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 사남매맘 May 04. 2023

끝없는 집안일에 마감을..

비움과 정리를 통한 조금은 여유로운 전업주부의 하루

집안일은 일당이 얼마일까? 집안일은 끝이 없고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아무리 해도 티가 나지 않는데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티가 확 난다. 어마무시하게 많은 6인 가족의 빨래, 한 끼만 먹어도 넘쳐나는 그릇들, 아이들이 놀고 정리 못한 방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쉬게 되던 때가 있었다.

코로나 때 개인적인 가정사와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인간관계의 문제와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 지내는 답답함에 마음이 무너져 내려 넷째 출산하고 산후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집에서 마음의 여유라도 가지고 쉴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동네 산책이라도 잠깐 할 수 있었다면 마음을 지킬 수 있었을까? 아이들 재우고 어둠 속에서 폰만 보지 않고 내 마음을 돌봐줄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산후우울증을 앓지 않지 않았을까?

피곤하고 힘들면 아이들 잘 때 같이 자면 될 것을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집을 치우고 자겠다고 괜한 오기를 부렸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끝나지 않는 집안일의 끝을 보겠다며 정리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청소했지만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아침이 되면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 완전 찰떡이었다. 

어지러운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괜히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마음은 여기도 정리하고 싶고 저기도 치우고 싶은데 매일 해야만 하는 집안일이지만 아이들이 어리다 보면 못하게 되는 날도 있었다.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는 날엔 그야말로 엄마껌딱지가 되어 정말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핑계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막내 19개월 때 어린이집에 보내고 매일 한 곳씩 비우고 정리하기를 반복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 1년 차가 되니 티 나는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감이 있는 집안일

그토록 원하던 정리되어 보이는 집

빈 바닥과 여백이 있는 집

오래되어 낡은 집이어도 얼핏 보면 예뻐 보이는 집


아이들 등교, 등원시키기 전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리를 하고 물을 마시고 체중을 잰다. 몸은 정직해서 전날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으면 유지하거나 줄어있고 그렇지 못한 날은 늘어있다. 집안일 역시 전날 열심히 움직이면 집이 깨끗하고 조금 움직이면 너저분하다. 매일 체중을 재듯 우리 집의 상태를 돌아본다.


10시 전 오전 집안일 마감을 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둘째가 오기 전까지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갖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산후우울증도 나아졌다. 전업주부라면 하루 종일 집안일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족과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공간에 여백을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물건 10개씩만 비워내도 몇 개월 뒤에는 여백과 정돈되는 집을 보며 비우기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 공간의 힘‘이라는 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과 복작복작 정리하라고 치우라고 하며 스트레스받기보단 함께 정리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맘껏 어질러라 나중에 같이 정리하자~‘라는 유연한 마음도 생기게 된다.

장난감 치우다가 설거지하다가 하루가 끝나는 전업주부의 삶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나를 돌보게 되며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전 19화 왜 못 비워? 내가 비워줄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