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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May 05. 2024

설비구매 업무에 대해 알고 싶나요?

2년 간의 일본 설비구매 업무를 마무리하며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설비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설비사양 검토, 구매 검토가 산정, 입찰, 계약, 대금지급, 설비업체 관리를 통한 최적 생산설비를 구매함으로써 생산 효율성 및 원가경쟁력에 기여하는 일이다.


첫 배속지였던 후쿠오카 사업장에서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자재구매를 담당했다. 이후 본사에서는 자회사인 엔지니어링 회사의 자재구매를 담당하게 되면서 내자구매뿐 아니라 외자구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앞에 글에서 언급했듯 6월부터 전지사업부에서 사업관리를 담당하게 되어 이번 기회에 그동안 내가 담당한 설비구매 업무에 대해 작성해 봤다. 구매직무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하루로 보는 설비구매 직무


먼저 기본적인 구매직무가 해야 할 일을 하루의 스케줄로 만들어 정리해 봤다. 회사마다 직무에 대한 구분이 조금씩 다르고 어떤 산업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구매 업무 범위가 다를 수 있다. 또 일본 제조(화학) 회사 기준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한국과 상이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출근을 하면 보통 간밤에 온 메일을 읽고, 시장 관련 주요 뉴스와 메탈 시황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에는 중장기 수급 전략에 민감한 이벤트가 많아 뉴스를 확인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많고, 협력업체와 관련된 화재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나 전쟁 등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올해는 1월에 발생한 일본 노토반도 지진이나 4월 대만 화롄 지진의 영향으로 인한 자재 수급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했다.


또 업무 시간 중에는 제품 선적상황 등을 확인하거나, 사내 유관부서와 생산 일정을 확인하고 소요량과 입고 일정을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한편 매주 수요일에 있는 부서 정례회의에서는 분기별 수급 계획, 중장기 전략에 대해 논의하며 내부 보고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2. 후쿠오카 공장 내자구매(受託/内販) 담당 | 2022.04~2023.08

규슈사업소(후쿠오카):LED, 전지, 자동차, 반도체 등 기능상품을 주로 생산


후쿠오카에 있었을 때의 담당 업무에 대해서는 이전에 글을 썼었다.


성과

1. 구매업무의 전자화 거래 확대 추진



2. 해외 조달품의 납품 지연 이슈 해결



3. 업체의 일방적 제품 생산 중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수익로스 방어



첫 배속지가 지방공장이었다. 서울 토박이가 갑자기 연고 없는 지방에 가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해외 지방공장이었으니 남들보다 적응에 배로 노력한 시간들이었다. 모르는 건 계속 물어보고 현장 사람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덕분에 젊은 사원은 물론이고 40, 50대 직원분들이랑 하는 대화에는 도가 텄다(?)


환경이 크게 바뀐 경험을 한번 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도전이 전혀 두렵거나 낯설지 않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금방 적응하고 어려운 일들을 하나하나 정면 돌파해 나갈 자신감이 생겼다.




3. 전국 사업장 내자구매 관리 및 외자구매(外販) 담당 | 2023.09~2024.05


본사에 와서 느낀 흥미로운 점은 같은 화학 공장이라도 무엇을 제조하는가에 따라 플랜트의 성질이 바뀌어 다양한 기기의 자재 조달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쿠오카는 주로 반도체나 LED 같은 기능상품을 생산하는 플랜트여서 조달하는 기자재가 제한적이었지만, 에틸렌을 만드는 공장이라면 거대한 타워나 열교환기를 조달하기도 하고 탄소섬유 제조 공장이라면 방적기(紡糸機), 식품 포장용 필름을 제조한다면 압출기(押出機)를 조달하기도 한다.


본사에서 엔지니어링 회사(자회사)의 외자구매(外販)를 담당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링 회사는 제조(ものづくり)가 아닌 제조의 장소가 되는 플랜트 그 자체를 만들기 때문에(工場づくり) 외부 고객의 플랜트 건설을 수행할 때 필요한 자재구매를 담당했다.


덕분에 식품 메이커, 의약 메이커, 라피더스(※) 등 다양한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사업장에 있을 때는 화학회사에서 필요한 기자재만을 조달했다면, 외자구매는 업계가 다양한 만큼 발주하는 기기도 다양하다. 식품 메이커라면 고기를 자르는 커터나 채소 껍질을 벗기는 기계를 조달하기도 한다. 목적에 따라 공장 본연의 자세는 크게 바뀌고 필요한 설비나 자재도 바뀌기 때문에 폭넓은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 라피더스(Rapidus)
: 일본의 주요 대기업들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파운드리 법인. 메인 공장 부지는 일본 국내에서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홋카이도로 결정되었다.

  


또 본사에서는 탱크나 열교환기 같은 제관품(製缶品)과 배관재료에 대해 분기별로 납기나 공장가동률, 메탈 동향을 각 거래처에 청취해 전사업소에 발신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우리 회사에서는 山積み情報라고 한다.)


배관재료 중에서 강관의 경우 CS/SUS 강관, GL/TL 라이닝관을, 밸브의 경우 FC/FCD(※) 밸브와 SUS밸브의 동향을 주로 파악하고 있다.


・FC(회주철) : 철과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합금
・FCD(구상흑연주철) : 주철과 같이 주로 철과 탄소로 구성되어 있으나 소량의 마그네슘을 첨가해 제조


INCHEM TOKYO 2023 참가


성과

1. 일본 구매조달 자격증(CPP-B급) 취득


2. 매년 이루어지는 배관재료 협정 가격 협상

우리 회사의 경우 배관재료에 한해서는 염가조달과 품질관리적인 면에서 철강종합상사를 경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가격 협정을 맺는데 올해 배관재료 구매 담당자로서 협정가 협상을 진행했고, 전년 대비 0.3%의 가격 인하에 성공했다.


3. 연간 △6.6% 코스트 삭감 달성

외자구매의 경우 통상 코스트 삭감률이 △3.5%이라 당초 목표를 △4%로 잡았는데, 목표치를 웃도는 △6.6%를 달성했다.




4. 구매 업무 수행 시 필요한 자질과 역량


구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으로는 꼼꼼함소통능력, 이렇게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먼저 구매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꼼꼼해야 한다. 구매팀은 업체와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부서로, 계약서 한 글자 차이로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를 차분하게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구매팀에서는 다양한 협력업체와 소통하게 된다. 수많은 유관부서, 현장, 협력사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필수 불가결 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합리적이고 유기적인 소통 능력이 업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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