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서는 내가 요리사
일출 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난 6시 23분이지만 전방은 안개로 자욱하고 태양이나 문수산은 마치 원래 없었던 풍경 마냥 용진진, 염하강, 오봉산만으로 완벽한 수묵화를 보여주고 있다. 매일 보는 아침 풍경이지만 이렇게 달라지고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이래서 나는 강화에 산다.
어제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비가 내려서 계획했던 노동을 전부 연기하였다. 비 오는 날이 휴가라는 말 그대로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2층 데크의 묵은 먼지를 빗물로 씻어내는 청소를 10여분 하고 나니 길고양이 쫄보와 까망이가 와서 먹이를 주고, 놀아주다가 오전을 다 보냈다.
비 오는 날씨에 기온까지 약간 내려가 서늘해서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는 집사람의 요구에 라면을 끓였다. 냉장고에 있던 만두를 제법 많이 넣고 라면 스프와 건 새우를 넣어서 국물을 우린 후 계란과 면을 넣고 끓이다가 많아진 건더기들 때문에 싱거워진 간은 멸치액젓 반 숟갈이면 충분하다. 건 새우와 만두소의 고기가 스프 국물에 어우러져서 소고기 해물 라면이 되었다. 집사람도 강화에서는 나의 요리솜씨를 인정해 준다. 강화에서는 대부분의 식사준비를 내가 다 한다. 귀찮은 것을 대신해 주니 그냥 빈 말인지는 모르지만 맛있다고 해주니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 따름이다.
오후에도 비는 좀 잦아들었지만 바깥일을 할 정도는 아니어서 잠시 정원에 나가 꽃이 핀 백일홍, 한껏 멍울이 부푼 국화, 벌레가 반쯤 파먹은 양배추 등을 살피고 들어와서 집사람과 둘이서 거실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차도 마시고 사두었던 과자도 꺼내 먹고 그야말로 꿀 같은 휴식을 보냈다. 몸이 휴식을 하니 역시 좋다. 어제 느껴졌던 약간의 어지럼증도 없어졌다.
저녁도 역시 내가 차렸다. 집사람은 감자와 양파만 준비해 주었고, 나는 그것으로 간짜장을 만들었다. 면보다는 밥을 좋아하는 집사람을 위해 짜장밥을 만든 것이다. 돼지고기 대신에 햄과 어묵으로 건더기를 만들고 양파와 감자를 잔뜩 넣고 춘장과 식용유를 넣어 볶으면 된다. 짜장에는 원래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목살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는데 육류기름기가 없어 좀 뻑뻑하고 맛이 좀 덜하다. 그래도 간을 살짝 싱겁게 해서 김치와 같이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집사람은 저녁 식사 후 다시 찾아온 쫄보에게는 냉동된 돼지고기를 해동하여 간식으로 내어준다. 그 고기는 지난번에 쫄보용으로 조금 사둔 고기여서 요리용으로 내어 주지 않고 쫄보에게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으면 미뤄 둔 철쭉 가지치기를 마쳐야 하고 명절을 위한 시장도 좀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