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을 퇴치해야 하는 이유

by 프로스윤

I. 어제 늦은 오후와 저녁 식사 후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좀 격렬한 운동을 하였음에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다가 12시를 훌쩍 넘겨서 잠들었다가 새벽 3시 반 무렵에 다시 깼다.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먹어서 생긴 소화불량, 야뇨 현상, 수면방해 등은 강화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면서부터 거의 없어졌는데 어제는 술을 안 먹었음에도 중간에 잠을 깬 것이다. 한 번 잠에서 깨면 쉬 잠들지 못한다. 온갖 잡생각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것이므로 누운 채로 호흡을 깊게 하고 다른 생각들을 중단하고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고요하고 깨끗한 물길을 따라 계속 좇아가는 상상을 하게 되면 어느새 잠이 들기도 한다. 공들여 잠을 다시 청했지만 다시 6시 30분에 깨었다.

거실에서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이 아주 조금 군데군데 보이지만 그 아래에 하얀 구름이 높게 떠 있고 다시 그 아래로 시꺼먼 먹구름이 있어 해가 어디 있는지 그 위치를 찾기는 어렵다. 비를 잔뜩 머금은 듯한 먹구름은 흰구름 밑을 남서쪽에서 동북쪽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3D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하늘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을 자주 쳐다보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구름이 이처럼 빠르게 흐르는 것도 본지가 꽤 됐다. 저녁부터 비를 예보하고 있는 일기예보가 맞는 것인지 구름들을 보니 예사롭지는 않다.


II. 어제 외출 직전에 정원 벽돌길과 벽돌 데크에만 다시 급하게 살충제를 뿌렸다. 그 전날 정원 전체에 살충제와 살균제를 섞어서 종합 소독을 하였는데도 벽돌 데크 등에 진딧물로 추정되는 새까맣고 작은 벌레들이 꼬물거리며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먼저 물을 한번 뿌려서 쓸려가게 했지만 햇볕에 금방 물이 마르니 그대로 다시 데크에 계속 붙어 있어서 할 수 없이 다시 부랴부랴 살충제를 한 번 더 뿌렸다. 이것들이 진딧물이 맞는지, 어떤 해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벌레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 기온이 적당하게 오르니 먹잇감인 잔디나 잡초가 무럭무럭 자라고 비가 오거나 종종 물을 뿌려주니 습도가 적당해서 벌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탓일 게다. 이런 벌레들이 많다는 것은 환경이 그래도 오염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는 한데 보기도 혐오스럽고 잔디나 채소들은 물론 배롱나무 같은 나무에도 안 좋으니 방제를 할 수밖에 없다.


어릴 적에 수확직전에 벼멸구가 창궐해서 그해 벼농사를 완전히 망친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마을 이장을 하셨는데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수확량이 많은 품종이라며 통일벼를 심으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독려하였고 스스로 앞장서서 얼마 되지 않은 논이지만 그 전부에 통일벼를 심었는데 이 통일벼가 벼멸구에 특히 약했던 것이다. 멸구가 갉아먹어서 벼가 풀석풀석 주저앉는 것을 보고는 추석날도 온 식구가 논에 나가서 멸구 방제에 효과가 있다는 석유를 뿌리고 농약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벼 수매를 통해 가을에 근근이 이자를 막아가고 있던 아버지는 결국 벼멸구로 인해 두 손을 들었고 빚잔치를 통하여 모든 논들은 채권자들에게 넘어갔다. 다섯째 형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우체국 사환으로 들어갔으며 아버지와 나머지 형들은 모두 집을 떠났다. 나는 어머니와 단둘이 종중 소유라서 빚잔치에서 제외된 한 마지기 정도의 논에서 농사를 지으며 연명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들이 모두 그 멸구 때문이었다.

이것이 내가 친환경에만 매달리지 않고 진딧물이나 해충에 살충제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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