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 선정 기준
첫 커리어의 시작을 일본에서 하기로 마음먹고 취업 준비를 할 때 나만의 몇 가지 회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었다. 크게는 기업의 인지도, 복지, 그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해외 취업을 하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처음 취업 준비를 할 때는 두려움부터 앞섰다. 한국에서 취업하는 게 아니니 정보도 많이 부족하고 생각하고 따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무모하지만 그땐 한국에서도 누구나 이름을 들어도 알 만한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언젠가 한국으로 리턴할 것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취준이 예상보다 상당히 길어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취업 시장이 호황기라고는 하지만, 사실 비 일본 대학 문과 출신 외국인이 일본인과 경쟁해서 업계 탑티어 대기업에 문과 직무로 합격하는 것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일단 언어부터가 가장 큰 장벽이고, 일본 대학 출신이 아닌 외국인의 경우에는 학력 제한에서부터 걸러지는 경우도 많아 운도 따라줘야 한다.
특히 내가 취준을 했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일본 입국조차 할 수 없던 때라 이렇게 많이 떨어질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서류 합격률이 낮았다. 물론 나의 경우 일본 취준생에게도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위주로 지원했기 때문에 합격률이 더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넣는 기업마다 족족 떨어져서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기업의 인지도는 내가 가장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눈을 낮추진 않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운이 좋게 업계 탑티어 기업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지금도 매일이 도전과 좌절의 연속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했던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큰 힘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나를 증명하는 하나의 큰 수단이 된다. 비자를 발급받을 때나 각종 서류를 발급받을 때 재직하고 있는 회사를 확인하면 절차가 비교적 빠르고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참고) 会社四季報オンラインサイト
참고) 業績ランキング
일본의 경우 한국 대기업보다 대부분 초봉이 낮고, 세금은 더 많이 떼어 가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이 돈을 많이 모으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해외 생활은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여러 방면에서 돈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봉이 가장 중요한 분들에게 일본 취업은 결코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도 해외 취업을 하기로 결정했기에, 회사의 복리후생은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사택이 있거나 집세 보조가 있는 곳 위주로 지원했다. 일본은 월세(家賃)가 비싸기 때문에 주택 지원이 없다면 월급에서 월세로 빠져나가는 비중이 꽤나 크기 때문이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집세의 70%를 보조해 주고 30%를 본인이 부담하는 형식인데, 그 30%도 회사 카페테리아 플랜으로 충당할 수 있어 10평 남짓되는 집에서 무료로 살고 있다. 수도광열세를 비롯해 각종 자격증 취득이나 교재 구매 등도 카페테리아 플랜으로 해결하고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집세 보조가 없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들었지만, 일본 취업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라면 집세 보조를 해주는 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꼭 추천드린다. 복리후생은 회사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확인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지 않는 내용이나 재직 중인 사원의 솔직한 회사 평가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OpenWork(旧Vorkers)를 참고하면 좋다.
마지막으로는 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 그리고 내 능력을 살려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회사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나는 세계 규모로 폭넓게 사회를 지탱하는 일(軸)을 하고 싶었고, 3개 국어를 공부했다는 것을 살려 외국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종합화학회사로 소재부터 기능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찬스가 많다는 점, 그리고 경쟁 타사와 비교해봤을 때 글로벌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의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였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쓰고 싶은데, 나는 같은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들 중 유일한 문과 출신이다. 반면 동기들은 화학을 전공한 석박사 출신이 대부분이라 처음에 신입 사원 연수를 받으면서 혼자만 연수 내용을 못 따라가 많이 좌절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언어까지 다르니 혼자만 한참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남몰래 운 적도 있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을 겪어보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모든 리스크를 감안하고서 힘들게 이곳에 온 것인데,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는 게 말이 되는가. 머리가 느리면 엉덩이가 무거워져야 한다. 그다음 날부터는 혼자 사전을 옆에 끼고 이해하지 못한 일본어는 바로바로 찾아보며 연수를 들었고, 퇴근 후에 집에 돌아와서는 매일 그날 배운 연수 내용을 복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남들보다 잘하겠다는 마음가짐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가 더 좋은 자세라는 걸 배웠다. 그렇게 노력한 시간들이 모여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