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일

식사에 대한 고정관념

by 프로스윤

이제는 식사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어졌다.

내가 강화에서 많이 생활한다고 하니 혼자서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나는 주로 집사람과 같이 있고, 함께 있어도 식사를 내가 준비하고, 식사 문제로 힘든 것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렇다.

혼자 먹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어졌다. 예전에는 ‘밥은 잘 먹어야 하고,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항상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했고 혼자 먹느니 차라리 굶는 편이 나았었다.

또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뭐가 맛있는지 항상 찾아야 하고 시간과 돈도 적지 않게 든다. 한 마디로 먹는 것이 꽤 피곤한 것이었다.


집사람과 처음 결혼했을 때 나는 항상 아침은 어머니가 해 주시던 대로 맑고 따뜻한 국물(콩나물국, 북엇국, 미역국)과 밥을 먹어야 하고 면 종류를 싫어했는데 그 국 끓이고 밥 하는데 집사람이 꽤 힘들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먹는 것은 뭘 먹어도 되고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을 배고프지 않게 먹으면 된다. 아침에 맑은 국물이 없어도 되고, 꼭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 국수나 라면도 먹을 수 있다. 고구마 1개나 감자 1개로도 충분한 식사가 된다.


이처럼 먹는 행위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먹는 것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행위이므로 몸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면 뭣이든 적당하게 먹으면 되는 것인데 맛있어야 하고 격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식사를 '혼자' 먹는 것은 최근 1년 전 까지도 좀 힘들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가능하다. 오늘 아침식사도 서리태를 갈아 만든 두유 1잔, 해동시킨 빵 1개, 떠먹는 요구르트에 버무린 사과 반쪽을 30분도 안되어서 나 스스로 준비해서 혼자 맛있게 먹었다. 점심은 보온 상태로 남겨 둔 남은 두유 1잔을 마시고 해동된 빵 1개에 옆집에서 준 사과 잼을 발라 먹을 예정이다. 두 끼를 비슷하게 먹는 것은 예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두유를 좀 많이 갈아서 2잔이 되었는데 아침에 1잔을 먹고 점심에 한 잔을 먹을 수밖에 없다. 빵도 2개를 해동해서 1개만 먹고 1개는 점심때 먹는 것이 뭐 어떤가? 직접 간 두유는 냉장고에 두었다가 차게 해서 먹어도 맛있고, 빵은 아침에는 토스트로 구워서, 점심은 잼을 바르고 계란 프라이라도 곁들여 먹으면 질리지도 않는다.


내 어릴 때는 참 힘든 시기여서 겨울에는 고구마가 주식이었다. 아침에는 보리밥을 먹기는 하는데 그 밥솥 안에 고구마를 얹어서 함께 찐 고구마와 같이 먹고, 점심은 아예 고구마 2-3개(당시는 많이 먹어서 지금처럼 1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와 김치로 먹고, 저녁은 생고구마를 얇게 썰어 햇볕에 말린 것을 밀가루 죽에 넣고 끓인 소위 ‘빼때기 죽’을 먹었다. 아침 보리밥도 없을 경우 고구마 순을 넣고 끓인 고구마 줄기 죽을 먹기도 했다.

셋째 형이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도시락을 싸 갈 밥이 없어서 누나가 죽을 싸가지고 중학교 옆 친척 아주머니 집까지 가져다주기도 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와 작은 형은 정부의 취로사업(영세 근로자의 생계를 돕기 위하여 정부에서 실시하는 사업으로 주로 제방, 하천, 도로 따위의 사업장에서 일함)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고 임금으로 받아온 밀가루로 수제비, 칼국수를 만들어 먹거나 그 밀가루로 방앗간에서 국수를 뽑아서 여름 내내 먹었다. 쌀 밥을 먹을 때는 가을 추수를 하고 나서 1-2달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를 따라간 방앗간 기계에서 뽑은 국수를 햇볕에 널어 말릴 때 나는 국수 그늘 밑에서 국수 부스러기를 주워 먹거나 덜 마른 국수 가락을 몇 가닥씩 뜯어먹다가 그대로 잠들기도 했다. 그래서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국수와 보리밥은 전혀 먹지 않았다. 집사람과 보리밥집에 가도 나는 항상 쌀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이렇게 살아왔는데 뭘 어떻게 먹어도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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