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잠이 잘 오지 않더니 기어이 새벽녘에 속이 불편해서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이 불편할 정도로 먹은 것이 없는데 위가 딱 작동을 멈춘 - 체한 - 느낌이라고 할까.
어제저녁은 직접 끓인 순두부와 소량의 밥을 먹었으므로 속이 불편할 일이 없다. 평상시와 같이 라면을 먹으려다가 사 둔지 며칠 되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순두부가 있어서 이 놈을 먹어치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순두부찌개를 끓였다. 말이 찌개이지 국물 순두부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조금 우려내고, 건져낸 멸치는 오랜만에 나타난 길고양이 까망이에게 주니 잘도 먹는다. 이 까망이는 누가 가르쳤는지 멸치 대가리와 까만 멸치똥을 가려내고 그 부분은 먹지 않는다. 참 기가 막힌 길고양이다. 우려낸 육수에 그냥 순두부를 통째로 넣고 팔팔 끓여주고 여기에 청양고추 1개를 썰어 넣고 좀 더 끓여주기만 하면 칼칼한 국물의 순두부가 된다. 여기에 간장, 맛술, 다진 마늘, 들기름으로 양념장을 만들고, 뜨거운 순두부 위에 양념장을 조금씩 쳐가면서 떠먹는 순두부의 맛은 정말 괜찮았다. 여기에 집사람이 얼려 둔 잡곡밥 150그램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따끈한 순두부 국물에 말아서 먹었으니 속이 불편할 일이 없었다.
아, 그 후에 탁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맛동산 1 봉지를 다 먹었다.
그 문제구나. 속이 편하고 약간 시장기가 느껴져서 사 둔 과자를 먹었는데 그것이 문제였나 보다.
사실, 내가 군것질을 좋아해 심심하면 항상 과자를 먹는 버릇이 있다. 장 볼 때에도 땅콩강정, 오징어 땅콩, 새우깡, 맛동산, 초코파이, 산도 등 과자를 몇 봉지씩 사서 비축해 둔다. 시장할 때, 심심할 때 먹으려고 사는 것인데 저녁 먹은 후 2시간 정도 지나면 항상 심심해서 과자를 먹는 버릇이 생겼다.
30년 전쯤에 담배를 끊었는데 담배를 끊은 후에 군것질이 심해졌고 아이들이 태어나서 함께 경쟁적으로 과자를 먹었고 그 딸들은 자라서 이제 아예 과자라고는 쳐다도 보지 않는데 나만 계속 과자를 먹고 있다. 집사람과 TV 볼 때면 항상 사 둔 과자를 꺼내 먹는데 집사람은 과자를 사두면 먹게 되니 사지 않아야 된다고 서울 집에서는 아예 사지 않는다. 강화에서 집사람 없이 나 혼자 장을 볼 때는 기회다 싶어 과자만 한 박스씩 사기도 한다.
나의 이 군것질 습관은 나의 성장과정과 관계가 있을 성싶다. 내가 태어난 고성군 영오면 옥동에는 가게가 없는 마을이다. 과자를 살 수 있는 가게는 국민학교가 있는 면소재지인 영대리까지 가야 하고 집에서 약 2킬로 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과자를 못 먹었다. 아주 어릴 때 먹은 과자는 명절 때 어머니가 만든 쌀강정, 유과(油菓) 정도였고, 1년에 1-2번 외출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사 온 오꼬시(강정)를 먹었던 정도의 기억밖에 없다. 국민학교 입학한 후에는 학교 앞에 가게가 있지만 용돈이라는 것이 아예 없으니 과자를 사 먹을 수는 없었고 밥을 먹기도 힘든 시절이었으니 군것질 과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다 거의 비슷하게 군것질 같은 것은 하지 못하는 생활 수준이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형편은 마찬가지여서 마음 놓고 과자를 사 먹은 기억은 별로 없다.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를 가지 못하고 택시 운전을 하고 있던- 6년 전에 돌아가신 다섯째 형이 가끔 운전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버터코코넛 같은 새로 나온 과자를 사다 주는 날이 있기는 했다.
군대 생활할 때에도 배고픈 시절이었으니 과자에 대한 목마름은 계속 있었고 검사로 임관되어 내가 스스로 자립할 때까지는 과자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2-3살 때 과자를 먹기 시작할 때에는 항상 퇴근 시에 과자를 사 와서 나도 함께 먹었다. 내가 어릴 때 못 먹은 과자를 내 아이들과 함께 먹은 것이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가 몸에 좋지 않다고 집 사람이 제지를 하면서 나의 과자 로망도 제지를 당했고, 그 제지는 강화도로 오면서 완전히 풀렸다.
강화도에서는 내가 직접 장을 보니 내 마음대로 과자를 산다. 한 번씩 집사람이 냉장고 옆 다용도실을 보면서 혀를 찬다. 마트를 열어도 될 것 같이 온갖 과자가 가득 차 있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