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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높은구름 Jul 22. 2023

논산 관촉사에서

위로(慰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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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부터 많은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비가 오기 전에 먼 곳에 있는 절집을 가기로 계획하고 중복이 막 지나고 있는 여름 훤한 새벽에 일찍 집을 나섰다.

아침 안개와 구름이 산과 도로에 깔려 있지만 딱 보기 좋을 정도로 위험하지 않고 편안하다.


어젯밤 그래도 일찍 잠들어서, 몇 시간 멀리 오랫동안 운전하고 왔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늘 보고 싶어서 마음속에 그리워하고 있던 은진미륵(津彌勒),  명칭으로는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論山 灌燭寺 石造彌勒菩薩立像)이 계신 여기는 논산 반야산 관촉사(論山 般若山 灌燭寺)다.

논산 반야산 관촉사(論山 般若山 灌燭寺)

나는 그래도 은진미륵이란 이름이 더 정겹다.


관촉사는 고려전기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천년 세월이 흐른 역사 깊은 사찰이다.


이 미륵불도 고려시대 때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와서 보고, 그 미륵불의 모습에 반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뵈러 었다. 

수학여행 이후  거의 20년 만에 또다시 한번 더 온 거였다.


그때 두 번째 다시 온 그날은 미륵불께서 아프신지 겹겹이 둘러싸고 보존처리 중이셨다.


그래서 그 소박하면서 당당하고, 모든 걸 다 지켜 주실 것 같고, 언제나 힘이 넘칠 것 같았던 그 웅장함을 그때는 보여주지 않으셨다.


당신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늘 그 자리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만 보여 주시고, 자식들 걱정할까 봐 아픈 곳을 말씀하시지 않는 어머니처럼 말이다.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 신나게 올라와서는 얼굴도 못 보고 돌아서는 그 심정은.....


얼마나 아쉬웠었는지..


그리고 또 20년이 흐른 오늘, 여기 오기로 몇 날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오다 보니,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덕인데 그 언덕을 단숨에 올랐다.


말 그대로 은혜로운 언덕[恩津]을 단숨에...


그. 런. 데....


오늘도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공사장 칸막이로 둘러싸여 보존처리 중이시다. 

신가 보다.

건강검진 중이시면 다행이고..

 은진미륵(恩津彌勒),국보 323호

갓 결혼하고 20년 만에 왔는데... 또..


한참 동안, 은진미륵불은 보존처리 중이라 뵙지 못하고, 미륵불 앞 멋진 석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마음보다, 미륵불의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든다.

관촉사 석등(灌燭寺 石燈), 보물 232호

천년의 세월을 아픈 이, 힘든 이들의 수많은 사연들을 들어주며 눈, 비, 바람 맞으며 서 계셨을 미륵, 그 많은 이를 위로해 주셨을 그 미륵불도 아프신지 수술 중이니, 위로받고 싶으신 게 틀림없다,


20년 전 그날도 어쩜 내게 누군가 힘든 이에게 위로하는 법을 가르쳐주시려고 그러신 거였었는데, 나는 20년 동안 힘든 이를 위해 진심으로 위로하며 함께 한 기억 잘 나지 않는다.

하여 오늘도 어렵고 든 이를 생각해 보라며 가르쳐 주고 계신 거였다.

관촉사(灌燭寺)

그리고 다음에 다시 와 반갑게 이야기하자고 그러신 것 같다.


모든 것에는 다 제 뜻이 있는 건데, 나는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미륵불도 나도 더 건강해져서, 다시 만날 때는 웃을 수 있었으좋겠다.

관촉사 해탈문(灌燭寺 解脫門)

위로하라고 가르치시는데, 오늘도 결국은 많은 위로만 고 돌아서 나오고 있다.


다음에는 꼭 다시 뵐 수 있기를....

: 대한민국 국보 제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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