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T검사를 하다.

by 복코코



두 번의 자연 임신과 두 번의 유산, 그리고 시험관을 시작해 겪게 된 두 번의 유산. 착상이 잘 되는 편이어서 시험관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습관성 유산 검사는 이미 오래전에 마쳤고 받을 수 있는 처방도 최대로 다 받았다. 이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네 번째 유산이 확인되던 날, 원장님은 참담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복코코씨는 제가 꼭 임신시켜 드리겠습니다.”



원장님은 책임감이 있는 분이었기에 그 말에서 정말 어떤 결의가 느껴질 정도였다. 감사했다. 원장님은 다음 이식부터는 기존 냉동 배아를 쓰지 말고 새로 채취해볼 것을 제안하셨다. 다시 몸을 만들어 질 좋은 새 배아를 얻자는 것이었다. 일리 있는 말씀이었지만, 첫 채취 때 복수천자를 하며 개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망설여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스쳤다.

‘어차피 해야 하는 고생이라면,

차라리 다른 병원에서 해볼까?’


여기는 병원이 작아 배양팀도 작다.

배양팀의 규모가 큰 병원이라면,

뭔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나는 결국 ‘시험관의 종착지’라 불리는

서울역의 대형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 명성대로 이 곳은 예약부터 쉽지 않았다. 한 달을 기다린 끝에 겨우 초진 날짜를 잡았고, 그 사이 네 번째 아기의 태아 염색체 결과가 나왔다. ‘보나마나 또 정상이겠지’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과 달리 아기의 8번 염색체에 미세 중복이 있었다. 아, 아픈 아기였구나. 그래서 그렇게 빨리 갔구나. 차라리 후련했다. 원인 모를 유산을 너무 많이 겪었다 보니, 이번에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유산도 네번이나 했다보니 PGT(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은 내 나이가 어려서 불필요하다며 원장님들께 번번이 거절당했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새 병원에서 만나 뵌 원장님께서도 내 경우 반드시 PGT 검사가 필요한 케이스라고 하셨다. 나 역시 쭈욱 그렇게 생각해 왔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말이 참으로 반갑고 속 시원했다.


“부부 염색체 검사도 다시 해 봅시다.”

“그건 예전에 정상으로 나왔었는데요?”


알고 보니 태아 염색체검사처럼 부부 염색체도 기본 염색체 외에 미세결실(중복) 검사를 할 수 있었다. 4번째 유산되었던 아기의 염색체 미세 중복이 우리부부 중 누군가의 유전으로 발생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선생님 입장에선 우리 염색체부터 다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부부 미세결실검사는, 주변에 이런 걸 한 사람을 본 적이 없고, 1인당 60만 원이라는 고액의 검사라 선뜻 하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가 없으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검사에 임했다. 검사는 하지만 여기서 뭔가 이상이 나올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아마 우리 둘 다 정상으로 나오겠지만, 그냥 마음 편하게 다음 스텝을 위한 검사를 한다고 생각했다.


“복코코님 염색체에 미세 중복이 있네요.”

결과는 뜻밖이었지만 말이다.

“미세 중복이요? 저한테요?”

“1번 염색체에 아주 조금 중복이 있어요.

신경 쓸 만큼 많은 정도는 아니구요.”


나는 건강하게 잘 살아왔는데 왜 내 염색체는 비정상일까. 알고 보니 이런 미세 중복/결실이 있어도 나처럼 정상 발달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도 항인지질에 이어 이제는 염색체까지. 한 조각씩 ‘너는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임신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반복 유산을 겪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사실들인데.


4번째 유산됐던 아기는 8번 염색체가 중복이었고, 나는 1번 염색체에 중복이 있는 거라 아기의 미세 중복은 유전 아닌 자연발생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선생님. 그러면 제 미세중복이

나중에 제 아기한테 유전될 수 있는 거죠?"

"그렇죠."

"그러면 PGT를 하면, 미리 걸러낼 수 있을까요?”


“4번째 유산된 아기의 경우 중복 양이 꽤 많아서

이식 전에 PGT를 했다면 걸러질 수 있었을 텐데

복코코씨 정도 양의 미세중복은

PGT에서 걸러지지 못해요.”


“아...”


“그래서 만약 나중에 임신을 하면

16주쯤에 양수검사를 해서 미세결실(중복) 검사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임신하고 16주쯤까지 가 본 적도 없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검사를 통해 뭔가를 알게 되어도 어떤 행동을 취하기엔 너무 늦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를 해서 뭐가 나온다 한들, 내가 아기를 보낼 수 있을까?


‘에잇 임신 중기까지 가본 적도 없으면서

벌써부터 깊게 생각하지 말자.'



이제 비관적인 생각은 버려두고, 채취를 위한 준비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채취를 하고 PGT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꽤 걸려서, 그 사이에 자궁경도 한 번 받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아마 빨라도 10월이 되어서나 이식이 가능할 거였다. 6월에 처음 이 병원에 왔는데 첫 이식은 빨라야 10월이라니… 이제 올해도 얼마 안 남았으니, 내년에 복직할 준비도 조금씩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을 만들며 새 채취를 준비했다.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챙기고, 생활습관도 고쳤다. 처음 시험관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배달음식만 먹으며 살았던지라 배아 질이 좋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최대한 그때와는 다르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2차 채취에서는 다행히 복수가 차지 않았다. 총 13개의 난자를 채취했고, 최대한 많은 배아들이 PGT에 통과하기를 바라며 몇주를 피 말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3주 뒤, 떨리는 맘으로 결과지를 받았다. 13개 중 6개가 5일 배양까지 버텨주었고 그중 2개가 PGT를 통과했으며 1개는 모자이시즘(일부 세포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었으나 이식하면 정상적으로 자랄 확률이 있는 배아)배아가 되었다. 원장님께서 모자이시즘은 이식을 권하지 않으셔서 요거는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나저나 두 개의 통배가 다 분열 속도가 느렸다. 둘 다 각각 6일, 7일 배양이었다. 7일 배양은 진짜 생전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나는 착상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선생님은 속도보다는 PGT를 통과한 배아라는 것에 더 의의를 두시는 것 같았다. PGT전문가인 선생님을 믿고 10월부터 이 두 배아를 하나씩 이식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