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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Jul 21. 2023

초보엄마에게 4남매맘이 추천하는 '미니멀라이프'

국민육아템 꼭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

아이가 하나일 때는 처음이라 조리원동기들과 의기투합을 해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공유하며 지냈다. 심지어 아이들이 백일 지나기 전부터 같이 모여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친목을 다졌다. 어떤 육아 아이템들이 있나 서로 정보 공유하고 ’ 이거 없으면 안 돼 ‘,‘ㅇㅇ에서 제일 저렴하게 팔아’ 하며 구매를 독려(?)했다. 첫째 출산 때 31살이었는데 조리원 동기 10명 중 막내였다. 언니들은 다 25평 이상의 집에 살았는데 우리 집은 14평이었다.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이 포장해 놓은 광고들을 많이 접해서 그 작은 집에 범퍼침대, 쏘서, 스프링카, 수유의자, 젖병소독기 등등 온갖 국민 육아템들이 모여 있었다.


’ 육아는 템빨‘이라는 말이 엄마들 사이에서 생겨났을 정도로 상상도 못 할 육아템들이 많이 있다. 분유를 아기 혼자 먹게 도와주는 것들도 요즘 보니 나온 것 같다. 그 육아템들이 정말 엄마들을 편하게 해주고 살려주는 것일지 되묻고 싶다. 넷째까지 낳고 보니 국민육아템들 중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기는 했다.

특히 바운서, 아기띠, 유모차 등 정말 필요한 것들은 덕을 톡톡히 봤다. 그 외에 엄마를 도와준다는 국민 육아템들은 너무나 많아 발에 차였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고 나면 정리하느라 더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아이를 재우고 피곤해서 나도 쉬고 싶은데 거실 한가득 늘어놓아져 있는 아이 장난감들을 정리하느라 제대로 쉼을 가질 수가 없었다. 분명 어젯밤에 정리하고 잔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육아템들, 장난감들이 발이 달렸는지 다시 다 나와서 나를 놀리는 듯이 바닥에 널브러져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편하자고 들여온 물건들인데 그 물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물건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집에서 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쉬기는커녕 집이 '체험 삶의 현장'이 되었고 집안일의 노예가 된 듯이 살게 되었다. 육아 퇴근 후의 시간 또한 끊임없는 노동의 연장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집안일 야근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시나 답은 물건을 줄여가는 것에 있었다. 치울 물건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정리해야 할 물건이 줄고, 집안일해야 하는 양이 줄어든다.

물건들을 비워가면 자연적으로 '시간'이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4남매와 함께하는 거실

아이들 등원, 등교시키고 짧게나마 주어진 그 아름다운 시간들을 통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들,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시간 후에도 식기 정리하고 집안일하느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다. 오후 집안일도 웬만하면 7시 반쯤엔 마무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거나 같이 운동을 하는 시간, 숙제 봐주는 시간이 생겼다. 빨래 정리를 함께 할 때도 있다.

미니멀라이프 시작 전에는 꿈도 못 꾸던 시간들이 현실로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많으면 물건의 양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끝없는 집안일의 반복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스스로 정한 시간에만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한 내 시간'이 된다.

아이들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단 30분 만이라도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을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아이가 많을수록 더욱 나를 살려줄 것 같던 물건을 비워내고 진짜 나와 아이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 같다.


초보엄마일 때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을 4남매맘이 된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아이들에겐 많은 국민육아템보다는 '엄마의 품', '엄마의 살결', '엄마의 목소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인식하게 되었다.

아이들 장난감들도 많이 비워내고 보니 아이들은 자연에서 노는 것, 그저 엄마아빠와 살 부딪혀 가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당에서 개구리 구경 중인 아이들
미니 텃밭 잡초 제거하는 중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물건을 더 집중해서 비우고 아이들과 눈 마주치는 시간을 늘려가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런 의미로 50리터 재활용 봉투를 구매했다. 타이머를 맞추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담아봐야겠다.

이제 더 이상 나를 편하게 해 줄 것 같은 광고들에 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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