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를 남기며
에필로그를 남기며
오늘도 수많은 비행기가 상공을 오르고 내린다. 이를 알려주는 어플이 있는데, 비단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정말 많은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당신의 발이며 당신이 세계로 향하는 다리이다.
주절주절 해낸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하늘이 궁금한 이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말이다. 하늘은 높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겐 쉽고 또 누군가에겐 닿기 어려운 곳이다.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선 이 직업에 대해 크나큰 환상이나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국내 항공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늘 높은 벽이 있었다. 나는 아마 평생 그 벽을 넘을 수 없을지도. 우리나라는 무조건 경쟁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조금 질려 버렸다. 나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가 싫었다. 세 번의 외국을 경험하며, 결국 한국 사람이 살 곳은 본토인 고향이란 건 알았지만 어쨌든 난 여전히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서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인적 자원뿐인 우리나라가 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선택이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요즘엔 K뷰티, 드라마 등으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가 높다. 우리가 일궈낸 이런 것들이 자랑스럽다.
난 영어 이름이 없는데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크루들을 본다. 내 대답은 늘 같다. 이건 내 이름이고 발음이 어려워도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으라고. 나는 한국인이고 내 이름은 이것이다. 이것은 나를 부르는 고유한 명칭이다. 비단 나는 한국의 여권 파워가 세서 우리나라를 좋아하진 않는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기에 애정이 있으며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올 동안 이를 일궈낸 피와 땀을 기억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이들에겐 그저 뺏고 싶은 여권 파워를 가진 나라이더라. 그런 부분은 가볍게 무시한다. 비슷한 아시아 국가였다가 범접할 수 없는 나라가 되자 이에 대한 열등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봤다. 나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고 그들은 그들이다.
회사에 들어온 후 다양한 국적의 승객과 동료들을 만났다. 나는 사회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같은 활동은 내게 그 어떤 책보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지식의 보고였으며, 지금도 여전하다. 나는 사실 동물과 식물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다. 인간 군상보다는 그 속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회사는 내가 고등학교 때 배운 사회문화 교과서의 살아있는 버전이다. 그 덕에 내 시야는 더 넓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은 큰 의미를 가진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일하며, 직업이란 나의 일부임을 크게 깨달았다. 나를 반영할 수 있지만 전부가 아님을. 그 덕에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나누고자 하는 것을 또다른 방식으로 해낼 수 있어 기쁘다. 때로 직업에 대해 얘기하면, 굉장히 신기해 한다. 나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그저 직업인이기에, 유달리 으스대거나 자랑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도 늘 다른 직업이 신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친인척을 통틀어 홀로 이 분야에 진입했다. 굉장히 특이한 편이다. 뭐랄까, 선배도 후배도 없다. 내가 이 길을 닦고 있다. 이 일로 퇴직할 수 있다면, 그리 하리라. 하지만 그게 안 된다 하더라도 내 인생의 큰 전환점임을 인정한다.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할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 돈이 필요하더라. 앞서 말했듯 내가 어떤걸 준비하고 공부한 기간을 나무라진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또 성장했기에 이는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그러나 만약, 아주 만약에 돌아간다면 이번엔 바로 취직하며 나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더 적극적으로 일하리라.
인생은 길고 늘 알 수가 없다. 결말이 열린 결말이든 닫히든지 간에 나는 또 오늘 하루를 살아가리라. 헛된 경험은 없으며 난 또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갈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대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응원의 힘은 큰데 스스로 응원할 때에 그 힘이 가장 크다는 걸 알아가는 요즘이다. 스스로를 많이 다독이고 응원해주길 바란다. 물론 나도 그러겠다. 가끔 게으르더라도 할 일을 제때 해낼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나를 다독일 터이다.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또 하루를 채워나갈테다. 어떤 날이든 스스로를 잃지 않길 기도한다. 하늘에서 혹은 지상에서 다들 잘 지내시기를. 오늘도 행복하기를!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