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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Nov 28. 2022

런치플레이션을 이겨내는 직장인의 자세

a.k.a. 보릿고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은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일컫는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다시 출근을 하게 됐는데 이전보다 점심값이 비싸지면서 부담을 느끼게 됐고, 이에 도시락을 싸 오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뉴를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이 합쳐져 이렇게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보리'와 '고개'가 합쳐져 '보릿고개'가 되었듯이. 이는 즐거운 점심시간이 한순간에 고민과 번뇌의 시간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점심을 밖에서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직장인이라면 이를 피해 갈 수는 없다.


2021년 7월, 작년에 육아휴직에서 복직할 때 목표했던 바가 있다. 바로 직장 근처 맛집 블로거 되기. 서울 도심이고 관광지 근처라 식당이 많았고, 그럼에도 회사도 많은 곳이라 직장인 점심 먹을 만한 곳이 많았다. 블로그로 부수입 파이프라인 좀 뚫어보겠다고 매일 혼자 먹는 점심 맘 편히 블로깅이나 하며 즐기자는 생각에 열심히 식당을 발굴하고 다녔다. 수십 군데의 식당을 전전하면서 싸게는 6천 원, 비싸게는 만 만 이천 원 정도의 식대로 메뉴를 골랐다. 평균으로 치면 8천 원이면 쌀국수, 순댓국, 돈가스 등의 일상 점심을 먹을 수 있었고 만 원 이하에 연어덮밥이나 회덮밥과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는 혜자 맛집을 찾기도 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특히 근 6개월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 이상 6천 원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졌다. 6천 원에 음식을 팔던 곳은 7천 원으로, 어떤 곳은 1년 사이에 6천 원짜리 볶음밥이 8천 원이 되었다. 7천 원, 8천 원이던 메뉴는 말할 것도 없다. 비싼 메뉴는 상승폭이 더 커서 2천 원~4천 원씩 올랐다. 서울사랑상품권이니 서울페이니 방법을 찾아도 결국 비싸진 식대는 낮출 수가 없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나머지만 다 오른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다.(참고로 2023년 공무원 봉급 상승률은 1.7%라고 한다.)


평균 식대가 9천 원~1만 원에 육박하자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 반찬도, 어른 반찬도 안 해 먹는데 도시락을 싸오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 측면에서 불가능했다. 결국 선택지는 편의점 도시락밖에 없었다. 4천 원~5천 원대에 사 먹을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은 그래도 양이 넉넉하고 맛도 괜찮았다. 저번 달에 서울시에서 맞벌이 부모들을 위한 GS25 편의점 도시락 20% 할인 쿠폰이 있어 3천 원~4천 원대면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1시간이라는 짧은 점심시간에 하필 가장 멀리 있는(CU랑 세븐일레븐은 코앞에 하나씩 있다) GS25에서 도시락을 사 와야 한다는 점을 빼면 아주 만족스럽다. 언제 질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편의점 도시락 종류가 다양한 편이라 쿠폰 발급 한 달 차 만족도는 아주 높다.


직장인에게 있어 비용 절감에 식대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커피값이다. 원래도 비싼(4천 원 이상) 커피는 지양(지향 X)하는 편이지만 이제는 3천 원대 커피도, 2천 원대 커피도 지향할 수가 없게 되었다. 4천 원짜리 밥 먹고 3천 원짜리 커피 마시면 약간 자괴감 든다. 이럴 거면 8천 원짜리 밥 먹는 게 낫지 않나... 하고.


그래서 사무실에 있었지만 외면해왔던 캡슐커피머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카페인 만땅이고 밍밍하지만, 그래도 공짜니까. 기호식품을 기호에 따라 마시지 못하는 건 서글프지만, 한 푼 두 푼 모아 살림에 몇 푼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서글픔보다 큰 뿌듯함이 온다. 모으려면 더 버는 게 아니라 덜 써야 한다. 왜냐면 더 벌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상 파이프라인은 그렇게 쉽게 뚫리는 것이 아니었다. 월급이 나오는 파이프나 튼튼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가도 올랐지만 금리도 올라 예적금이 인기다. 원래 모든 재테크를 예적금으로 했지만 주변에서 난리라 더 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넣지도 못할 예금 이자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쪽쪽 빨다 보면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직장인들이여, 아끼고 또 아껴서 돈을 모아 보자.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보릿고개를 지나면 황금빛 가을 논밭같은 플렉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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