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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Mar 08. 2023

오전 10시, 1차 집안일 퇴근 시간

나를 돌보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9년 차 전업주부인 나는 여러 해를 집안일을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결혼하고 허니문베이비로 임신을 하게 되어 신혼 생활할 때 남편이 살고 있던 작은 원룸에서

지냈는데 그때도 하루 종일 이것저것 집안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살림들은 많아졌고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을 때 나는 이미 지칠 때로

지쳐있던 상태였다.

하루 종일 내가 들여온 물건들에 치여서 그 물건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싶을 때 막내도 어린이집 등원하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매일 1개 비움을 실천했다.

1개 비움으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해서 작은 공간부터 비워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 3개월 정도쯤 되었을 때 물건이 적어지니 청소시간도 줄어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전 10시 전에는 오전 집안일을 다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사남매 모두 등교,

등원시킨 후 땀나도록 움직였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아이들 등원하기 전에 이불정리와 설거지는 마무리해놓았다.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와서 주방, 방, 거실, 빨래, 바닥청소를 시작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날에는 조금 늦어져서 다 못해도 눈을 질끈 감고 10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했다.

주로 독서와 글쓰기, 가벼운 운동과 유튜브 영상 만들기를 했다.


오전에 하지 못한 집안일은 오후 집안일로 미뤘다.

그렇지 않으면 ‘이거 하나만 더 치우고 저거 하나만 더 정리하고 …’ 하다가 또 하루가

다 가버리기 때문이었다.


내가 봐온 미니멀라이프는 물건들이 나와있지 않은 새하얀 모델하우스 같은 것들이어서인지

나의 집은 내가 원하는 미니멀라이프상(?)에 미치지 않아 괴로워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내 목표치를 낮췄다.

미니멀라이프를 한다고 해서 꼭 완벽하게 가구나 바닥에 물건 하나 없이 싹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비워내기로 했다.


일단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10시 전에 꼭 해야 할 집안일을 마치기로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며 마무리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 나를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오전 10시 집안일을 마친 후 무조건 내 방 책상에 앉았다.

내 자리에 앉지 않은 날은 카페로 책을 바리바리 챙겨 나갔다.

E와 I성향이 왔다 갔다 하는 MBTI의 소유자라서 집에 있으면 쳐지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카페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조금씩 돌보게 되었고 새로운 꿈도 갖게 되었다.

결혼 전에 꿈을 다 이뤘다고 생각해서 사남매를 잘 키워내는 것이 전부라고 여겨왔는데

시야가 열리고 다시 한번 꿈을 향한 도전들을 기록해 나가며 조금씩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집안일은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인데 집안일을 간소화함으로 인해 여유로워진

시간에 내 안에 있는 보석들을 꺼내어가는 시간을 보냈더니 자존감도 높아졌고 넷째 낳고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산후우울증도 회복되어 갔다.


‘희생’의 대명사인 ‘엄마’라는 이름 아래에 나를 가둬 놓지 말고 매일 집을 돌보듯 나를 돌봐줘야

하는 것 같다.


지금도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에 허덕이는 엄마들에게 사남매맘으로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내가 해왔던 실수들을 이제 막 아이 낳아 기르고 있는 엄마들은 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가 있다고 해서 꼭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국민육아템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겐 엄마의 사랑 가득한 눈빛과 공감만 있으면 된다.


물건 구입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그 물건을 정리하느라 쓰는 시간 대신 아이들과 교감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집안일하느라 하루를 다 사용하지 말고 10분이라도 나를 돌보는 시간을 꼭 갖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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