몇 개월 전에 ‘마법천0문’이라는 학습만화책을 스무 권 정도 물려받았다.

그 이후로 줄곧 그 책만 몇 십 번을 읽더니 공책에 한자를 적어가며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가장 낮은 한자 급수 문제집을 한 권 사줬더니 부록으로 담겨 있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었다.

학습만화로만 배운 것인데 틀린 문제가 몇 개 없어서 놀랐다.

글밥이 많은 책을 너무 안 읽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한 책육아 선배의 조언을 되새긴다.

일단은 책 자체를 좋아하는 게 먼저라는 말이다.


학원 가지 않는 날은 도서관으로 여행을 간다.

일단 매점부터 가서 과자 두 개를 먹고 가족 열람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버스도 탔지, 평소에 잘 사주지 않는 과자도 사줬지, 신바람 난 아이들은 열람실에 들어가자마자 책을 여러 권 들고 자리에 앉는다.

둘째는 독서대까지 가져와 한 권씩 읽고 옆에 둔다.

첫째는 낄낄 거리며 읽다가 옆에 앉아있는 둘째에게 이것 보라며 쿡쿡 찌른다.

엄마는 화장실을 2번이나 다녀오고 정수기에 물 뜨러도 다녀왔는데 아이들은 2시간 반 동안 한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 책이 동화책이나 글밥이 많은 책이면 더 좋겠지만 엄마의 욕심을 비우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지 오랜데 배가 고프지 않단다.

엄마가 배고프니 매점 가자고 해서 겨우 갔다.

‘한강 라면’이 눈에 들어온다. 김밥도 맛있게 보였다.

김밥 2줄에 처음으로 한강라면을 끓이는 방법을 보고 끓여 자리에 앉았다.

평소에 집에서 먹는 라면과 똑같은 라면인데 더 맛있었다.

아이들이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후식으로 직접 만든 호두파이를 먹을 계획이 있었기에 안 된다고 집에서 끓여 먹자고 했다.

호두파이 하나를 셋이 나눠먹고 뭔가 아쉬워 초콜릿도 먹어줬다.


둘째가 “엄마 이 정도면 먹으러 온 거 아니야?”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첫째가 “아니지, 책 읽은 시간이 더 많은데~?”라고 답했다.


배가 부른 아이들은 신나게 계단을 뛰어올라가 다시 열람실에 자리했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가 비어있어서 책 한 무더기씩을 책상에 올려두고 또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엄마는 목 아프고 허리 아픈데 아이들은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집이 먼데 빌려간다고 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도서관 여행이 아이들 인생의 독서 여정에서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길 바라본다.


책육아 뭐 별 거 있나?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책을 통해 배운 것들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안 해봐서 모른다.

정답이 뭐 있겠나.

그냥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나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사유하고 사색하고 마음과 인품이 따뜻하면 되는 거 아닐까?




결국 손 시렵게 빌려가는 아이들 ^^;;
버스에서도 읽는 아이들 ^^;; 눈 나빠진드앗!! 얘들아
집에 오자마자 또 읽는 아이들 ^^;; 앉아서 읽으면 안 되겠니??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