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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Aug 10. 2023

미니멀라이프로 텃밭 가꾸기에 도전하다.

다육이도 살려내지 못하는 저입니다만?;

부끄럽지만 다육이조차 말라 죽이는 식물킬러가 바로 나다. ‘4월에는 벚꽃, 5월에는 철쭉, 6월에는 장미. 맞나?‘ 무슨 꽃이 언제 피는지도 잘 몰랐다. 꽃다발 선물은 ‘최고의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마흔이 되며 꽃의 아름다움과 식물의 싱그러움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집의 물건들이 하나둘씩 정리되어 갔다. 4남매 키우고 있는 중에 잠깐의 여유시간이 생기니 텃밭을 일궈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작년 9월에 작은 마당이 있는 노후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막연하게 꿈꿔왔던 아이들과 마당 텃밭에 물 주는 모습을 요즘 자주 연출하게 되었다. 이사 오자마자 심어봤던 작물들은 시금치, 상추, 방울토마토였다. 아이들과 씨앗을 심고 물 주고 햇빛에 놓아두니 조금씩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후주택이라 집 안에 손 봐야 할 곳이 많아 작물들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 날씨도 싸늘해지고 낙엽을 많이 쓸다 보니 지쳐서 텃밭을 가꾸는 일을 놓아버렸다. 앞집, 옆집 할아버지 할머님들은 부지런히 물 주시고 농사 수준으로 많이 거두시는 것을 보았다. 텃밭 가꾸는 일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봄이 되니 마당에 잡초들이 푸릇푸릇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봄이 되었으니 텃밭을 다시 일궈봐야겠다는 생각에 거두기 쉬울 것 같은 상추를 심어봤다. 아이들과 물 주고 며칠 지나니 싹이 나고 잘 자라나 수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게 결혼하고 처음이라 잡초 제거하는 일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몰랐다. 하루가 다르게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들을 보며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했다. 작물들보다 훨씬 더 빨리 자라나는 잡초들을 제거하기엔 아이들의 잦은 감기와 독감, 코로나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시급했다.

마당 잡초들을 제거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여름이 되니 잡초들은 34개월 막내 아이 키만큼 자라나기 시작했다. 넝쿨들도 머리카락을 휘날리듯 치렁치렁 길게 내려와 밑에 있는 주차장까지 덮을 기세였다.

주위 분들은 텃밭을 잘 일궈가시는데 잡초만 무성한 우리 집 마당을 보고 있노라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어르신들이라 하더라도 자제분들 어릴 때도 텃밭을 일구시며 먹이셨을 텐데 아이가 많다는 핑계로 조금은 게을렀던 걸 반성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7월에 심으면 좋은 작물들을 검색하고 잡초를 제거했다.

잡초 뽑다가 내 허리도 같이 뽑히는 줄 알았다. 요령도 없어서 뽑고 난 다음 날 팔과 손목, 손가락이 아파 혼났다.

잡초 자라지 말라고 덮어두었던 천막을 걷고 잡초 제거
잡초 제거하는 딸
상추 모종 심기


언제 또 마당 있는 집에 살아볼 수 있을지 모르니 ‘지금을 즐기며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모종과 씨앗을 사러 갔다. 무슨 잎이 어떤 작물인지 몰라 하나씩 묻고 오이, 깻잎, 배추 모종을 샀다. 방울토마토, 케일은 씨앗으로 샀다. 땅을 고르게 하고 모종을 심었다. 모종판에는 씨앗을 심었다. 매일 물을 주고 ‘잘 자라주렴’이라고 말해줬다. 아이들도 신나게 물 뿌리고 잎도 한 번씩 만져줬다.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면 더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작은 텃밭에 물 주는 아이들

텃밭을 가꾸는 일이 아이들에게도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고작 물 주고 ‘잘 자라줘’라고 이야기해 준 것 밖에 없는데 햇빛을 받으며 뿌리를 내리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 가는 작물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등원, 등교 길에 아이들이

“엄마, 오이가 엄청 커졌어. ㅇㅇ이 키만큼 자랐어. ”

“엄마, 깻잎이 손바닥만 해졌어. 우와 진짜 잘 자란다. 신기해.”

라고 말한다.

한 달이 지나 조금은 작은 깻잎을 따며 ’ 수확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직접 따서 먹으니 더 향긋하고 싱싱했다.


잡초를 제거하고 땅을 고르게 하고 그 안에 작물을 심고 물 주는 과정 속에 삶의 의미들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마음 또한 부정적인 불순물을 제거하고 땅을 갈아엎듯 평정심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내일은 어제보다 조금 더 자라 있을 모습을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들을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잘 자라주렴 ‘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오늘이고 싶다.

스스로에게도 ‘잘 자라나자’ 라고 다짐의 말을 해준다. 아이들을 키우며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미니멀라이프 시작 전에 많은 물건들에 쌓여있어서 마음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들도 지긋이 바라보지 못했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의 연속이 지겹다고 느낄 때도 많았다. 이제라도 미니멀라이프를 하게 되어 생겨난 시간에 텃밭을 일구는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매일 조금씩 자라가며 열매 맺는 우리 아이들이 되길, 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직접 작은 텃밭을 일궈가보니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배추도 심었는데 벌레들이 먹었는지 구멍이 여러 군데 나있는 걸 보니 슬프더라. 농부들의 수고와 땀이 귀한 것임을, 존경받아 마땅하신 분들임을 깨닫게 되었다. 농산물들을 아끼고 감사해하며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오늘부터 태풍 소식이 들리는데 다른 피해도 크지 않길 바라고 특별히 농작물, 농업시설물 피해가 많지 않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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