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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Nov 10. 2023

4남매맘이 미니멀라이프 하는 이유

행복하게 살기 위한 몸부림

   

넘쳐나는 물건들 때문에 집에 있으면 답답하기만 했다. 특히 코로나를 진하게 겪은 우리 가족이기에 미니멀라이프가 더 간절했다. 중국에 살다가 한국에 비자받으러 잠시 왔는데 코로나가 한참 시작되고 있을 때라 하늘길이 막혀 돌아갈 수 없었다. 남편만 간신히 비자받고 돌아가 일했다.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남편 없이 넷째 임신한 상태로 세 아이들을 가정보육 해야 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는 말의 ‘돌밥‘은 나마저 온전한 정신을 소유할 수 없게 했다. 매일 끝나지 않는 집안일의 굴레 속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쳇바퀴를 굴려야 했다. 출산할 때 즈음 남편이 왔고 출산 예정일 일주일 전에 중국 집의 짐들이 도착했다.      

만삭의 배를 복대로 받치고 아무리 정리한다고 해도 물건이 넘쳐나게 많았다. 19평의 연식 있는 아파트여서 베란다가 3개나 있었는데 물건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거실과 방에도 물건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한참 뛰어놀아야 할 나이인데 집 밖에 나가면 무서운 코로나가 기다리고 있는지라 외출도 쉽지 않았다.        


집에서 쉴 수가 없었다. 집인데 편하지가 않았다. 집에 있으면 답답해 한숨만 나왔다.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괜한 짜증과 화를 내기 시작했다.

변화가 시급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이미 코로나도 걸렸으니 막내를 어린이집에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보냈다. 등원시키고 오자마자 서랍 한 칸부터 비울 물건들을 비워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이었는데 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하고 개운할 수가 없었다. 서랍 속에 몇 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1순위로 비워냈다. 처음엔 그냥 버리는 물건들도 많았다. 그러다가 죄책감이 느껴지며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르니 나눔 하거나 기부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집의 모든 공간들을 만져주며 가꿔갔다.

이사 가야 할 시기가 되어 더 열심히 비워냈다. 코로나로 한 동안 누군가가 집에 오는 일이 드물었는데 막상 집을 보러 온다니 창피한 마음에 더 신경 써서 정리하고 청소했다.

견적을 받았는데 5톤 트럭 꽉 채워 갈 수 있겠다고 하셨다. 가족수에 비해 짐이 적은 편이라고 해주셔서 그 동안의 노력에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고 청소했을 뿐인데 여유 시간이 생겨났고,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하고 책도 읽고 운동도 했다. 주절주절 넋두리 글쓰기를 했다. 내 시간을 갖게 되며 긍정적인 생각들을 품게 되었다. 매일 엄마가 집안일하며 힘들어하는 모습만 봐왔던 4남매와 눈 마주치고 몸을 부딪혀 가며 노는 시간들도 생기게 되었다. 등산도 가고 자전거도 함께 타고 마당에 작은 텃밭도 만들어 물 주며 작물들을 키웠다. 쉽게 내던 화와 짜증도 줄었다.      


‘전업주부‘라고 나를 소개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 마음 또한 사라졌다. 집을 돌보고 가꾸는 일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와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귀한 일이라 생각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하게 되었다.

집을 정리 정돈하는 일이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배운 적이 없으니 잘 할리 없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인터넷으로 정리수납 자격증을 취득해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들이 적어지고 제자리를 갖추게 되니 마음의 무게도 줄어들었다. 하루 종일 집안일 하지 않고 정해둔 시간에만 했다. 행복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장난감 치우라며 싸우는 일이 줄도록 ‘정리는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과 게임하듯 정리했다. ‘몇 분 안에 치울 수 있나 보자’ 하며 시간을 정해 ’ 정리모드 정리모드‘를 외쳤다.      

10평 넓은 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는데 물건은 더 줄어서 넓은 거실에서 아이들이 마구 뛰어논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생겨난 변화들이 많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니 아이들과 남편도 덩달아 행복해진 것 같다.

아직도 채워지는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많은 짐들이 있지만 그때그때 더 비워내고 정리하려 노력한다. 집에 생긴 빈벽, 여유 공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마저 생긴다. 공간이 주는 힘을 받는다. 집에 있으면 편하다는 마음도 들게 되었다. 집에서 쉴 수 있게 되었다. 상상해 오던 거실 풍경이 만들어질 때 감사한 마음도 든다. 저녁 먹고 빠르게 정리하고 가족이 모여 앉아 대화하고 아이들끼리 놀기도 한다. 책상에 모여 앉아 숙제하고 책도 읽는다. 가정 예배도 드리는 단란한 가정의 모습. 물건을 비우니 가족이 보이고 참 행복이 찾아왔다.

이 행복함을 놓치고 싶지 않아 물건은 아직 많지만 더더 비워내며 작은 생활을 계속 실천해 가려한다.  


오랜만에 후드 청소하고 난 노후주택 주방 모습
다둥맘에게 필수인 고마운 가전제품들
거실 책장
제일 좋아하는 거실 구도
새벽과 밤엔 엄마 공간, 낮엔 아이들 놀이 공간
새벽출근, 야근도 있어 따로 내어 준 남편방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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