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 계란탕

나에게는 요리 솜씨가 있다?

by 프로스윤

I. 벌써 입추가 지났다. 세월이 빠름을 실감한다. 시간의 흐름은 위치에 따라 다르다고 한 물리학적 결론이 서울을 떠나니 강화도에서도 느껴지는 것인가?

새벽에 눈을 떠 보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잠시 책을 보다가 다시 잠들어 깨어보니 벌써 8시 30분이 되었다.

누가 재촉하지도 않고 정해진 일정도 없지만 9시가 되면 왠지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낸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공무원 생활이나 변호사 생활하면서 항상 시간에 쫓기며 생활했던 탓이다. 휴일에도 늦어도 9시 무렵에는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뭔가 정해진 일을 시작해야 마음이 놓이고 그래야 쉬는 느낌도 났다. 집사람은 항상 그것이 불만이었다.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좀 쉬지 꼭 뭔가를 해야 하냐고 항상 투덜거렸다. 쉴 줄을 모른다고 했다. 나에게 쉬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을 제외한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이 쉬는 것이었다. 그래야 휴일을 잘 보낸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느긋하게 일어나고 적당하게 느낌대로 입맛에 맞는 요리도 직접 해 먹으면서 느리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오전 시간을 그냥 허비하는 듯한 느낌은 아직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II. 오랜만에 국물이 먹고 싶어서 어제 사온 순두부로 순두부 계란탕을 끓였다. 며칠 동안 아침 식사로 계속 빵, 계란, 바나나, 요구르트를 먹었더니 국물이 땅긴다. 사실 나는 국물을 좋아하는데 집사람이랑 아이들이 국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커피로 때우는 것을 좋아하다가 보니 나도 거기에 길들여지고도 하였지만 오늘 같은 날은 따끈한 순두부가 먹고 싶다.

말이 거창하지 순두부계란탕은 아주 간단하다. 원래는 다시마, 멸치를 넣고 10분 정도 국물을 우려내어 그 건져낸 멸치는 길고양이 간식으로 주고 거기에 순두부 등 재료를 넣고 끓인다. 그러나 오늘은 집사람이 미리 육수를 내어서 얼려둔 것이 있어 잠시 해동하고, 거기에 순두부를 넣고 청양고추 반 개, 대파 2 가닥 정도를 썰어 넣은 다음 계란 1개를 풀어서 넣고 끓이면 끝이다. 총 6-7분이면 모든 요리가 끝이다. 밥도 얼려둔 잡곡밥 150그램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운다. 여기에 옆집에서 가져다준 김치를 꺼내서 먹으면 어떤 음식도 부럽지 않다. 잘 우려진 육수에 순두부와 계란물이 잘 펴져서 청양고추 알싸한 맛과 정말 잘 맞다.


나에게 요리에 대한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내가 요리한 것이 제일 맛있다. 집사람은 나의 이 요리실력과 맛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기가 한 요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는 것은 밥투정하는 유치원 아이들 밥 먹이려고 할 때에 요리에 참여시키면 자기가 만든 음식은 정말 잘 먹는 것과 똑같다고 하면서 나의 요리실력을 유치원생 수준으로 강등시킨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나의 요리가 먹을만할 뿐만 아니라 제일 맛있다. 그 이유는 딱 세 가지이다.

첫째로는 재료를 제일 좋은 것으로 사용한다. 내가 직접 마트에서 살 때도 비교적 좋은 재료를 사고, 풋고추나 채소류는 직접 재배한 것을 사용하므로 이 보다 좋을 수 없다. 멸치도 남해 죽방멸치에 농가에서 직접 수확해서 기름을 짠 국산 참기름 등을 사용한다(죽방 멸치는 지인으로부터 명절 선물로 받은 것이고 참기름 등 농산물은 무료상담받은 지인이 미안해하면서 가져온 농산물이거나 장모님이 대구에서 보내준 것이다).

둘째로, 위생상태가 최고다. 내가 먹을 재료들을 직접 세척하므로 깨끗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 국물에 사용하는 물도 전부 생수를 사용한다. 식당에서는 수돗물을 사용하겠지만 내가 먹는 물은 천연 암반 생수이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것도 좋은 재료에 위생관리도 철저하겠지만 나만큼 좋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깨끗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항상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든 음식에 신뢰가 가고 만족도도 높다. 다른 사람이 한 것이나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은 잘 믿지 못하는 나의 직업병 때문에 요리도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 한다.

셋째로, 나는 일류 요리사들로부터 배워서 요리를 한다. 유튜브의 유명 요리사들이 나의 스승들이다. 여경래 세프, 김대석 세프는 물론 '엄마의 손맛' 같은 아주 요리 잘하는 분들의 방송을 최소한 3번 정도 시청한 후에 요리를 한다. 그러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집사람의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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