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무침

알레르기 소동

by 프로스윤

I.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보통의 경우 이때에 눈을 뜨더라도 더 뒤척이다가 다시 자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아예 자리를 털고 나왔다.

몸상태가 별로 좋지가 않다. 상태가 좋지 않다기보다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그냥 털고 일어난 것이다.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니 손바닥이 좀 가려운 듯한 증상이 나타났다. 왜 그럴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서 그 원인을 알아보니 습진이나 당뇨의 초기라는 둥 별로 믿기지 않는, 관계없는 듯한 말들만 무성하여 그냥 지나쳤다. 강화도에서 생활하면서부터 -집사람이 있을 때도-거의 전적으로 내가 요리와 설거지를 하다가 보니 주부습진이 생긴 것인가? 그보다는 당뇨의 초기 증상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얼마 전에 하였던 신체검사에서 혈당치가 경계수치에 있기는 하였지만 벌써 손발에 문제가 생길 정도의 수치는 아니어서 그것도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손바닥 가려운 증상은 어제 오전까지 계속되었다가 오후에는 호전되었다.


II. 그러다가 저녁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면서 밴댕이 무침을 몇 점 먹었다. 식사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입안에 물집이 생기면서 몸이 가렵고 반점과 수포가 생겼다. 갑자기 오른쪽 입술 안쪽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 정도가 꽤 심하고 곧 왼쪽 입술 안쪽도 얼얼하게 부풀었고, 팔다리가 가렵고 팔 안쪽에는 빨간 반점과 오른쪽 팔에는 수포가 제법 큰 것이 몇 개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때는 밤 10시 30분경이었다. 강화도 유일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거니 알레르기 일 수도 있는데 악화될 수도 있으니 응급실로 빨리 오라고 했다. 집사람과 응급실로 가니 환자가 꽤 있었다. 그 사이에 입술의 물집과 팔의 수포도 좀 가라앉고 하여 응급상황은 아니어서 천천히 기다렸다가 의사의 처방대로 알레르기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나왔다. 의사는 밤에 호흡이 곤란하거나 얼굴이 붓는 등 증상아 악화되면 바로 응급실로 다시 와야 한다고 했다. 내가 걱정하는 바로 비브리오 패혈증 증상을 말하는 듯했다. 내가 이미 생선회를 먹은 후에 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본 후였으므로 의사의 지시를 바로 알아들었다. 인터넷이 좋은 것인지, 내가 너무 호들갑 떨고 있는 것인지? 집사람은 후자의 증세가 너무 심하다고 항상 말한다.


III. 문제는 다음이다. 병원에서 돌아와 12시 좀 넘어서 바로 잠을 청해서 자다가 4-5시 무렵에 잠을 깼는데 그때는 손등과 발등까지 가렵기 시작했다. 가려운 정도가 제법 심했다. 알레르기 증상은 거의 나아졌는데 어제의 손바닥 가려움 증상이 이제 손등과 발등의 가려움으로 발전한 것이다. 아, 당뇨의 초기 증상이 맞는 것이 아닌지 하면서 온갖 나쁜 상상을 하다가 이불을 털고 나왔다.


사실 지금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환갑을 지난 나이이고 아이들이나 집사람이 그리 험하게 살아가야 할 상태로 남겨두고 가는 것도 아니니 큰 두려움은 없다. 리처드 도킨스의 말 대로 유전자 통로로서의 나의 기능은 이미 다한 것이니 소임을 다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좀 더 알아보고 다녀봐야 할 곳이 많다. 최근에 관심이 가는 진화론, 신의 존재에 대한 나의 생각, 성리학과 사단칠정 논쟁 등에 대하여 아직 머릿속에 정리가 안되었다. 주희, 정지운, 천명도설, 이황, 기대승, 이이 등 대단한 사람들에 대한 공부도 좀 더 하고 싶다. 4월에 가기로 예약한 홍콩여행도 준비해야 하고, 12월에 예정된 호찌민 여행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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