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에서는 하마스 전쟁과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반복된 크림전쟁에서 '백의의 천사'(White Angel)로 활약했던 나이팅게일에 대한 이야길 했었는데요. 이번엔 힐링 차원에서제전공을 살려서 이 영화와 관련있는 세가지 나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어릴 때 세계수 설화 및 동서양 생태/환경철학을비교하라는 애증의?미션을 받아서 이것저것 뒤적거렸던 기억이 이 영화의 감상에 도움이 될 줄이야...
※ <퓨리오사 사가>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모두의 스포가 있으며, 이 리뷰는 일부 용어가 ⑮세입니다.
전작의 여주인공을 내세운 <퓨리오사> 사가는 북유럽 신화의 위그드라실 나무와 다양한 여신들(이둔, 시프, 헬라, 프레이야 등)의 설화,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의 황금사과+여성을 둘러싼 트로이 전쟁, 즉 오디세우스의 서사시를 차용해 기존의 이미지를 비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편 퓨리오사는 마치 메시아의 행보를 따라가는 듯 하면서도 암에 걸린채 밖에서 전투병으로 착취당하는 워보이들과 세상물정 모른채 안에 갇혀 성노예로 착취당하는 임모탄의 아내들에게일종의모성애가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더군요. 왠지감독님의 전작 <3000년의 기다림> 때부터현대 기독교의 해방/생태신학이나공생/공존을 중요시하는에코페미니즘 사상이 녹아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의 오프닝은 호주 사막의 배꼽 부분, 즉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탯줄이 서로 연결되는 위치일 듯한 녹색의 땅을 하늘★에서 줌인해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 곳에서 과일을 따고있는 어린 소녀 퓨리오사와 여동생인 듯한 발키리. 이 때 등장하는 빨간 과일은 동양의 도원경(桃源境, 신선들이 사는 유토피아인 무릉도원)에 있는 복숭아 열매처럼 보였는데요. 본래 복숭아/복사나무는 중국으로부터 기원하는 나무로 동양에서는 주로 신선들의 불로장생을 의미하거나 주술적인 측면에서 악귀/잡귀를 내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실크로드사막을 통해서 페르시아, 로마, 유럽에 전파된 후 서양에서도불멸의 신들이 먹는 과일로 여겨졌지요.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결혼과 가정을 상징하는 최고 여신인 헤라의 정원에 심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황금사과를 차지해트로이전쟁을 야기한사랑과 美, 그리고풍요/다산의 여신인아프로디테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불멸을 뜻하는 임모탄이 후손을 남기는 것, 즉 씨 뿌리는 것에 집착하듯이 DNA의 기억/정보란 측면에서는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곧 영생을 이어나가는 것이라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동서양 모두에서 풍요와 번영, 영생을 상징하며 주로 신들의 낙원을 의미하는 이 복숭아 과일은 솜털이 부들부들한 껍질과 핑크빛의 물컹한 속살 때문에 性적인 이미지로도 자주 쓰이곤 합니다. (feat.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동양에서는 이성을 홀리는 매력을 도화(복숭아꽃)라고도 표현하는데요. 특히 복숭아는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고 하여 복숭아씨를 도핵, 여음을 음핵이라 부릅니다.
영화에서 아직 어린 소녀였던 퓨리오사는 복숭아 열매를 딴 뒤(초경?) 침입자들의 엔진호스를 끊다가 납치를 당합니다. 그리고 디멘투스 크루에 속해있는 한 성인 여성이 복숭아 열매를 손에 들자 그과육을 탐하는 남성. 딸을 찾으러 나타난 퓨리오사의엄마는남자를 죽이고아이가 있다는 여성은 살려준 뒤, 남성의 손에서씨앗을 꺼내갑니다.그러나 결국붙잡히게 된 성?(聖/性)스러운 어머니 메리는 하늘에 매달려성기에 고문을 받다가 죽게 됩니다. 집(home)으로 돌아가 씨앗을 심고, 녹색의 땅을 지켜달라했던어머니의 유언을 두 눈으로 똑똑히 기억하면서, 퓨리오사는 입을 꾹 다문채 살아가게 되지요.
