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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Apr 03. 2024

쪽파는 사랑도 받고 미움도 받네

화분에 꽃보다 농작물을 키우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봄이면 쪽파를 심으십니다.

아침저녁으로 쪽파에게 물을 주며 얼마만큼 자랐는지 이야기를 나눈답니다.


"날씨가 좋아서 좋겠다. 물 많이 먹어라"


쪽파는 엄마의 달달한 사랑과 따뜻한 햇빛 간식으로는 달걀 껍데기와 영양제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쪽파가 자랄수록 얼굴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빠입니다.

쪽파를 키우는 건 엄마가 좋아하지만 쪽파를 수확하고 다듬는 건 아빠의 일이니 쪽파를 좋아할 수는 없겠죠.

집에서 키운 쪽파는 더 작디 작아 엄지와 검지가 연탄처럼 새까맣게 되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다듬기가 쉽지 않습니다. 쪽파를 수확한 아빠는 결국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주말인데 뭐 하니? 쪽파 좀 같이 다듬자. 엄마가 파김치 한단다"


"알았어요. 이따 갈게요"


전화를 받고 집에 도착하자 아빠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며 열심히 쪽파를 다듬고 있습니다. 저도 자리 잡고 앉아 아무 말 없이 쪽파를 다듬는 걸 도와드립니다. 함께 다듬다 보니 날씬하고 깨끗한 쪽파가 되었답니다.


"쪽파 다듬었더니 허리도 아프다. 저녁에 삼겹살 구워 먹자"


"아빠 우리 집으로 오세요. 삼겹살이랑 저녁 차려드릴게요"


"너희 집에 소주 없지. 소주만 가지고 갈게"


쪽파를 미워하던 아빠는 쪽파 김치와 삼겹살로 훈훈한 저녁을 맛있게 드시며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집에서 키운 쪽파라서 더 연하고 맛있다며 아빠는 저녁 먹는 동안 쪽파 이야기만 하셨습니다. 쪽파 덕분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저는 쪽파가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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