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 사남매맘 Aug 11. 2023

방학에 빛을 발하는 ‘미니멀라이프‘

물건을 정리하니 ‘방학’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방학이 되니 미니멀라이프가 빛을 발하고 있다. 1년 4개월간 매일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갔다. 미니멀라이프 실천 5개월 째에는 많은 물건과 가구들을 비운 덕에 5톤 윙바디트럭 한 대로 6인 가족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사남매를 키우며 비우는 속도보다 채워지는 속도가 훨씬 빠른 삶을 살고 있다. 필요에 의해 직접 사는 물건들도 있지만 주로 선물 받거나 물려받는 물건들이 많다. 그렇게 받은 물건들도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이제는 과감하게 나누고 비워내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우리 집엔 물건이 곳곳에 많이 숨어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꾸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 SNS에 기록해 갔다. 비움과 정리를 통한 변화들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영상으로 남기고 있다. SNS상에서 비우고 정리하실 분들을 모집해 ’ 정리축제‘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번 달에 9기를 맞이하였는데 그동안 만난 분들과 꾸준히 비워가며 느낀 바는 '비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움과 정리 이후에는 삶에 대한 만족감과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아이들 방학이 되면 막연하게 두려웠다. 네 아이들과 코로나가 한참 심할 때 몇 개월간을 홀로 가정보육하며 집에서 지지고 볶고 지냈던 것으로 많이 지쳤기 때문이다. 물건들도 발 디딜 틈 없이 많았고 아이들도 많아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매일 비움을 통해 얻어가는 공간은 상쾌함과 가벼운 마음을 내어줬다. 단순히 물건만 정리되는 것이 아닌 삶까지 조금씩 정리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이들이 정리해 각 잡히지 않은 4남매 장난감

방학 생활 계획표는 그려놓기만 하고 흘러가는 대로 지냈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들어주다 보면 내 시간과 내 할 일들은 뒷전이 되는 삶을 살았다. 이번 여름방학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기상 줌모임을 신청해서 5시 반 알람을 맞추고 눈 비비며 일어나면 막둥이가 같이 일어난다. 막둥이가 옆에 누우라고 해서 참석 못 할 때도 있고 조금 늦게 일어나서 뒤늦게 들어갈 때도 있지만 먼저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오전에 다 같이 청소와 정리를 간단하게 마친다. 빨래정리, 이부자리 정리는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수건 정리는 5살 셋째가 하고, 로봇청소기는 35개월 막둥이가 담당한다. 식탁정리, 설거지를 하고 셋째, 넷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며 첫째, 둘째와 쓰레기를 하나씩 들고 집을 나선다.


빨래 개는 첫째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듯,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행복한 나이기에 조용한 시간을 갖기 위해 집을 나선다. 충전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있으면 지칠 때가 있다. 나만의 충전 시간을 가져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여유롭고 친절하게(?) 지낼 수 있기에 오전 시간에는 주로 도서관에 갔다. 아이들은 어린이 열람실에서, 나는 북카페에서 책을 읽고 할 일들을 해갔다. 다행히 아이들이 책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 준다. 비록 학습만화들을 보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알게 되는 것들도 많아 제한하지는 않는다.

아이들과 도서관

방학 숙제로 내어준 학년별 도서 목록을 보고 대출해 가서 자기 전에 읽어준다. 점심은 싸간 도시락이나 라면으로 먹고 오후 시간에는 놀러 나가곤 했다. 자전거를 타거나, 마당에서 개구리 잡고 물놀이, 진흙놀이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네랑 마당 물놀이

주말에 더 바쁜 남편과 살아 네 아이 육아를 독점하고 있다. 체력이 좋은 날에는 박물관 관람을 하러 갔다. 네 아이를 엄마 혼자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지만 이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 다닌다. 여름방학에 시원한 도서관과 박물관을 누리며 다닐 수 있는 요즘이 참 좋다.


곤충 박물관

셋째, 넷째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전에 큰 아이들과 저녁을 준비한다. 계란 깨기, 야채 썰기 등 간단한 활동을 함께 한다. 요리하는 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중에 하나다. 공부는 하루 국어, 수학 문제집 한 장씩만 푼다. 그리고 성경필사 한쪽만 하고 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어서 걱정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아직은 어려서 충분히 놀기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통해 배우는 것도, 흙을 만지고 텃밭 작물들에 물주고, 형제들끼리 몸 부딪히며 노는 중에 깨달아 가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다.

마당에서 개구리 잡으려는 중

저녁도 간단한 상차림으로 주로 식판식이나 한 그릇 요리로 먹이고 빠르게 정리한다. 어제 같은 경우에는 아빠가 2박 3일 출장으로 더 일찍 7시 주방마감을 했다. 아빠가 없으면 괜히 긴장되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방학 동안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고 여기며 지내고 있다.

4남매와 함께 하는 노후주택 거실

미니멀라이프 시작 전에 맞이하던 방학과는 조금 다른 여유롭고 편안한 방학을 보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아무래도 정리해야 할 물건이 줄고 방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게 되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매일 내 시간을 충전하고 아이들과의 시간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보내다 보니 막연하게 두려워하던 방학이 ’오늘 신나게 보내자 ‘는 마음으로 바뀐 것 같다.  

다시 오지 않을 하루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다준 ’ 미니멀라이프‘ 하길 정말 잘했다.



저녁 주방 마감
이전 15화 미니멀라이프 실천으로 가정보육에도 정돈된 집 갖게 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