<똑똑히 기억하렴~! 역사가 양반! 눈물의 성분은 음...>
한편 디멘투스가 임모탄에게 맨 처음 쳐들어갔을 때, 그녀가 안에 있는십자가 모양의철창이 하늘 위로 끌려가자 땅 속에 있던 여인이 퓨리오사를 끌어내리는데요. 이 때 땅굴 주위로 바이크들이 빙빙 도는 모습을 하늘 위 시점에서 잡아주는데, 그 형상은 마치복숭아 씨앗을파내버린 빈 구멍/음핵을 연상시킵니다. 어쩌면 그 곳에는 임모탄에게 3진아웃 당했던 여성들이 살고있는 것일지도요. 다시금 시타델에 입성한 퓨리오사는 임모탄이나 그의 아들에게 강간당할 위협이 느껴지자 헤어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씨앗을 입 속에 숨겨놓고 남장을 위해 헤어를 밀어버립니다. 시간이 지나 가발이 얹어진 자리에서 자라난 나뭇가지처럼 다시금 자라난 그녀의 헤어. 퓨리오사는 잭을 만나자 머리카락을 감춰둔 모자를벗어던지고, 한밤 중에 엄마가 성 고문을 받던 악몽을 꾸는 그녀를 잭이 깨우러 옵니다. 아직 性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던 그녀는 그에게 선물받았던 나이프(아파치 리볼버)를 훅~ 하고 들이미는데...
<왠지 이때부터 둘이 밤에 하늘 보고 별★을 딴 듯한?!>
< "Come with me." (The Stars★ be with you.) >
별★이 그대와 함께 하길...
점차 그와 그녀 사이에 깊은 전우애가 쌓이고 퓨리오사는 샘이 있는 수경정원의 깊은 동굴 속에서 헤어 안에 감춰둔 씨앗을 잭의 손 안에 살포시 함께 쥐며 "같이 갈래?"라 말하더군요.씨앗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아... 개인적으로 저는 이때 퓨리오사가 임신을 했으며, 둘이 함께 도망치다가 차량이 뒤집히고 디멘투스에게 붙잡혔을 때 유산을 했다고 여겼습니다. 차가 고꾸라진 땅의 웅덩이 주변으로 바이크들이 빙빙 도는 모습을 마치 오프닝의 녹색의 땅과 시타델의 땅굴 장면들처럼 하늘 위 시점에서 잡아주고 있거든요. 역시나 이 때도 차량이 엎어진 그 구멍은 복숭아 씨앗을파내버린 형상과 매우 닮아있더라는...
(혹은 그녀가 임신을 안했더라도 미래에 아이를 꿈★꾸게 된다면 유일하게 잭의 씨앗만 원했을 듯한...ㅠㅠ)
<하늘 위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땅의 움푹 패인 형상을 잡아주던 두 장면>
<배를 움켜쥔 그녀가 이 때 잃은 것이 과연 잭과 왼팔 뿐이었을까?>
잭이 죽자 그가 준 나이프로 다시한번 헤어를 밀고 깊은 분노/복수심과 함께 씨앗을 입안에 무는 그녀. 참고로 땅 속에 뿌리가 박혀있는 식물의 씨앗은 물, 바람, 중력 그리고 동물에게 먹히면서 퍼져나가는데요. 한 곳에 박혀있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이동해나가는 그녀가 헤어/입과 함께 씨앗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곧 상대/환경에 따라 성/性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어떻게 해나가는지를 은유하는 것 같습니다.
<하아... 잭...... 함께 싸우는 전우인 네 앞에선 자연스럽게 긴장/머리도 풀고 목소리/입도 열었는데... ㅠㅠ>
복수(Vengeance)의 길과 탯줄
이 영화에는 연료를 공급하는 호스를 끊어버리는 장면이 계속 나오더군요. 마치 어머니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는 탯줄을 잘라내는 것처럼요. 개인적으로 전 퓨리오사가 엄마와 잭을 잃음으로써 북유럽 신화처럼 팔 뿐만 아니라 몸의 반쪽을 다친 죽음의 천사 헬라가 되었다고 바라보았습니다. DNA 측면에서는 엄마와 유전자의 반을 공유하고, 만약 잭과 사랑의 결실★이 생겼다면 미래 DNA가 반반인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싹틀 수도 있었겠지만, 성스러운 어머니 메리는 하늘에 매달렸고,잭은땅에 갈려나갔으니까요.
