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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Aug 03. 2023

찐 미니멀리스트의 아들이 내게 남겨준 뼈때리는 교훈

솔직한 아이의 눈으로 우리집을 돌아봐야지

8년 차 미니멀리스트 친구, 18평에 사는 5인 가족이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왔다. 우리 집은 19평에서 6인 가족이 살 때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5개월간 불필요한 가구며 물건을 엄청나게 많이 비워, 5톤 윙바디트럭 한 대로 이사하기를 성공했다. 지금은 10평 넓어진 노후주택에 살고 있다. 1년 3개월째 매일 물건들을 비워나가며 지내고 있는데 비우는 속도보다 채워지는 속도가 더 빨라서 감사해하며 즐기면서 비워가고 있다.


18평 5인 가족 중 첫째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인데 우리 집에 있는 장난감을 보며 “장난감이 왜 이렇게 많아요?”라고 물었다. 정말 많이 비워냈고 아이 넷 키우는 것에 비하면 장난감이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찐 미니멀리스트의 아들다운 발언이었다. 친구네 아이 셋과 우리 아이들 넷과 윗집 아이 둘까지 총 아홉 명의 아이들과 마당에서 같이 물놀이를 하고 처음으로 고기도 구워 먹었다. 아이들과 놀다 보니 돗자리도 펴야 하고 상도 가져다 놓고 캠핑의자에 앉아 쉬게 해야 해서 하나둘씩 짐보따리를 풀어갔다.

친구네 첫째 아이가 결정타를 날렸다.

“미니멀라이프하는 집 맞아요? “

나 역시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우리 집에는 없는 게 없다. 물건이 넘쳐나도록 많이 있다. 18평에서 5인 가족이 살며 물건들을 최소한으로 가지고 사는 아이가 봤을 때 우리 집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집으로 보이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렇지? 이모네 뭐가 엄청 많지? 근데 너 다른 집 많이 안 가봤지? 우리 집 장난감, 물건 많지 않은 편이야 ㅋㅋ”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솔직하게 표현해 내는 아이에게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인정받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다음에 놀러 왔을 때는 친구네 첫째 아이에게 인정받을 만한 간소한 짐으로 사는 내가 되어있길 바랐다.


빈 방을 가지고 거실에 아무것도 없이 지내는 미니멀리스트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만은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각자에 맞는 미니멀라이프를 고수하며 얼마나 가졌느냐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가 인정할 만한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주택에 살고 있는 특성상 마당에서 사용할 물건들도 많이 필요하더라. 매일 한 공간씩 더 돌아보며 정말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유용하게 자주 쓰이는 물건들인지를 점검해 가야겠다.

“OO아 다음에 또 놀러 와서 미니멀라이프 하는 집 같아 보이는지 확인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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