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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Sep 20. 2022

일본 대기업에서 신입이 하는 설비구매 업무는?


나는 일본에 있는 종합 화학 회사에서 설비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입이라 아직 그리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내가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업무를 간단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1. 부서 대표 전화 응대


매 직무는 업무 특성상 사내 외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그래서 부서 대표 전화로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이 대표 전화 응대를 내가 담당하고 있다.


전화 응대를 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이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를 쓰는 분들도 있고, 전화가 걸려오는 회사 중 십중팔구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회사라 한 번에 알아듣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때는 전화가 걸려오는 게 너무 무서울 정도로 전화 응대가 나에겐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좌) 회사명 리스트   우) 전화 응대 매뉴얼



그래서 조금이라도 전화 응대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몇 가지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도움이 되었던 방법을 공유한다.


먼저, 대표 전화로 걸려 오는 회사명을 전부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업무 중 짬이 날 때마다 메모해 둔 회사명 리스트를 수시로 보며 회사 이름을 눈으로 익혔다. 이렇게 하니 나중에 똑같은 회사에서 전화가 다시 걸려올 때 회사명을 캐치하는 게 훨씬 용이했다.


두 번째로는 전화 응대 매뉴얼을 작성해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통째로 암기했다. 그렇게 하니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어져 전화 응대에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역시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고 했던가. 매일 전화를 받다 보니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병원에 전화를 하거나, 문의 전화를 할 때도 두려움 없이 전화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괜스레 뿌듯하다. 전화 응대를 하면서 내가 많이 쓰고 있는 일본어 표현은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써보려고 한다.




2. 견적, 구매 의뢰 처리(발주)


발주는 회사 자체 프로그램과 SAP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각 제조과 및 플랜트의 메인터넌스(保全)를 담당하는 설비기술부에서 플랜트 가동에 필요한 부품의 견적, 구매 의뢰가 들어오면 그것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구매 업무에서 중요한 것은 최적의 QCD(Quality, Cost, Delivery)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사업소의 경우에는 납기(Delivery)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볼트가 하나 없는 것만으로도 전체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코스트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에, 납기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움직이고 있다.


구매 담당자가 발주를 할 때에는 여러 거래 조건들을 결정하고 확인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거래처, 발주 품명, 발주량, 가격, 지불 조건, 납기, 납입 장소 등이 있다. 내가 있는 사업소의 경우 작년 한 해에만 3만 건의 품목(약 150억 엔)을 사들였을 만큼 규모가 크고,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일이기 때문에 비교적 꼼꼼함을 요하는 작업이 많아 멘탈적인 스트레스가 조금 있는 편이다.


또 중간에서 납기나 수량 등의 변경 사항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매일 벤더나 타 부서 사람들과 메일을 주고받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일본어 메일 표현도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써보려고 한다.




3. 가격 협상


나는 현재 플랜트 배관재료(配管材料)의 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은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야 하므로 구매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빈번히 구입하는 품목의 경우에는 본사 및 사업소에서 제조 업체와 가격 협정을 맺어 단가를 미리 정해 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가격 협정을 맺은 부품이 아닌 경우에는 가격 협상(네고)에 들어가게 된다. 가격 협상을 할 때는 제조원가 상승이나 환율 등 여러 다양한 영업 환경을 고려한 후, 그동안의 계약 실적들을 참고해서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소에 계약 실적을 엑셀 파일에 잘 입력해 놓고, 가격 협상을 할 때 실적들을 참고하고 있다.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최근에는 PTFE(불소수지) 배관이 예전 실적과 비교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서 그 이유를 조사해 본 적이 있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①불소수지 원료 생산국인 중국이 엄격한 코로나 규제를 하고 있어, 생산 공장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②최근 하이테크 산업 발전과 함께 불소수지 수요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반도체와 우주 산업 업계 모두 불소수지 원료의 헤비 유저) ③코로나 여파로 컨테이너와 수송선 부족 문제가 그 원인이다.