또한시간의 기억, 즉 역사의 측면에서는 생존을 위해 과거에 엄마와 함께 살았던 꿈★에 그리던 집으로 향하는 길(몸의 일부/왼쪽 혹은 가족)을 끊어내고, 미래에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던 잭과 함께 떠나려했던 희망의 길(몸의 반쪽/오른쪽 혹은 전우)이 끊긴 것이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내가 가야할 길★내 꿈은 너야! 연진...아니 디멘투스!>
퓨리오사는 여성으로서 생식기에 고문을 당하고 남성으로서 동물에게 사냥당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분노로 왼팔을 스스로 조립하며 일종의 완전체/죽음 그 자체이자 생태계 최상위포식자가 된 듯 합니다. 한편으로는 과거와 미래에대한 아무런 의식도 없이 그저 내세/종말만을 기약하며현재순간을 흘려보내는 디멘투스/워보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막 한 가운데서 찾아낸사냥감 디멘투스! 퓨리오사는 오른팔로 기계식 왼팔에 파워를 스스로 불어넣으며 그가 아래 씨앗?(성기) 부위에 달아놓은 죽은 자식을 기억하는곰돌이 인형을 끊어내는데...왠지 이 장면 역시 그녀도 자식(태아/씨앗)을 잃었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다행히? 퓨리오사는 디멘투스를 사냥해 피/죗값을 치르고 나자, 마치 탯줄을 잘라내듯끊어버린 곰돌이 인형처럼 죽음/복수라는 악순환의 고리/쇠사슬/구속에서 벗어나 다음단계인 녹색의 땅을 찾아가고자 하는희망★을 품은 씨앗그 자체가 된 듯 합니다.
<디멘투스의 그곳에 달아놓은 죽은 자식의 곰돌이 인형을 끊어내버린 퓨리오사>
그 너머(Beyond)의 다음 生
퓨리오사는 디멘투스를 죽이고녹색의 땅/옛 어머니의 집이 아닌 시타델/옛 공식남편?인 임모탄의 집이자, 잭과 마주보던수경정원에 고향집에서 가져온씨앗을 심어둡니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엄마와 사랑하는 남자를 죽였던 일종의양아버지?라 할 수 있는 디멘투스의 씨앗을 자양분으로 삼아 그 나무가 자라나도록 합니다. 어떨 땐 망각(dementia)이고통에서 벗어나 다음단계로 향하게끔 만드는데 도움되기도 하니까요.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나무에열매(+씨앗)가 맺히자그녀는 수경정원에서 딴 복숭아 과일을 5조각으로 쪼개 임모탄의 씨앗으로 임신한/할 뻔한 그녀들에게 나눠줍니다. 그 땅에서 자라난 열매의 씨앗을 옛/새로운 땅으로 이동시키기 위함이겠지요. 비록 사랑하는 엄마와 잭을 고문해 죽였던 디멘투스에게 길러지거나 강제로 임모탄에게 씨앗을 받았던 과거의 기억은 분노로 가득차있으나, 그녀들 안에서 생겨난 달콤한 열매(+씨앗)는 앞으로 새로운 낙원에서 이전과 다르게 잘 키워보자 이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서 씨앗을 퍼뜨릴 순 없어!>
한편, 임모탄에게 묶여있던 여성들을 이끌고 운전대를 잡아어머니의 고향으로 향하는 길★을 떠나게 된 퓨리오사는 전편/후속 이야기 <분노의 도로>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또다시 시타델이란 아버지/남편?의성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어머니 메리가 유언한 그녀가 되돌아갈 집(home)이자 씨앗을 심고 지켜야할 녹색의 땅은 바로 이 곳이었더군요. 돌고 돌아서 계속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하늘 위 발할라만 꿈★꾸던 워보이들과땅아래노파들까지 구원해준 메시아가 된 퓨리오사. 어쩌면 그녀는 성경 속 다섯번째 암흑의 천사 루시퍼(땅에 떨어진 별★이라고 불리우는 타락천사 )나 죽음의 여신헬라(몸이 땅에 부딪혀 반신이 망가진 여신)의 단계를 지나북유럽 신화 속 프레이야 여신으로재탄생하게 된 건 아닐런지... :)
<이 때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의 성분은 아마 과거 어릴 때 흘린 눈물의 성분과 다를 듯한...>
▶ 다음은 열매로 쓰이기보단 목재(body)로 쓰이며 암/수가 구분된 나무인 북유럽신화의 세계수 위그드라실, 즉 물푸레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