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 사남매맘 Aug 29. 2023

4남매 엄마 미니멀라이프로 새 삶을 살게 되다.

미니멀라이프 1년 6개월차 내게 일어난 변화와 회복, 회고

2023년 2월 15일.

두 번째 내 생일인가 싶을 정도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환희에 가득 찬 날이었다. 그날이 있기까지의 일들을 짧게 기록해 보려 한다.      


31살에 여섯 살 많은 남편과 결혼해 신혼을 즐기지 못하고 결혼과 동시에 허니문 베이비로 첫째를 출산했다. 외아들이라 외로웠던 남편과 다복한 가정을 꿈꾸며 만나 감사하게 열매들을 주렁주렁 맺게 되었다. 그로 인해 9년 동안 끊임없는 출산과 육아를 하게 되었다. 지인들은 나를 ‘출산체질’이라고 하며 작은 체구에 어찌 그리 많이 낳았냐고 했다. 나도 이렇게 많이 낳게 될 줄 몰랐다. 체구가 작은 것과 출산은 관계없는 듯하다.

21개월, 6개월 연년생 핏덩이들과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의 스펙타클한 육아를 시작했다. 육아 현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그 와중에 남편과 사이가 좋아 셋째를 임신해서 한국에 들락날락하며 출산하고 정신없이 생활을 했다. 남편 직업 특성상 매주 주말 세 아이 독점육아 당첨. 오예?!

생각지 못한 넷째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비자받으러 귀국했다가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혀 남편만 비행기에 간신히 몸을 싣고 6개월간 생이별을 했다. 기한 없는 가정보육을 하며 임신 상태로 세 아이 케어를 했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몰랐던 심각한 가정사와 지금껏 살며 겪어보지 못한 인간관계의 문제, 넘쳐나는 집안의 물건들로 인해 막내 출산과 함께 우울증과 친구를 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도 멀어졌는데 우울증과 절친이 될 줄이야.. 4남매의 엄마로서 무기력증과 산후우울증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절교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더랬다.      


내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가 내 속에서 나를 향해 “나랑 친구 하자”며 속삭이는 듯했다. 동아줄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미니멀라이프와 손을 잡았다. 코로나 무서워서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조심스럽게 놀러 온 친구가 코로나와 함께 왔다. 결국 집에 얌전히 있다가 코로나에 가족 모두 걸리게 되었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막내를 등원시키고 살기 위해 하루 한 곳씩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우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생겨나는 여유시간에 조금씩 아이를 바라보던 눈을 나에게로 집중하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 관련 영상들과 책을 읽으며 하나씩 실천해 갔다. 혼자 하다 보면 흐지부지하다가 멈출 것 같아서 SNS계정을 만들어 매일 정리 전과 후 사진을 찍고 짧은 글을 써가며 인증했다. ‘릴스’라는 플랫폼 원데이 클래스를 한다는 말에 영상으로 기록하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배웠다. 사진과 동영상 찍는 걸 좋아해서 즐겁게 기록해 나갔다. 유튜브 영상편집하는 방법도 배워서 채널을 개설하고 주 1회 업로드하고 있다. 대충 마구 찍어 올리는 영상이지만 아이들의 모습만이 아닌 내가 주인공이 되어 담긴 영상이기에 업로드할 때마다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진다. 피드나 영상을 보고 공감하고 자극받고 함께 미니멀라이프를 도전하는 분들이 생겼다.


정리유전자가 너무 없기에 아이들 재우고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정리수납 자격증 공부를 했다. ‘정리수납을 뭘 배워서까지 하나?’라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삶이 정리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마음이 무너져가며 알았기 때문에 무작정 배웠다.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정리축제’라는 이름으로 비우고 정리하는 챌린지 모임을 만들었다. 단 한 명이라도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삶까지 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9기까지 운영해오고 있는데 매 기수 참여하며 가벼운 삶을 경험해 가는 분들이 생겨 감사하다.      


인생 첫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월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서로 나누고 매주 1편의 글을 제출해 문집을 발행하는 독서모임이다. 1년 동안 참여하며 6권의 문집을 발행했다.

1년간 발행 한 문집들 2권 더 있어요

모임을 통해 글쓰기에 눈을 뜨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 스터디 모임을 진행해 주셔서 ‘작가’라는 꿈을 새롭게 품어보게 되었다. 운동챌린지로 알게 된 ‘헬추녀챌린지’에서 ‘나를 바로 세우는 말들’이라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해 주셨다. 매일 받는 글감들로 조금씩 글 쓰는 연습을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덜 자란 내 안의 아이와 만났고 그동안의 상처들을 꺼내어 보며 울기도 하고 마음을 토해냄으로 인해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브런치의 ‘ㅂ’자도 몰랐고, 브런치는 엄마들이 아이들 등원시키고 카페에 모여 담소 나누는 모임인 줄로만 알았다.  공부의 이유와 목적을 몰라 스무 살 때까지 책 10권도 읽어보지 않았던 나이기에 ‘작가님’이라고 처음 불려진 그 메일의 글자가 선명이 기억이 난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브런치에 담길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다’는 그 문장에 힘입어 미니멀라이프 관련 글을 마구 쓰고 발행했다.

감사하게도 4남매와 미니멀라이프를 한다는 것이 신선(?)해서인지 18번이나 포털사이트 ‘다음’과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부족한 나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SNS에 인증한 기록


2023년 2월 15일은 미니멀라이프 실천 시작한 지 10개월 차였다.

그날은 유튜브 구독자가 1,000명이 되었고, 브런치 작가 승인이 5번 만에 났고, ‘정리축제’라는 이름으로 비우고 정리하는 챌린지 모임을 처음 시작하는 날이었다. ‘구독자 만명도 아니고 1,000명 가지고 무슨?’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아이들 재우고 폰만 보다가 토끼눈 되어 잠들던 무기력했던 나의 지난날과 비교해 보면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매주 꾸준히 업로드한 것, 소비자에서 생산자의 입장으로 무언가를 성취해 냈다는 것이 스스로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4남매의 엄마이자 나름 미니멀라이프 전도사, 초보 유튜버, 기록을 즐겨하는 쓰는 사람으로 사는 요즘이 다시 태어난 것 같이 기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집 뿐 아니라 마당도 정리하게 됨
등원 후 엄마 말고 나만의 시간 갖기



이전 23화 미니멀라이프로 텃밭 가꾸기에 도전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