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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후, 다시 이직을 고민한다면

A. 후회보다는 '재진단'이 먼저입니다.

by 미르

"전 직장이 좋은 것 같은데, 괜히 옮긴 걸까?"

이직 후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고 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심지어 전 직장 동료로부터 내가 퇴사한 이후에 성과급이나 임금인상이 만족스럽고 승진까지 했다면, 이직을 한 내 선택을 후회할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의 대부분은 '비교'가 아닌 '기억의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전 직장에서는 이미 익숙한 시스템과 관계 속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새로운 회사에서는 여전히 사람과 프로세스가 낯설어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즉, 지금의 후회는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익숙함을 잃은 불안감'일 수 있다.



1. 왜 다시 이직을 고민하게 될까?

① 기대와 현실의 차이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이나 채용담당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와 입사 후의 당신이 겪는 분위기가 다를 때 가장 큰 실망감과 후회를 한다. 예를 들어 '수평적인 조직'이라더니 강력한 Top-Down 구조의 의사결정 방식을 보여주거나 '워라밸이 좋다더니 야근이 일상'인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괴리는 대부분 조직의 문제가 아닌 '적응 과정의 불일치'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강력한 Top-Down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당신의 제안을 고려해 주는 조직이라면 다른 시각에서는 충분히 수평적인 조직일 수 있다. 그리고 야근이 일상이지만 야근의 보상으로 충분한 휴가를 제공하거나 근무 유연성을 제공한다면 동의하기 힘들 수 있지만 충분히 워라밸을 지켜주는 조직으로 볼 수 있다.


②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

경력직이 입사하면 주변에서는 당신이 만들어낼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이는 당신에겐 '성과를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무 프로세스도 사람도 문화도 완전히 다른 상황에선 당신도 신입처럼 새롭게 배워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런데 스스로를 '즉시전력감'으로 규정해 버리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필요한 초초함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해의 방향'을 맞춘 다음에 '이해의 깊이'를 쌓아간다면 당신의 부담감은 사라질 것이다.


③ 관계의 공백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고서 다가온 사람들이 있으면 '이 사람을 믿어도 괜찮은 걸까?'라는 무서움이 찾아오고, 때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 찾아온다. 특히 이전 직장에서 탄탄한 신뢰를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한 사람일수록 그 공백은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관계는 시간이 아니라 관심과 반복의 대화로 형성된다. 자연스럽게 점심을 함께하거나 회의 후 짧은 스몰토크를 시도하면서 '내가 이곳에 속하고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가야 한다.



2. 다시 이직을 고민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이직한 직장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커리어의 점검'의 관점에서 아래의 다섯 질문의 답을 찾아보면서 커리어의 재정립 여부를 고민해 보자.

ㆍ지금의 불만이 '회사 때문인가 아니면 '적응 중의 불안감'인가?
ㆍ처음 이직을 결심했던 이유는 여전히 유효한가?
ㆍ현재의 역할은 내가 원했던 커리어의 방향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ㆍ전 직장으로 돌아가면 정말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ㆍ지금 이곳에서만 배울 수 있는 점은 없는가?



3. 과거 기억의 미화보다는 현실에서 배움을 찾아보자

우리가 기억하는 전 직장에 대한 기억은 '좋았던 순간의 편집본'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곳에서도 분명 불만과 피로가 가득한 순간이 많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불편함은 새로운 성장의 징후일 수 있다. 업무 체계와 동료의 스타일, 조직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당신은 이전보다 색다르고 넓은 세상에서 일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직 후 후회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지나치게 키우면 현재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후회 대신 '이번 이직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배움을 중심으로 관점을 잠시나마 바꾼다면 지금의 경험은 당신의 '커리어 깊이'를 고민하고 발전시키는 밑바탕이 된다.



4. 이직의 진짜 성공이란?

이직의 성공은 연봉이나 직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이직을 서두르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회사가 완벽하지 않아도 당신이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설계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이미 성공적인 이직을 했다는 증빙이다.

커리어의 여정은 이동하는 방법보다는 머무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후회보다는 자기 성찰을 선택하고, 불안보다는 관찰을 택하는 노력을 해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또다시 이직을 결심하더라도 도피가 아닌 성장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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