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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Aug 19. 2023

미칠 대상을 찾아 준 미니멀라이프

산후우울증 특효약 ‘미니멀라이프’

뭔가를 간절히 이루고 싶다면 목표를 위해 미쳐야 한다고 한다.  ‘미친다’는 표현이 어감이 좋지는 않지만 한 가지에 격하게 몰두하고 집중한다는 뜻이라 공감이 간다. 9년 동안 결혼과 동시에 4번의 임신과 출산, 육아의 반복으로 미칠 대상을 찾기 전에 내가 미쳐버리고 말았다. 잠을 못 자고 새벽마다 깨는 아이들과 씨름했다. 내가 사놓고 쌓아둔 물건들에 짓눌려 결국 미치고 말았다. 정신줄을 제대로 잡지 못해 코로나 한참 심할 때 넷째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하면 안 될 말까지 내뱉었다. 무기력해 아이들 재우고 인터넷 세상에 빠져 지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용기 내어 병원에 문을 두드렸다. 병원에서 들었던 첫마디는 ‘잠은 잘 주무시나요? 밥은 잘 드시나요?’였다. 잠은 항상 새벽에 돌아가면서 깨는 아이들 때문에 몇 번이나 깨서 깊이 잘 수가 없었다. 밥도 죽은 음식으로만 때우기 식으로 먹기 일쑤였다. 4남매 육아하다 보면 힘들어서 당을 채우겠다며 빵, 과자, 달달한 커피를 늘 달고 살았다. 약 처방을 두 번 받으러 갔지만 왠지 모를 오기로 약 없이도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았다.


그중 제일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물건들에게서 조금씩 해방되어 가는 자유를 누리며 마음에도 평안함이 찾아왔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가며 생겨나는 빈 벽과 빈 공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시간적인 여유도 생겨나니 잠시 놓았던 정신줄도 잡아가게 되었다. 육아도 중요하지만 일단 내 정신이 온전해져야 했다. 온전해진 상태로 아이들을 대해야만 했다. 그렇게 살기 위한 생존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다.


생겨난 시간에 ‘하루에 10분씩만 하자’라는 작은 목표를 세워 해야 할 일들 목록을 작성했다. 말씀을 읽으며 마음을 보살펴 갔고, 기도를 하며 그동안의 쌓인 부정적인 것들을 토해냈다. 책을 읽으며 용기와 동기부여를 받았고, 운동을 하며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루의 일들을 돌아보며 감사일기와 글을 쓰며 마음이 회복됨을 느꼈다. 그렇게 1년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미쳐야 할 대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인생에 한 번은 ‘미쳤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읽어 본 내용인데 나이 마흔에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다시 몰두하고 미치고 싶은 일들을 찾았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미친 하루를 보내려 한다.


바깥 풍경 구경중인 막내와 책 읽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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