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
나는 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유독 어렸을 때부터 다른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주전공이 외국어인데 복수 전공까지 외국어 전공을 선택했던 걸 보면 그땐 꽤나 언어 공부에 진심이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하긴 했지만 히라가나만 겨우 뗀 수준으로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본어와 중국어 공부는 문화적·학문적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았다. 언어를 공부하며 그들의 문화, 역사, 사유 방식, 문학을 더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들을 수 있는 게 즐거웠고, 덕분에 이 나라들을 속속들이 알아차리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외국어 교수법을 익혀 언어를 좀 더 전문적으로 잘 구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각각 복수 교직이수했다. 한 과목도 힘들다는 교직이수를 어떻게 두 개나 할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싶다. 졸업 이수학점보다 꼭 40학점을 더 수강하고 졸업했으니 말 다 했다.
그도 그럴게 당시 나는 복수 교직과정을 이수할 만큼 교사라는 꿈이 확고했었다. 그래서 계획대로라면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치열하게 외국어를 공부해 온 만큼 한국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유학을 다녀오자 !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고민은 깊게, 결정은 빠르게! 중국어와 일본어,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중국 절강사범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로 각각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예상대로 졸업이 늦어지긴 했지만 유학을 다녀온 건 가장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후회 없이 공부하고 후회 없이 경험했다.
특히 휴학 한 번 없이 3학년까지 마치고 대학교 4학년 1학기 때 다녀온 일본 교환학생은 남들보다 늦게 간다는 불안함, 그리고 교직과 복수전공까지 병행하느라 심적으로도 많이 지쳤던 시기에 결심한 유학이었다. 그리고 이 결심은 내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일본 유학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4월이 되면 일본 대학교에서는 너도 나도 동아리 홍보에 열성이다. 한국이랑 다르게 일본은 대학생의 최대 관심사가 동아리일 만큼 부활동에 진심이다.
나 또한 일본에 왔으니 동아리에 가입하기로 결심하고 와세다대학교 한중일 학생교류 서클에 들어갔다. 당시 중국어도 함께 공부하고 있었기에 일본인 친구와 중국인 친구를 동시에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동아리에서는 매주 월요일마다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대만인 학생들이 모여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을 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알려주는 활동을 했다.
활동 중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꼽자면 우리 동아리 트위터를 우연히 본 NHK 관계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요청을 해서 인터뷰에 응해본 적도 있다. 세계 각국의 대학생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과 자신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교환학생 신분으로 일본 대학교에서 수업도 듣고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일본인 친구들은 물론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나의 컴포트존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더라도, 불확실성을 선택하는 편이 훗날 지금 이 시기를 돌이켜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학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취업 수업도 수강하고, 와세다대학교 커리어 센터에 찾아가 상담을 받고 외국계 회사 인턴 지원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커리어의 첫 시작을 해외에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일본 취업을 준비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