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원 두 곳을 모두 들러서 저녁 무렵에 집사람과 다시 강화도로 돌아왔다. 일주일 만이다.
서울로 가기 직전에 깎은 정원의 잔디는 비를 맞아서 생기가 돌고, 데크 앞의 폭 좁은 미니 백일홍 화단에는 백일홍 꽃으로 뒤덮였다. 원래 한 포기씩 10센티미터 간격으로 드문드문 심은 것인데 그 새 새로운 줄기가 나오고 꽃대가 퍼져서 틈이 모두 메꾸어졌다. 심은 지 일주일 되는 양배추 모종 6개는 그 사이에 관리를 해주지 않아서 그랬는지 별로 자란 느낌은 없고 가을 오이모종 1개는 말라죽었다. 가지도 1개를 수확했고 풋고추도 딸 만한 것이 제법 있으며 홍고추로 변한 것도 많다. 애플수박 1개를 따서 어제 집사람과 저녁식사 후 디저트로 먹었는데 정말 잘 익었다. 이런 맛에 농사를 짓는 것이다.
고작 일주일 비웠음에도 집 안은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가 난다. 여름이고 며칠 동안 비가 와서 더 그런 것 같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코가 익숙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이런 눅눅함은 없어진다. 무감각해지는 것과 적응이 되는 것은 몸에서는 같은 반응이다.
철쭉계단 아래 대형 분수에 살고 있던 올챙이들을 지난번에 모두 동네 하천으로 이사를 시켰는데 그중에서 살아남은 몇 마리가 개구리가 된 것인지, 아니면 이미 개구리가 된 녀석이 없어진 올챙이를 보고 항의하는 것인지 바로 밑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가 엄청 시끄럽다. 보름 전에 우연히 분수를 보다가 그 안에 새까맣게 올챙이로 가득 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경 1.2미터가량의 검은색 대형 화분에 물을 담아서 부레옥잠을 담그고 태양광 분수를 띄우고 모형 오리를 언저리에 놓아서 작은 연못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귀신 같이 개구리가 물을 찾아와서 알을 깐 모양이었다. 저대로 두어서 그 많은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개구리를 찾아오는 뱀도 있을 것이어서 올챙이를 하천으로 방생하기로 하고 분수 안의 물을 모두 퍼내는 작업을 해서 거의 한 바가지 정도의 올챙이를 하천으로 보내주었다. 올챙이가 모기 유충을 잡아먹어서 그랬는지 모기가 덜했는데 그 이후로 모기가 많아진 것 같지만 모기는 감당할 수 있어도 수 백 마리 개구리는 감당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돌아오면 할 일이 많아진다. 이제는 거의 수명을 다한 방울토마토와 가지도 뽑아내야 하고, 마지막 남은 2개의 애플수박을 수확하고 수박덩굴도 철거해야 한다. 그 자리에는 가을 채소를 심어야 하는데 집사람은 채소값이 비싸니 우리의 주식인 양배추를 좀 더 심으라고 강권한다. 다른 것을 심어도 별로 실속이 없는데 양배추는 크기도 크고 잘만 수확하면 장 보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직 시장에 양배추 모종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는데 오후에 틀 밭을 철거하고 내일은 모종상회에 나가봐야 할 것 같다.
강화에서는 무조건 집사람 말에 순종한다. 달리 다른 주장을 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