구매 업무는 가격 협상을 위해 자재에 대한 지식은 물론, 시장 동향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日経(일본 경제 신문)을 구독해서 보고 있다. 또 NewsPicks라는 사이트에서 메일 매거진을 신청하면 매일 간단한 뉴스를 받아볼 수 있다.





4. 월말 검수 체크


검수(検収)란 납입된 구입 자재・공사 등이 주문자가 요구한 양식과 수량에 합치하는 것을 검사하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면 발주자로서 정식으로 수령하는 절차다. 하도급법(下請法)에서는 원사업자가 물건을 수령받고 수급 사업자에게 60일 이내에 대금 지불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검수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대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게 되므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제도상 검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의 지불 기일을 부당하게 늦게 지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원사업자에게 「지불 기일을 정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제도 : 내부통제(内部統制) 및 위험관리 시스템
한국에서는 준법감시인 제도, 일본에서는 J-SOX라고 한다.



대부분 물건을 수령하고 이상이 없으면 대부분 바로 검수 입력 작업(input)을 하지만, 담당자가 검수 입력을 깜빡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구매 부서에서는 늦어도 월말까지 검수 체크를 반드시 끝낼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검수에 대한 공부




5. 조달 기초 및 배관재료에 대한 학습




업무가 끝나고 시간이 남을 때는 부서에서 받은 조달 업무 입문서와 한국에서 가져온 구매・자재관리 총론 책을 보면서 자율 학습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담당인 배관재료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하고 있다. 배관재료의 경우 밸브, 파이프, 가스켓, 튜브 등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배관재료는 그때그때 표에 정리해 두고 눈으로 익히고 있다.


배관재료 종류


배관재료 공부


UNIFLOW 밸브 설명



배관재료의 발주 업무를 하다 보면 부품의 재질을 SUS, PFA, TL, STPG 등과 같이 영어 기호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 용어도 그때그때 정리해 두고 공부하고 있다.


・용어사전
SUS = 스테인리스
PFA = 테프론
TL = 테프론 라인
GL  = 글라스 라인
TP  = 튜브형 제품
SGP= 배관용 탄소강 강관
STPG  = 압력 배관용 탄소강 강관
STS管  = 고압 배관용 탄소강 강관
ETFE  = 열가소성 수지(熱可塑性樹脂)
HC = 탄화수소(炭化水素)




6. 재고자재관리(固有品)


재고자재란 쉽게 말해 제품생산에 소요되는 원자재, 설비 유지 등에 정기적으로 사용되는 저장품(貯蓄品)을 의미한다. 발주에서 납품까지 일정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기간 중에 필요한 소요량만큼은 미리 재고로 보유하는 것이다. 나는 현재 배관재료의 재고자재 조달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내가 하는 재고자재 조달을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공장에 안전재고가 부족해지면 RPA가 각 거래처에 필요한 재고품에 대한 주문서를 자동으로 보낸다.(일본에서는 이 경우 買いが起こる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면 각 거래처에서 우리가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에 대한 각각의 견적서를 보내주는데, 나는 이 견적가격을 이전 실적 및 다양한 영업 환경을 고려해 가격 협상 및 납기 조정에 들어간다. 가격 협상을 할 때는 각종 원자재동향과 각종 환율을 확인할 수 있는 회사 자체 사이트가 있어 이를 참고하고 있다.


안전재고 수량, 제품 납기일 등은 SAP의 MRP(Material Requirement Planning, 자재소요계획)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재를 미리 재고로 보유한다는 것은 자금을 재고에 투자하여 고정화시키는 것이므로 재고가 증대되면 재고투자도 증대되고 관리도 복잡해지기 때문에 재고고갈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점과제다.


・안전재고
수요, 리드타임, 부품공급 등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품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예방하기 위해 비축하는 재고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사람이 컴퓨터로 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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